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찾은 총수들...이재용·정의선·최태원·신동빈·구광모의 '新 현장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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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찾은 총수들...이재용·정의선·최태원·신동빈·구광모의 '新 현장경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3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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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式 '식판 경영'…임직원 결집 의도로 읽혀
'소통·경청·겸손' 기업 특성 맞게 소통 전략도 다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SDS 잠실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내식당을 찾아 직접 식판에 음식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현장경영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복권 후 모두 네 차례 현장 경영 행보에서 이 부회장은 빠지지 않고 구내식당을 찾았다.

실리와 효율성을 강조한 평소 지론이 구내식당 방문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연말 회장 승진을 앞두고 '이재용식 뉴삼성'의 도약을 위한 내부 다지기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셀피를 찍는 모습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은 소탈함과 친근함으로 다가서는 차별화된 경영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31일 삼성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현재까지 모두 네 차례 현장 방문에서 모두 구내식당을 찾았다.

복권 후 첫 공식행보였던 지난 19일, 이 부회장은 경기도 기흥캠퍼스 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 참석하기 전 점심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 또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와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처음으로 방문해 경영진과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네 차례 방문에서 모두 구내식당을 찾았다. 식사시간은 15~20분 사이로 짧았으며 저염식 황태해장국 등 메뉴도 특별할 게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SDS 잠실센터를 찾아 배식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식판 경영'의 속내

이 부회장은 삼성 안팎에서도 잘 알려진 '구내식당 애호가'다. 삼성전자가 서울 태평로 사옥에 입주했던 2008년까지 이 부회장은 종종 인근 삼성생명 지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을 자주 찾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됐던 2018~2020년에도 구내식당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 풀려난 이후인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되기 전인 2020년 사이 모두 9번 구내식당을 찾았다. 

2018년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났을 당시에도 오찬 장소로 구내식당을 택했다. 또 2019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화성사업장, 온양사업장과 상일동 삼성물산을 방문했을 때도 모두 구내식당에서 식사했다. 2020년 역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삼성전자 반도체 자회사 세메스의 천안사업장,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직원과 소통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 대규모 투자 집행과 연내 회장 취임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임직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소속감을 높여 조직이 속도감 있게 나아가기 위한 메시지 전달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2026년까지 모두 450조원을 투자하고 약 8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도체 분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감도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연한 SBS '식자회담' 방송화면.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소통·경청·겸손' 회장님의 소통 전략

이 부회장 못지 않게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의 소통 전략도 제각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대그룹 회장 중 유일하게 소셜미디어(SNS)를 운영 중이며 현장 방문 때 간담회나 '번개(즉석모임)' 등을 통해 임직원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수평적 소통을 주문하면서 자신의 영어 이름인 '토니(Tony)'로 불러달라 요청한다. 특히 100회를 넘어선 '행복토크'를 통해 최 회장은 구성원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에 답하고 이를 반영해 즉석에서 실행을 지시하는 등 소통과 실행력을 강조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둘째)이 2020년 2월19일 SK 구성원들과 저녁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회장은 임직원과 소통은 물론 '국가발전 프로젝트'로 국민과 소통에 힘쓰고 있다. 최 회장은 경제 토크쇼 '식자회담'(SBS)에서 직접 '식자단장'을 맡아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식자회담'은 모두 6부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가지는 경제적 측면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사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6일 오후 11시30분 전파를 탄 첫 방송은 심야시간대에도 불구하고 2.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닐슨코리아 집계) 또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 요즘, 우리'를 마친 뒤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소통에 적극적이다. 경청의 리더십으로 유명한 정 회장은 구성원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미래 변화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2019년부터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임직원들과 대화 '타운홀' 미팅에도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상황에서 속에 온라인으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을 경청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올해 3월 현대차와 기아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인당 400만원 규모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요즘, 우리'에 사전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1시간30여분 동안 직원들과 나란히 앉아 고이들의 고민을 듣고 사회자로 나선 오은영 박사가 제시하는 해법을 경청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모든 구성원이 건강하게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게 저의 일"이라면서 "여러분이 긍정적 생각을 갖고 목표를 이루고 회사도 잘 되도록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계 단절과 일상 변화를 겪은 직원을 위로하고 직장과 가정에서의 고민을 해소하고자 토크 콘서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LG대표가 직원에게 제품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LG 

2018년 6월, 40세의 나이로 LG그룹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주)LG 대표는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상무에서 회장으로 직행한 구 대표는 임직원과 격의없는 소통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후에도 구 대표는 임직원과 마주할 때 허리 숙여 인사하는 등 '겸손과 배려의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LG의 자율경영 전통을 계승해 '임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리더'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고객 가치에 있어 일관된 경영 철학을 펼치고 있다. 

구 대표는 MZ세대와 소통에서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2019년부터 32년간 이어온 오프라인 시무식을 없애고 전 세계 임직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PC나 모바일 기기로 신년 메시지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말 구 대표는 전 세계 임직원에게 2022년 신년사를 담은 '안녕하십니까, 구광모입니다'라는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9년 3월4일 롯데월드타워 지하에 위치한 구내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복권 후 소통과 상생에 방점을 찍었다. 롯데는 롯데백화점 등 롯데 유통 6개사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 다음달 독일과 미국에서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롯데 유통 6개사와 협력 중소기업 100개사 그리고 국내 우수 중소기업 100개사가 참여한다. 롯데그룹은 제품 홍보와 콘텐츠 제작, 라이브 커머스 판매 방송, 현장·온라인 상담 등을 지원한다. 또한 신 회장은 복권 후 첫 공식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택했다. 다음달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리는 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한 후 현지 유통 사업을 둘러볼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호찌민 신도시 투티엠에 대형 복합 단지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 중이다. 

신 회장은 앞서 이 부회장과 비슷한 행보를 걷기도 했다. 2019년 3월4일 점심시간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소통 리더십'을 선보였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직원의 사진요청에 기꺼이 응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은 평상시에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경우 구내식당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년 8월 집무실을 소공동에서 잠실로 옮긴 뒤부터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 등 직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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