[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비교의 민족'이 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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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비교의 민족'이 일하는 법
  • 배동희 노무사
  • 승인 2022.09.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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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 노무사] 우리 일상에서 현재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흔하게 접하는 서비스 노동형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배달이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라는 앱은 우리 민족을 일컫는 표현을 동음이의어로 해서 상호로 이용했다. 우리 민족을 나타내는 표현은 그 밖에도 '백의의 민족', '한민족', '단군의 자손' 등이 있다. 모두 우리민족의 뿌리나 본질을 나타내는 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국민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은 무엇일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크게 고민되지 않고 떠오른 단어가 있다. 바로 '비교의 민족'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여기에 동의하는 분들도 많았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란 말도 유행한 것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법에서 비교의 의미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한자 '人'(사람 인)은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형상을 본 뜬 글자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활하고 존재하는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또 비교되면서 살아간다. 사회비교는 자기 인식 및 대인관계의 기본적 전제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먼저 다른 사람을 인식하게 된다. 타인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첫 단계는 자기자신과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아무튼 ‘비교’는 인류를 상징하는 징표 중 하나이고,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인간 생존의 가장 원초적인 조건이고 가장 강력한 본능 중 하나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행복이 삶의 최고 선이자 목적이라는 철학적 담론은 크게 이견이 없다. 이를 전제로 하면 인간의 비교 습성도 인간의 행복에 도움이 돼야 한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인정받고 싶은 본성이 현실에서는 집단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키우고 사람들 사이에 차별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오히려 그것은 행복과 반비례하는 것이다. '비교의 민족'이란 표현은 우리가 행복하지 못함을 설명하는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교에는 순기능이 있다. 어지럽고 맥락이 없어 보이는 사실들이 비교를 통해 객관화되고 차이점이 명확하게 돼, 전체적인 시각을 확장할 수 있다. 각 항목들을 일정하게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노동법 분야에서도 비교를 통해 확인하는 순기능이 많다. 

필자가 강의할 때 노동법 공부방법을 묻는 실무자나 수험생이 간혹 있다. 필자는 노동법에는 많은 영역이 존재하고 이를 나열하는 것보다 각각 비교·분류를 통해 개별근로관계법과 집단적노사관계법으로 크게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 영역은 법원(法源)으로 연결되어 있고 실제 사안에서 상호간 영향을 미치지만 각각의 특수성도 존재한다고 하면서 서로를 비교한다. 

개별근로관계법을 평면적 ‘영화’에, 집단적노사관계법을 입체적인 ‘건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에 기초하여 근로자가 입사부터 퇴사할 때까지 기본적인 관계, 즉 일하고(근로시간), 쉬고(휴식), 돈 받는(임금) 사용자와의 법률관계를 시간적 흐름에 따라 규율하는데 반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이라는 지붕(제1장 총칙)을 세 개 혹은 네 개의 기둥(제2장 노동조합, 제3장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제4장 쟁의행위 내지 제5장 노동쟁의의 조정)이 받치고 있다. 그 기둥들은 바닥(제6장 부당노동행위) 위에 기초를 두는 건물의 형태로 노동조합과 사용자와의 입체적인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고 출간하기도 한다. 근데 이는 노동법학에서의 내용 비교 도그마(Dogma)로만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배달앱 PG
배달앱 PG

심리학·사회학에서의 비교의 의미

심리학이나 사회학은 일찍이 이러한 '비교' 자체를 학문적 테마나 연구과제로 삼았다.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1945년 사람들간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의 태도 및 의견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비교이론'(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심리학에서는 비교가 불행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견이 많은 연구에서 지지됐고 사회비교 경향이 높을수록 우울감과 스트레스 등이 높고 자존감이나 주관적 안정감 등은 낮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할수록 불행해지는 이유는 나보다 나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초라한 나보다 화려한 남, 못 가진 나보다 더 가진 남, 불행한 나보다 행복한 남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못 가졌으며 불행한 내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한편 사회비교에는 위, 아래 두 방향이 있고, 이러한 상향비교와 하향비교의 방향에 따라 사람들은 정반대의 정서를 경험한다는 유명한 연구도 있다. 메드벡(Medvec)은 1992년 올림픽 중계 자료를 조사해 메달이 확정되는 게임 종료 순간의 표정을 분석하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보다 행복한 표정을 훨씬 많이 짓는다는 결과를 내렸다. 이유는 비교의 방향에 있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상향비교) 아쉬움과 실망감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했고,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자칫했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하향비교) 오히려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와 '일반 근로자'의 비교

이런 사회비교는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노동 현장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한 이분법적인 비교 구조(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관계)를 넘어 이제는 플랫폼 근로자와 일반근로자가 서로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비교 구조이든지,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노동 현장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곳에 위치한 자와 여러 가지 측면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비교의 대상은 출퇴근 시간, 휴식시간, 식사 등 복리후생 뿐만 아니라 평가, 승진, 임금, 성과급 등의 인사적 측면, 더 나아가 그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입고 다니는 옷, 주거공간인 아파트 등을 비교하게 된다. 이러한 비교의 끝은 노동 그 자체에 대한 비교이다. 과연 내가 제공하는 노동과 그들이 제공하는 노동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어 그들과 다른 처우를 받고 있는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레온 페스팅거와 메드벡의 논리를 노동 현장에 반영하여 설명해 보자면, 노동자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비교대상과의 비교를 하게 되면(상향비교) 심리적으로 우울감과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울한 노동자의 마음은 근로 태도에 반영되고 돌고 돌아 결국조직의 성과 저하의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우울한 노동자가 많은 기업과 사회는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 및 자살율 세계 순위는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노동'에 대한 타인과의 비교가 나비효과처럼 사회에 큰 파장을 가져오기에 우리는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노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동’에서의 비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교를 통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법에서 각국의 노동법을 서로 비교하여 연구하는 분야를 '비교노동법'이라고 한다. 기존 '노동'을 다루는 학문분야는 다양하다. 

필자의 전공분야인 노동법학만이 아니라 노동정치학, 노동경제학, 노동정책학, 노동사회학, 노동심리학, 노동역사학, 노동문학, 노동철학, 노동신학(해방신학), 노동복지학 등이 있다. '노동'이라는 공통 주제를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이라는 핵심가치를 기본으로 다양한 학문분야를 비교 접근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즉 구조적이고 전체적으로 비교 가능하면서도 통일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노동학'을 주창하면서 나오기도 한다. 이제는 노동현장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비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동에의 다차원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노동법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해석과 이해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배동희 노무사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후 경북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노무사로 십 수년간 중대산업재해사고 대응, 집단적 노사관계 전략 수립 및 실행, HR컨설팅 분야를 경험했다. ㈜효성에서 다년간 인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하며 인사제도 및 노사관리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로 재직중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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