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결정...지정학적 이슈에 지배될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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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결정...지정학적 이슈에 지배될 유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9.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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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10월 하루 10만배럴 감산 결정...유가 재차 상승세
전문가들 "OPEC+의 정치적 움직임...유가 변동성 노출 불가피"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결정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OPEC+가 감산을 결정하자, 국제유가는 재차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OPEC+의 결정이 '지정학적 무게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향후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둬 주목된다. 

OPEC+, 10월 생산한도 하루 10만배럴 하향조정

OPEC+는 5일(이하 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열고 10월 생산한도를 기존 대비 하루 10만배럴 하향 조정하

는 데 합의했다. 이는 앞서 지난 8월 결정된 소규모 증산 조치를 1개월만에 철회한 것이다. 
OPEC+가 감산에 나선 이유는 올해 하반기 원유 소비 위축으로 하루 90만배럴의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날 회의에 앞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 같은 이유로 하루 10만배럴 감산을 권고하기도 했다.  11월 원유 생산량은 내달 5일 예정된 OPEC+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억배럴에 달한다는 점에서 10만배럴의 감산은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최근 유가 하락세를 이끈 공급증가 노력의 '끝'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의 정책 반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공급증가 노력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려는 각국의 노력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서 6월 초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한 주간 7% 가까이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원인인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기대감을 높였으나, OPEC+의 감산으로 인해 유가의 하락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재차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부담도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WTI 가격은 3% 가까운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유럽 지역에는 더 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FT는 "OPEC+의 결정은 치솟는 천연가스 가격과 전기 가격으로 인해 불황 위험이 높아진 유럽에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OPEC+ 움직임 정치적 문제 반영...유가 변동성 노출"

더 큰 문제는 OPEC+의 이번 결정이 정치적 차원에서 움직인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유가가 더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라드 알카디리는 "이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계속 시장에 개입하려 한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회사인 엔베루스 이사인 빌 파렌 프리이스 역시 "이것은 정치적 차원"이라며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이 자국에 가한 제재에 대한 댓가를 치르기를 원하는데, OPEC+ 파트너들이 원유생산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OPEC+의 이같은 움직임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JP모건 분석가인 크리스티안 말렉은 "이번 결정이 향후 더 역동적인 방식으로 연준과 같이 시장에 개입할 OPEC+의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가가 공급과 수요의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이슈에 따라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유가가 향후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증권가 "미국 양보 없다면 증산 지연 불가피"

국내 증권가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OPEC+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산조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단행됐는데, 앞서 7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3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안보 재보장 약속을 근거로 최대 하루 40만배럴의 증산 가능성까지 논의한 바 있다.

지난달 3일 미 국무부는 예정대로 사우디와 UAE에 대해 군사무기 판매를 승인했으나,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 의회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 이와 함께 F-35 등 공격용 무기에 대한 판매 금지 조치는 철회되지 않은 가운데 숙적인 이란과 핵협상까지 재개하는 등 사우디의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걸프 3국의 유가-재정균형유가 스프레드는 여전히 배럴당 20달러 영역대로 적극적인 감산에 나설 이유는 없는 수준인데, 결국 중요한 것은 이익방어보다는 안보라는 사실"이라며 "공은 다시 바이든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걸프 3국의 증산 가능성은 바이든의 안보 재보장에 기반한다"며 "지금처럼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의 양보가 부재하다면 이들의 증산도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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