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택문제, 무조건 '공급'만으론 해결안돼"…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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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택문제, 무조건 '공급'만으론 해결안돼"…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9.15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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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정책, '270만호' 공급만으로 성공 못해
세밀한 주거 관련 데이터 모아야
'대기자 명부' 도입, 수요자 중심 정책 필요
공급자 중심 정책, 이젠 바뀌어야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사진=유태영 기자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사진=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대한민국 주택 정책은 '270만호' 공급하는 것이 전부다"

김준형 명지대 미래융합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젠 주택 몇백만호를 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닌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유도하는 주택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주택 정책 방향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주택 정책이 '270만호' 공급만으로 성공하진 않아

-윤석열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역대 정부에 비해 주택 정책이 유연해졌다. 최근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보단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 정부는 공공부문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기조였던 반면, 이번 정부는 민간과 같이 역할을 나눌 수 있게끔 하겠다고 나선 것은 변화된 부분이다.

다만,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고 개선되는지에 대한 각론은 아직 부족하다. 정부가 출범한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 계획수립에 머물러있다. 국토부의 올해 목표가 '로드맵 수립'에 그쳐선 안된다. 올해 뭘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아직 나오지 않는 점은 우려스럽다. 

-주거 관련 데이터에 기반한 주택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7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만 얘기하고 있다.

주택정책이 곧 주택공급 인허가 물량인 것처럼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 지은 주택에 누가 입주하느냐인데 어느 누구도 여기에 대한 관심이 없다. 주택 정책이 성과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각 정책이 목표로 하고 있는 수요자가 실제 입주하고 안정적인 거주를 하는 것까지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한다.

예컨대 200만 임대주택 재고 중에 적격가구 비중과 비적격가구 비중이 얼마인지, 소득별 가구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 정기 모니터링을 통해 비적격가구를 민간 시장으로 유도하고 공실을 적격가구로 채워야 하는데 이런 순환구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세밀한 주거 관련 데이터 모아야

-주거 관련 데이터는 있는데 활용을 못하는 건가. 

▲세밀한 주거관련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년의 연간 소득을 알 수 없다. 전국 단위로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은 'HUD'라고 하는 연방정부기관이 지역별 소득, 임대료, 주거문제를 겪는 가구수, 주거비 부담 문제를 겪는 가구 수 등을 모두 산정해서 지방 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한다. 지역별 맞춤 주거정책 수립이 가능한 구조다.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아직 이렇게 세세한 데이터 수집을 안하고 있다.

-선진국의 주택 정책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주택공급은 공공부문에서 담당하기도 하지만 주택조합 같은 비정부단체 들이 중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사업을 운영한다. 중앙정부는 계획을 평가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지만 판단한 뒤 공적지원을 하는 구조다. 자연스레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되고 임대주택도 관리가 된다. 입주자 민원 응대, 입주자 만족도 등 항목을 평가해서 잘하는 단체엔예산을 늘리고 못하면 줄인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대기자 명부' 도입...수요자 중심 정책 펼쳐야

-'대기자 명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 수요자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다. 연간 소득 수준, 필요 주거면적 등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다른 나라들은 대기자명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될때마다 신청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평소에 주택이 필요한 명단을 만들어서 관리한다. 예를 들어서 가장 먼저 입주해야 하는 가구, 그다음으로 입주해야하는 가구 등으로 나눈다. 그래서 공실이 10개 나올때 구간별로 배분해서 추첨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수요자들이 어느 지역을 선호하고 몇개 짜리 방을 원하는지 같은 데이터가 쌓여서 그에 맞는 공급을 할 수 있게 된다. 

대기자명부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과학화, 합리화, 고도화시킬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도입을 안하고 있다. 수십년간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가 어디인지, 원하는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같은 정보없이 그냥 우선 짓고 본다.

최근 SH공사가 갖고 있는 공공임대주택(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3000명이 지원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런 방식이 과연 정상적이냐는 거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증거다. 지금의 시스템은 철저히 공급자가 편하다는 이유로 유지하고 있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공급자 중심 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왜 수십년간 정책에 대한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하는지. 

▲수요자 중심의 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 LH나 SH 같은 공기업에서 성과평가지표로 이런 부분을 넣는다면 달라질수도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주택 정책의 중심이 주거 복지보단 개발중심 정책에 머물러 있다. 꼭 새로 지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주택이 너무 부족하니까 임대 주택을 전수조사했다. 실태를 보니 방을 1개만 써도 되는 가구가 방 4개짜리 주택에서 거주하는 경우 같은 미스매치가 많았다. 그래서 전수 조사 후 방 3개짜리에서 2개 짜리로 옮기도록 유도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때 이사비를 지원해주면서 공실을 만들어냈다. 재고를 확보한 뒤 적격가구를 입주시켜서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 주택에서 입주할땐 가구원이 3명이어서 방 3개짜리를 배정했는데 2명이 나중에 분가해서 임대주택에 1명만 거주하는 경우도 기존 주택을 계속 쓰는 경우가 많다. 최근 SH 임대주택 입주자 실태조사를 해보니 이렇게 필요이상의 주거면적에 거주하는 비율이 40~50% 정도라고 나왔다. 공공예산이 투입된 자산에 대해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준형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 조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주택학회 편집위원이다. 저서로는 '도시주택정책의 이해'(2022), '임대주택산업론'(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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