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전국노래자랑' 새 MC 김신영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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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전국노래자랑' 새 MC 김신영에 거는 기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03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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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놀라운 속보였다. 연예 뉴스가 속보로 뜨면 보통 좋지 않은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소식은 결이 달랐다. 방송인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MC로 선정되었고, KBS는 이 소식을 속보로 내보냈다.

이 뉴스를 접한 순간 ‘아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신박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과거 김신영이 대중에게 보여준 다양한 모습이 영상처럼 흘러갔다. 그중에서도 세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떠올랐다.

김신영의 오늘을 있게 한 장면들

첫 장면은 김신영을 대중에게 각인 시킨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행님아’ 코너다. 2003년에 SBS 공채개그맨 7기로 데뷔한 김신영은 이 코너에서 강호동의 코미디 연기를 그대로 재현하며 연기와 성대모사 실력을 맘껏 발휘한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김신영은 재능보다 외모나 체형이 부각되었다. 이후 그녀는 '무한걸스' 시리즈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큰 활약을 했지만 대중에게 체형을 방송 소재로 삼는 방송인으로 비치기도 했다. 거기에는 방송 제작진들이 김신영의 이미지를 주로 체형 관점에서 소비한 책임도 있다.

두 번째 장면은 김신영이 센터와 주장을 맡은 ‘셀럽파이브’다. 일본 여고생들의 막춤 공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신영이 2018년 송은이와 기획하고 제작한 아이돌(?) 그룹이다. 김신영과 송은이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 여고생 측과 협의해 저작권까지 해결했다.

다섯 명(지금은 네 명)의 여성 개그맨들로 이뤄진 ‘셀럽파이브’는 예능 판도의 흐름을 바꾼 게릴라였다. 여성 방송인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보수적인 방송가에 맞서 송은이는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독립 방송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판을 벌였다. 여기에 김신영, 안영미, 신봉선이 뜻을 함께 했고 이들이 뭉친 셀럽파이브 활동은 방송가에 의미 있는 자극을 주었다. 

세 번째 장면은 ‘둘째 이모 김다비’다. 김신영은 트롯트 가수로 데뷔하면서 부캐인 둘째 이모 김다비로 분했다. 이는 그녀의 과거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웃찼사'나 '무한걸스', 혹은 김신영이 오래도록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에서 상황극을 벌이며 식당 이모나 목욕탕 세신사 이모를 완벽하게 소환하곤 했다. 특히 그녀의 할머니 연기는 과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런 재능은 김신영에게 뛰어난 관찰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능력이 총화된 캐릭터가 바로 ‘둘째 이모 김다비’다.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이모와 같은 모습으로 대중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고 그들을 위로하는 힘을 가진 캐릭터였다. 이전에는 다소 젊은 세대에게 어필했다면 이제는 좀 더 폭넓은 세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전국노래자랑' MC라는 무게

KBS에 있어 '전국노래자랑'은 단지 시청률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다. 40년 넘은 장수 프로그램인 데다 지역 예심은 물론 본선이 벌어지는 기간 내내 그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버리고, 무엇보다 ‘송해’라는 국민 MC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해의 건강이 나빠진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후임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자천 타천으로 많은 이가 '전국노래자랑' 후임으로 오르내렸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거론되기도 했고, 몇몇 이들은 후임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MC 자리에서 내려올 날이 다가오는 것을 예감한 송해도 생전에 후임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누구라고 이름을 콕 집기도 했지만 그는 대중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무엇보다 코미디의 결을 가진 이가 맡았으면 한다고 밝혔었다.

아무튼 KBS 입장에서는 송해의 후임을 정하는 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이 최초로 내린 선택은 작곡가 이호섭과 아나운서 임수민의 공동 진행이었다. 다만 ‘임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중의 반응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후임을 정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KBS는 임시라는 약속을 지켰다. 두 임시 진행자가 방송을 무난하게 진행하고 있어 차츰 시청자의 눈에 익으면 고정으로 자리 잡아도 될 듯했지만 방송국은 변화를 선택했다. 

'전국노래자랑' 새 진행자 김신영. 사진제공=KBS
'전국노래자랑' 새 진행자 김신영. 사진제공=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김신영

그렇다면 KBS는 김신영의 어떤 면을 보고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진행자로 뽑았을까? 그 결정에 영향을 준 배경을 김신영의 부캐 ‘둘째 이모 김다비’로 엿볼 수 있다.

우선 김신영은 뛰어난 ‘희극인’이다. 연기면 연기, 성대모사면 성대모사, 모든 것을 뛰어나게 수행하는 코미디언이다. 그런 재능이 캐릭터로 승화한 것이 ‘둘째 이모 김다비’다. 전국방방곡곡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특히 현장 관객들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 '전국노래자랑'과 어울리는 모습이면서 자격이기도 하다.

김신영은 또한 관찰과 노력의 인물이다. 그녀의 희극인으로서의 재능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지만 뛰어난 관찰력과 끝없는 노력이 뒷받침 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둘째 이모 김다비’로 보여주는 디테일한 설정이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면서도 관객과 대중의 반응을 관찰하며 방송에 적용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김신영은 현장을 편한 분위기로 이끌 수 있는 방송인이다. 그래서 대중은 그녀를 친근하게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모 김다비’ 활동이 그랬다. 방송을 보면 의도된 연출이 아닌 시민들의 실제 반응을 볼 수 있다. 누구든, 나이가 많든 적든 김신영을 둘째 이모로 여기고 김신영은 그런 시민들을 조카 다루듯 한다.

그래서 새 MC가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이 기대된다. 김신영이 관객을 어떻게 대할지, 관객이 김신영을 어떻게 대할지. 그런 '전국노래자랑'이 일요일 오후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

김신영이 만개하는 모습이다. 박찬욱 감독이 그녀에게서 배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공영방송 KBS는 그녀에게서 진행자의 면모를 엿본 것으로 보인다. 김신영이 '헤어질 결심'에서 영화에 녹아든 배우가 되었듯 '전국노래자랑'에서 전 국민의 취향을 저격하는 진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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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봉 2022-09-03 10:36:33
송해처럼 장수하기를 빕니다. 그러려면 일단 건강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건강하려면 치아가 건강해야하는데 기존의 치의학 이론에 오류가 있어서 그 이론으로 만든 치약은 건강 효과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얼굴이 밝은 성직자는 가짜다’의 저자가 산중에서 수행하면서 야생동물은 평생 치석과 치주질환이 없는 이유를 연구해서 칫솔이 필요 없는 신개념 치약을 개발했답니다. 이 치약(길몽웰빙치약)을 사용하면 잇몸통증과 시린 이가 사라지고 코골이와 치매도 예방된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