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 이끈 달러화 약세...증권가는 "섣부른 기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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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훈풍 이끈 달러화 약세...증권가는 "섣부른 기대 이르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9.1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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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에 원·달러 환율도 진정...증시에 호재
전문가들 "달러화 강세 추세 변화는 일러"
"원·달러 환율의 추세 변화는 연말까지 쉽지 않을 듯"
미 달러화의 진정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추세적 변화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달러화의 진정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것이 추세적 변화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추석 연휴 기간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를 한 번에 반영하며 장기간 연휴 이후 다시 장을 시작한 국내증시 또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을 이끌고 있는 것은 미 달러화의 진정세다. 그간 '킹달러'라 불리며 달러는 초강세 흐름을 보였는데, 이것이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국내증시에서는 원·달러 환율을 급등세로 이끌면서 외국인의 수급을 악화시켰던 것. 이같은 흐름이 추석 기간 동안 방향을 틀면서 글로벌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달러화 강세의 추세적인 변화를 예상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그 배경에 주목된다. 

달러화 약세 이끈 유로화 강세 

지난 12일(현지시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8.343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 8일 한 때 110선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8일 당시 달러화는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으며, 12일에는 8월26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달러화의 강세가 진정된 것은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유로화는 전일 기준 1.0122달러를 기록, 지난 8월1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 주에는 20년만에 최저치인 0.9862달러까지 떨어져 1유로=1달러를 의미하는 패리티가 붕괴되기도 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50베이시스포인트(bp)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주 열린 9월 회의에서도 75bp 인상에 나서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인상 이후 '이번을 포함한 2~5회의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언급하는 등 강경한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을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언급하며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EU(유럽연합)의 보다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9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75bp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다 하더라도 추후 긴축 속도가 늦춰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이같이 미 연준과 ECB 등의 정책 차이가 좁혀지면서 유로화는 강세를, 달러화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소석 시장 경제학자인 조나단 피터슨은 "달러화 약세의 촉매제는 ECB의 지속적인 매파적 태도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욕구의 반등"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이 달라지는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FT 역시 "미국의 휘발유 가격 하락에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아 CPI가 예상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이 낮아질 수 있고, 이는 달러화에 대한 진정세로 연결될 수 있다"며 "반면 유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한 에너지 위기가 여전히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달러화 강세 압력 여전"

유로화 강세가 촉발한 달러화 약세,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주식시장의 동반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는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히 유로화 약세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 커플링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에너지 위기와 맞물린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히 유로화 약세와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를 전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 연준의 긴축은 주택, 의료 및 서비스 전반에 걸친 수요측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 반면 현재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는 에너지와 식품 등 공급측 요인의 기여율이 70% 이상이라는 것. 

그는 "9월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올해 말과 2023년 1분기의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언급됐다"며 "에너지 민감도 차이와 긴축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부담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미 경기가 유로존 대비 우위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달러화 강세 압력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황수욱 메리츠금융 애널리스트 역시 "ECB는 9월 경제전망에서 성장 전망은 큰 폭으로 하향조정한 반면 물가 전망은 큰 폭으로 상향조정했다"며 "금리인상 가속에도 가시화되는 경기 침체에 유로화 약세 추세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최근 며칠간 하르키우주 주변 마을 수십곳을 재탈환했다"며 "이후 전쟁 관련 협상 스토리가 이어진다면 유로화 약세 흐름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달러화 약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370원대로 내려앉았다. 13일 오후 12시3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10원 내린 1375.70원을 기록중이다. 

달러화 강세 지속에 대한 전망이 강하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또한 유의미한 방향 전환은 아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레벨 부담에 따른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겨울철 유로화 약세와 맞물린 연말까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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