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실적 30일부터 공시…금융사들 '통계의 함정'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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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 실적 30일부터 공시…금융사들 '통계의 함정' 반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8.2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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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건수·수용건수·수용률·이자감면액 공시
비대면 신청 늘어나면서 수용률 하락
"수용률로 줄세우기보다는 실제 금리 얼마나 감면됐는지 봐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정부 정책에 따라 이달 말부터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등 각종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이 반년마다 공시된다. 

지난 22일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에 이어 금융사간 금리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조치다.

다만 예대금리차 공시 때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줄세우기'로 인해 오히려 금융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꼽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30일부터 금융사들은 업권별로 협회·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올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공시한다. 실적에는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 ▲수용건수 ▲수용률 ▲이자 감면액 등 네 가지 항목이 포함됐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대출을 받은 차주 본인이 취직, 승진, 소득 증가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융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금까지는 금융사들에게 이를 공시할 의무가 없었지만,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부터 이 실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신청건수 수용률 하락…통계의 함정 빠지기 쉬워

다만 금융사들은 이러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에 수용률이 포함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신청건수가 많을수록 수용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비대면 신청 증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7년 59.3%였던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20년 31.6%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79.3%→62.6%), 여전사(73.2%→58.3%), 보험사(59.1→48.8%)의 수용률도 같은 기간 각각 하락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회입법조사처

금융위는 이번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로 인해 금융사 간에 금리 경쟁이 일어나 소비자들에게 더욱 이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방적인 수용률 공시가 실제로 금융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낮다고 해서 그 금융사가 무조건 좋지 않다고는 볼 수 없다"며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신청자가 많아지면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신청을 하게 돼 수용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마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공시 시 혼란이 예상된다"며 "어느 금융사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밝히려는 정부의 취지에는 약간 어긋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개인이 특정 금융사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을 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냐 아니냐를 수용률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단순 정보 제공은 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용률보다는 금액과 건수 중요"

금융사들은 비대면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수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을 100% 비대면으로 신청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수용률이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 역시 금리인하요구권 과정을 비대면으로 운영하면서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청한 당일에 결과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보니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계좌를 6개월 동안 50회 넘게 신청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실제로는 수용 금액과 건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것은 모두 금융소비자 편의성을 위한 것"이라며 "편의를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는데 오히려 수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는 것은 옳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경우 연 2회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금리인하요구 안내 문자를 지난 5월부터 월 1회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건수는 4만3071건, 수용금액은 2조2216억원에 달한다.

"소비자 권익 위해 부작용도 고려해야"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의 활용 수준을 '수용률'로 판단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용률은 금융회사의 책임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도 '비대면 신청'을 통해 금리인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신청이 증대한 것이 수용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회사의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을 판단할 때에는 수용률뿐만 아니라 신청건수, 이자감면액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수용률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금융회사가 오히려 신청 안내 등을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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