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파월 연준 의장은 '70년대의 반복'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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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파월 연준 의장은 '70년대의 반복'을 우려한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8.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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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8월 25일부터 시작된 2022년 잭슨홀 미팅 후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6월 저점 이후 23% 이상 반등했던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26일 하루 만에 4% 가까이 떨어졌고, 다른 국가 증시들도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피 역시 2% 이상 하락했다.

하루 이틀의 하락 이후 소폭 반등하고 있긴 하지만 잭슨홀 미팅의 영향은 제법 컸다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미국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이 미팅에서의 연설을 연준과 시장의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실 6월 저점 이후 증시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인식이 퍼졌었다. 첫째는 물가 고점론이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월의 9.1%보다 내려간 8.5%를 기록하면서 이제는 물가가 고점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국제 원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고점 대비 20% 이상 내려온 상황이기 때문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우려는 실제로 둔화된 상황이다.

두번째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긴축 속도 조절론이다. 연준의 인사들은 앞다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안정될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다르게 생각했다. 물가가 고점을 기록하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준이 강한 긴축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여년에 걸쳐 연준은 그런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된 향후 정책금리 전망치는 내년 초부터 인하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 

파월 의장, 잭슨홀 미팅서 분명한 긴축의지 

하지만 잭슨홀 미팅에서의 파월 의장 연설로 이러한 전망은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파월 의장은 연설의 형식 면과 내용 면에서 모두 긴축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연설 시간을 당초 예상보다 매우 짧게 8분 남짓으로 제한하며 과거 교과서적인 멘트들로 인해 발생했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인상을 줬다. 또한 8분 동안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6여회나 사용해 현재 연준의 관심이 경기보다 물가 안정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70~80년대 오일 쇼크와 관련된 발언이었다고 생각된다. ‘역사는 어설프게(prematurely) 긴축의 끈을 놓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를 보낸다’는 표현을 통해 파월 의장은 70년대 아서 번스 의장 시절의 정책이 사실상 오류였고, 그것이 결국 70년대 후반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후임 폴 볼커 의장의 강력한 긴축으로 마무리되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볼커 의장의 강력한 긴축은 당연히 누구도 원치 않는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이러한 점은 실제로 해당 시점의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70년대 초반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다소 비시장적인 통제(임금 및 가격 통제)가 수반되긴 했지만, 정책당국은 기준금리 수준을 물가보다 높게 유지했고, 그 효과로 물가는 떨어졌다. 하지만, 70년대 중반 긴축의 효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바꿨고, 이후 70년대 후반까지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했다.

물론 앞서 지적한 대로 70년대 중반 경기 둔화 과정에서 물가가 내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실질 기준금리가 유지되면서 물가 하락은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 5% 이상에서 제한됐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유지됐다. 이에 따라 70년대 말이 되면서 물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79년에 연준 의장으로 임명된 볼 볼커의 공격적인 긴축, 즉 큰 폭의 플러스 실질기준금리 정책이 한동안 이어진 후에야 물가는 잡히기 시작했다.

2~3%대의 물가로 돌아온 것은 83년이었다. 2~3년 간의 강력한 정책이 가까스로 물가를 잡은 것이다. 게다가 이후에도 연준은 상당 기간 계속해서 높은 플러스 실질 기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또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명한 화폐금융학자인 존 테일러 교수는 이미 2021년 7월 컬럼을 통해 아서 번스가 ‘모든 문제를 추상적인 구조의 결함 탓으로 돌리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빗대어 현재 파월 의장 하의 연준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즉, 작년까지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금의 물가 상승이 지난해 매우 낮았던 인플레이션에 따른 반등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러한 인식 하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금 와서 보면 그의 지적은 적중했고, 연준은 부랴부랴 자신들의 실수를 되돌리려 하는 중이다. 연준의 긴장감이 시장의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시장도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존 테일러 교수뿐 아니라 세계적인 보험회사 그룹인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수석 고문 역시 2021년부터 연준의 소극적인 태도가 결국은 물가를 크게 끌어 올릴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바 있고, 여전히 같은 입장을 지속 중이다.

연준이 물가를 잡는 숙제를 늦출수록, 물가를 잡기 위해 성장을 희생해야 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자본 시장에 있는 많은 참가자들이 결국 침체를 통해서만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다시 잭슨홀 미팅에서의 파월 의장 연설로 돌아가 보자. 연설문의 곳곳에는 과거의 교훈이 반영된 표현이 적시돼 있다. 파월 의장은 6월에 비해 7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아진 점에 대해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한 달의 데이터는 매우 부족한 정보라고 얘기했다.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장기적인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과거의 경험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한 금리 인상이 분명하게 경제의 여러 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물가 상승이 갖는 폐해가 더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의 긴축 기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누구도 반기는 바가 아니지만, 연준이 침체 가능성과 현재 수준의 고물가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 물가는 결국 경기 침체가 도래해야 잡힐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한 셈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원격회의 형식으로 열린 연례 경제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원격회의 형식으로 열린 연례 경제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 연준의 스탠스가 시장에 주는 시사점

이러한 상황은 채권, 외환, 증시에 모두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수 밖에 없고, 달러화 강세 기조를 유지시킬 것이다.

최근 시장금리는 6월 중순 증시 바닥과 함께 고점을 기록한 후 크게 내렸지만,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달러유로 환율은 패리티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350원에 근접해 조만간 14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바탕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준의 긴축 기간 중 우리가 먼저 긴축을 멈추기 어렵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과 달리 환율이 물가 안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시기에 증시는 채권시장보다 다소 유리한 점이 있다. 고정 명목 이자를 받는 채권과 달리 주식이 가치의 기반으로 하는 배당금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상승과 금리 상승이 초래할 경기 둔화가 네거티브 물량 효과를 발생시키겠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명목 실적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시스템 위험이 커지지 않는 한(지금으로서는 시스템 위험이 감지되지 않는다) 증시의 폭력적인 하락을 예상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폭력적인 하락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식의 기대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얘기와 같을 수는 없다. 증시 전체가 횡보를 해도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과 투자수익률을 보이는 주식은 당연히 있겠지만, 증시 전체가 오를 때보다 그러한 주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는 생업에 종사하며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올해 봄부터 이 컬럼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은 전체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채권과 주식, 해외 등으로 다변화해 두고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하는 것, 그리고 단기적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이는 시기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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