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환율] 반도체 악재로 환율 1362원 돌파…1380원대로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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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환율] 반도체 악재로 환율 1362원 돌파…1380원대로 갈 수도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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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AI용 반도체 중국 수출 제동
전문가들 환율 상단 1380원대까지 예측
고용지표 양호하지만 연준 매파적 입장 고수
8일 ECB 통화정책회의…50bp나 75bp 인상 유력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달러·원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3년 4개월여 만에 1360원을 돌파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이슈가 불거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9월에도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7원 오른 달러당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1일)에는 전 거래일(1337.6원)보다 17.3원 상승한 1354.9원에 거래를 마치며 큰 상승폭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다음주 달러·원 환율 변동 범위를 1310~1380원까지 예측했다. 상단을 1380원대까지 열어둔 것이다. 

반도체 이슈가 달러 강세 유발

이러한 달러 강세는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일어났다. 

미 정부는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으로 첨단 칩 수출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기술을 무기 개발이나 정보 수집 같은 군사적 목적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전세계 GPU 반도체 분야 1, 2위 기업으로 엔비디아의 경우 이번 분기에만 4억달러(약 5400억원) 어치 물량을 중국에서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올해 하반기 급격히 위축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까지 D램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하락세는 내년까지 계속되며 반도체 업황을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 등도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내년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부진한 상황인데다 엔비디아 쪽 악재까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이번 주 두드러지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외에도 중국 봉쇄령 등의 악재도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 움직임이 워낙 방향성이 뚜렷한 데다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꺾이며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조금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만 시장이 차익실현에 나설 수도 있어서 달러·원 환율이 한풀 꺾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며 "환율 상승세가 지난 2주간 가팔랐기 때문에 이번주에는 한 템포 쉬어가는 타이밍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美 고용지표 양호하지만 시장 불안감 지속

지난달 미 고용시장은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8월 일자리가 31만5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의 52만6000명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한 성장이다. 또한 월스트리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31만8000개와 거의 일치했다.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업종이 6만8000개의 일자리를 늘렸고, 의료 서비스와 소매업이 각각 4만8000개, 4만4000개 증가했다. 제조업과 금융업은 각각 2만2000개, 1만7000개 증가했다.

실업률은 지난 7월 3.5%로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8월 3.7%로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연준이 고용지표에 어느 정도 안도했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여전히 강한 긴축을 선호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타이트한 여건이 임금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는 만큼 연준의 통화 긴축 행보에 있어 매파적인 시각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연준위원들이 내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추며 인상 기조가 조기에 마무리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며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볼 수 있으며, 지난 7월 FOMC에서 정책 전환 기대를 내비친 이후 이어진 자산가격의 상승을 경험한 만큼 당분간 매파적인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는 측은 43%,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는 측은 57%다. 

6일 미국 ISM 서비스업지수 발표, 8일 ECB 통화정책회의

오는 6일에는 미국의 ISM 서비스업지수가 발표된다. 이어 7일에는 베이지북이 공개되며, 8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 인상을 0.50%포인트 혹은 0.75%포인트까지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나 최근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9.1%까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 ECB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11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독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7.5%,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8.9% 상승을 기록하며 두자릿수에 근접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과 유로화 약세 심화 등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7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매우 많은 위원이 ECB의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전해졌다"고 밝혔다.

백 연구원은 "이번주는 정해진 일정보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인 부분이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것"이라며 "반도체 쪽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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