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종말 시나리오···'유동성 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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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종말 시나리오···'유동성 경색'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9.05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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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과 주가 및 채권가격 하락으로 시장 약세를 완만하게 하기 위한 현금이 필요한 때 미국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채권 축소가 가속화하면서 시장 유동성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금리 상승과 주가 및 채권가격 하락으로 시장 약세를 완만하게 하기 위한 현금이 필요한 때 미국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채권 축소가 가속화하면서 시장 유동성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긴축을 시작함에 따라 유동성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런던 자산운용사인 러퍼는 금리 상승과 주가 및 채권가격 하락으로 시장 약세를 완만하게 하기 위한 현금이 필요한 때 연준의 보유채권 축소가 가속화하면서 시장 유동성 고갈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양적 긴축에 대해 우려하는 곳은 러퍼만이 아니지만 상당히 놀랍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퍼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운용사로 지난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발행한 50년 만기 채권으로 가장 만기가 긴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했다. 이제 자산의 40%를 현금으로 보유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투자를 한다.

러퍼는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봉쇄 때 주가가 30% 넘게 떨어졌지만 펀드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으며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는 오히려 이익을 냈다. 강세장에서는 성과가 우수하지 않았다.

연준은 이달부터 월간 채권 축소 규모를 국채 600억달러, 모기지담보증권 350억달러씩 모두 950억달러씩 줄이게 된다.

거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는 양적 긴축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시장이 '유동성 구멍'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주식 전략가는 양적 긴축만으로 주가가 7% 떨어질 수 있다면서 양적완화 효과가 반전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 픽스드인컴 글로벌 헤드는 양적 긴축과 금융시스템 배관 사이의 상호작용은 너무 복잡해서 누구도 적절하게 예측할 수 없다면서 "진실은 연준을 포함해 누구도 정말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현 재무장관이 연준 의장이었을 때 양적 긴축이 진행됐으며 당시 시장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기 전까지만 해도 양적 긴축은 완벽하게 진행됐다. 옐런은 2017년 대차대조표 축소가 예상 가능한 속도로 이뤄지는 것은 "페인트가 마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실제로 2년간은 그랬다.

지난 2010년 금융시스템에 핵심적이며 연준의 풍부한 지준에 의존하는 오버나이트 대출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전면적인 신용경색을 막기 위한 긴급 구제가 시행됐다.

연준은 달러화의 특별한 형태로 지급준비금을 만들어내는 데 오직 은행이나 유사 기관만 보유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은행이 만들어낸 전자 화폐나 현물 달러를 대부분 사용한다.

양적완화가 시작되면서 연준은 은행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하려고 지급준비금을 만들어내면서 그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2017년과 달리 막대한 은행의 막대한 지준은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중앙은행으로 돌아갔다. MMF는 저축하는 이들이 저축계좌의 유동성 대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연준의 오버나이트 역레포(RRP)를 매입하는 것이 허용된다.

MMF 등을 통한 연준과의 RRP 거래가 급증하면서 금융시스템에서 2조2천억달러의 지준이 빠져나갔다. 연초에는 '제로'였다.

금융권의 지준 감소는 현재로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은행은 지나치게 많은 예금과 지준을 쌓아두고 있으며 여전히 지난해보다 많은 3조3000억달러의 지준을 보유하고 있다.

러퍼가 우려하는 것은 지준의 감소가 은행의 위험 감수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올해 주식과 채권 매도를 촉발한 약세장 이후 대규모 지준 인출이 예상된다고 러퍼는 말했다.

MMF로 지준이 지나치게 빠져나가면서 지난 2019년의 발작 재현을 피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은행의 지준이 2조5000억달러가 되면 연준이 양적 긴축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MMF가 계속 예금을 잡아먹고 연준의 역레포에 예치되면 이르면 내년 1월 연준은 QT를 일찍 종료할 수밖에 없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연준은 MMF가 은행 예금으로 돌아가도록 초과 지준에 부과하는 금리를 낮출 수 있다.

만약 양적 긴축이 일찍 마무리되면 같은 정도의 정책 긴축을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가 되며 주가는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WSJ은 이런 위험이 실제적이지만 언제 시장에 타격을 줄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갑작스러운 충격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루한 모습을 보이는 양적 긴축을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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