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1370원 넘었지만 "외환위기 급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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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환율…1370원 넘었지만 "외환위기 급 아냐"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06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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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 대비 0.3원 오른 1371.1원에 마감
수급요인·심리적 요인으로 원화 약세 현상 일어나
국내은행 외화 LCR 124.2%
"금융시스템 자체는 문제없어…달러가 독주할 뿐"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 만에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외화 유동성이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과 은행권 자금담당 부행장 등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현저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오른 137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369원에 장을 열었지만 상승폭을 확대하다 장중 한때 1377원까지 치솟았다.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새로 쓴 셈이다. 

장중 고가와 종가 기준으로 비교해도 모두 2009년 4월 1일(1392.0원, 1379.5원)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장 초반에는 수출업체 네고가 흐름을 주도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중국 위안화 약세 전환과 달러 추가 매수로 환율이 상승했다.

다만 장 마감 직전 외환당국의 막판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와 최종적으로는 전일 대비 0.3원 오르는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달러 강세 심화…환율 1400원 넘어 1500원까지 

달러·원 환율 급등을 이끄는 것은 '킹달러'(달러화 강세) 현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곧 14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 ▲중국의 대규모 봉쇄령과 부동산 위기 ▲유럽 에너지 문제 등을 꼽는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씩 인상하며 두 달 만에 150bp를 끌어올린 바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2.5%로, 만일 이번 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을 밟는다면 금리는 3.0~3.25%에 육박하게 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의 64%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7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고통 감수가 불가피해도 긴축적 정책 기조를 더 이어가야 한다"며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쓰촨성 청두, 광둥성 선전 등 대도시가 봉쇄되면서 경제적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다음달 16일 개최되는 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어 대도시 봉쇄조치는 다음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장기적 침체에 대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발표 여파로 유로화와 파운드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름이 지나지도 않았지만 유럽은 에너지 측면에서 겨울철이 다가오는 분위기"라며 "유로화 가치는 한때 20년만에 1유로당 0.988달러 수준까지 급락했고, 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음에도 유로화 가치는 에너지 리스크에 더욱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이클 악화·외환보유액 감소...금융당국은 "문제 없다" ? 

대외적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적인 상황도 달러·원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내 7월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황 사이클이 출하증가율 급락으로 무너지는 등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의 주 원인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과 대홍콩 반도체 수출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홍콩 반도체 수출은 7월 전년동월 -43.2%의 감소세를 기록했고, 1~7월 누적 수출기준으로도 전년동기 -17.6%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당국은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가 세계 9위라는 점을 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액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7월 반짝 반등한 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는 한 달 만에 약 22억달러가 감소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국내은행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 등을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이 수급요인과 심리적 요인에 의한 원화 약세 현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 나타난 위험회피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특히 국내은행들은 외화유동성 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과거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24.2%로 규제비율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내년까지 상대적 달러 강세…신용위험 우려는 제한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환율 상승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화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최근의 환율 움직임은 대외 여건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에 기인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며 "환율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므로, 고환율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한편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기업의 환위험 관리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큰 수준이고 2014년 이후 순채권국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나 신용위험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나쁘지는 않다"며 "그 당시에는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컸기 때문에 환율이 하루에 10%씩 상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 하루 변동성이 최대 1%대에서 머물고 있다"며 "환율이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차분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그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한국은행 쪽에서도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현재는 달러만 강세일 뿐 유로·원이나 위안·원 또는 엔·원 환율을 보면 원화 약세가 크지는 않다"며 "반도체 때문에 약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특정 경제위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 역시 반도체 사이클 악화로 상대적인 원화 약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그는 "연준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다양하기 때문에 연준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중국이나 유럽 쪽 악재 역시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환율이 계속 오른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반도체가 부담을 주기는 하겠지만 중국이나 유럽 쪽 악재가 개선되면 달러·원 환율은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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