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行' 이재용, 하만보다 7배 비싼 ARM…단독 인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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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行' 이재용, 하만보다 7배 비싼 ARM…단독 인수 가능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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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영국행, ARM 인수설 재점화
하만보다 최대 7배 이상 비싼 가격 걸림돌
반독점 규제도 걸림돌…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 땅을 밟은 가운데 ARM 인수 가능성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은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공장을 찾은 이 부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 땅을 밟았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 관련 비즈니스 미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면서 또다시 ARM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관심은 삼성전자가 6년 전 전장기업 하만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ARM을 단독 인수할 수 있을지로 쏠린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영국에 도착했다. 지난 6일 출장길에 오른 뒤 멕시코와 파나마 등 중남미와 캐나다를 거쳐 영국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현재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를 돌며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 활동에 힘쓰고 있다.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내년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70개국의 비밀투표로 결정돼 각 국의 표심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애초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와 만나 세계박람회 유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조문을 다녀오는 일정으로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영국 방문 기간 동안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ARM 인수를 타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인수합병 대상으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이 함께 거론됐지만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으로 ARM 인수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5조원에 달한다.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 ARM의 몸값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와 공급부족 현상 등으로 천장부지로 뛰어 올랐다. 가격은 50조~70조원대를 아우른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 소유인 ARM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인텔, SK하이닉스 단 두 곳이지만 이들 이외에도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후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ARM의 몸값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125조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본사가 가진 16조원 가량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국내외 자회사에 분산돼 있다. ARM을 단독으로 인수하려면 국내외 법인들로부터 현금성 자산을 상당액 끌어와야 한다. 여기에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상황을 감안할 때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에서의 지분 일부 매각에 적극 나설지 미지수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지분 75%, 비전펀드가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RM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단독으로 인수할 경우 반독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실제 2020년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올해 초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최종 인수에 실패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자국중심주의 성향이 짙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단독 인수는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가능한 대안은 컨소시엄 구성이다. 앞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박정호 부회장,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이 ARM 공동 인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 인수 추진이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반독점 규제 통과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공격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ARM 인수에 나선다면 삼성전자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자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주체는 삼성전자의 미국법인 SEA로 2016년 12월과 2017년 1월 말에 각각 30억 달러씩을, 2017년 2월 말에 잔금 20억2000만 달러를 납입해 계약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 본사→미국법인→하만'식의 연결고리로 딜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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