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전경련, '반도체산업 위기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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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전경련, '반도체산업 위기론' 제기
  • 최인철 기자
  • 승인 2022.09.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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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반도체 전문가, 위기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
전경련"대만, 첨단 미래산업 규제 완화 인센티브 제공"
경제단체들이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론을 일제히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단체들이 한국 반도체산업 위기론을 일제히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최인철 기자]경제단체들이 한국 대표산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가격하락, 중국과 대만의 기술추격 등 장단기 리스크가 겹겹히 쌓이고 있다면서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을 기록하며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6.7%은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위기상황 초입’ 56.7%, ‘위기 한복판’ 20%)로 진단했다.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은 20%,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금세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은 결과,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58.6%)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순이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최근 수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전문가들과 시장조사기관들은 3분기에도 2분기 대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며 “업계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의 신규 공급처로 중국 YMTC를 낙점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에 위기감을 안겨줬다. YMTC가 애플에 공급하게 될 낸드플래시 부문은 한·중간 기술 격차가 1~2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외현안으로 급부상한 ‘칩4 논의’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36.6%를 차지한 가운데 ‘부정적’이라고 답한 전문가 비중도 46.7%에 달해 논의에 보다 신중하게 임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했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R&D, 공급망 협력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한편 미중 경쟁 심화 및 중국의 반발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을 차례로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만의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보다 2배 이상 많은 반도체 대기업을 보유한 데는 첨단·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은 7895억달러로 한국(1조7985억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세계 1위 TSMC와 3위 UMC,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분야 세계 4위 미디어텍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만의 매출액 10억달러 초과 반도체 대기업 수는 28개로 한국(12개)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이 지난 3년간(2019∼2021년) 반도체 산업의 평균 법인세 부담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6.5%로 대만(14.1%)보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27.0%, SK하이닉스 23.1%, LX세미콘 20.1% 등으로 한국 주요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15%를 상회했지만 대만의 경우 TSMC 10.9%, 미디어텍 13.0%, UMC 6.1% 등으로 모두 15%를 밑돌았다.

대만은 인력, 연구개발(R&D), 세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등 미래산업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대만은 반도체 전문 인력 2000명 양성을 목표로 2021∼2025년에 15억 대만달러(약 646억원)를 투입하고 국립대만대에 반도체 관련 대학원을 개원하는 등 인력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D 분야에서는 산업기술연구기관이 인공지능(AI)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제공하고 연구개발비 총액의 40∼5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 2년 이상 투자한 대만 기업 중 자국으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출 및 대출이자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강 교수는 "대만은 미래 핵심기술 영역에 대해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정부가 인력·R&D·세제 등 전분야에 걸쳐 상호연계하고 세밀하게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은 핵심 기술인력 확보의 경우 우수인력 육성과 해외 핵심인력 유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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