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드라마 '신병', 진부한 소재인데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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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드라마 '신병', 진부한 소재인데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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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사단장 아들이 신병으로 들어온 내무반은 어떤 분위기일까? 내무반 선임들은 물론 부대 간부들도 신경이 쓰일 게 분명하다. 이런 찜찜한 상황을 그린 드라마 '신병'이 화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콘텐츠 영향력 순위를 조사한 여러 곳에서 1위를 차지한 지난 8월초와 중순, '신병'은 2위나 3위를 차지하곤 했다. 대중들 호불호가 분명한 군대 이야기가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갔을까.

콘텐츠 제작의 새 흐름을 보여주는 '신병'

'신병'은 원작이 있는 콘텐츠다. 원래는 ‘스튜디오 장삐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유튜브로 공개했었다. 군대에서 실제 벌어질 법한 이야기에 동작을 단순화한 애니메이션과 극사실적 목소리 연기를 입힌 영상들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장삐쭈’는 패러디 영상과 병맛 콘텐츠를 만들어 구독자가 많은 크리에이터다. 그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신병’에서는 거의 모든 배역의 목소리 연기를 도맡았는데 장삐쭈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2019년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신병’은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2020년에 시즌 2를 공개했고, 현재는 시즌 0이 진행 중이다.

‘애니메이션 신병’의 유튜브 조회 수를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8월 26일 현재 시즌 1의 ‘전입’ 편은 1671만회, ‘위병’ 편은 1174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1의 다른 에피소드들도 최소 수백만 건 이상을, 시즌 2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총 누적 조회 수가 2억5000만이 넘는다고.

군대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들은 ‘신병’이 드라마로 제작 된다고 했을 때 크게 환호했다. 게다가 군대 드라마의 레전드 '푸른거탑' 제작진이 참여한다는 소식은 더욱 기대감을 높이게 만들었다.

드라마 '신병'은 지난 7월 22일 OTT 플랫폼 ‘올레TV’와 ‘시즌(Seezn)’에서 오픈됐고, 23일부터는 케이블 방송 ‘ENA’에서도 방영을 시작했다. OTT와 케이블에서 함께 공개한 것.

이렇듯 '신병'은 원작이 좋고 리메이크 기획이 훌륭하다면 그것이 어떤 매체 어떤 장르이든 새로운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야기 소재와 방향에 제약을 두는 지상파와 굳이 제휴하지 않아도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기도 했다. 

드라마 '신병' 등장인물과 캐릭터.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신병'의 화제성은 어디서 왔을까

드라마 '신병'의 인기는 원작 팬들이 초석을 닦았다. 에피소드별로 수백만에서 천만이 넘게 클릭을 했던 이들은 원작 캐릭터를 향한 충성도가 높았다. 그래서 드라마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얼마나 애니메이션과 같을지 혹은 다를지를 상상하며 드라마 오픈을 기다렸다.

결과는 호평 일색이었다. 원작에 나온 인물들과 싱크로가 높다며 열광했다. 이는 캐스팅 단계부터 원작과의 싱크로를 고려한 제작진의 의도였다고. 

특히 ‘최일구 상병’으로 분한 남태우 배우는 혹시 장삐쭈가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원작에서 거의 모든 역할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장삐쭈의 발성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원작에서 빌런이었던 ‘성윤모 이병’ 배역을 누가 맡을지가 원작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영혼 없는 표정과 재수 없는 목소리가 원작 팬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킨 캐릭터였다. 그 역할을 신인배우 ‘김현규’가 맡았는데 싱크로 1000%라는 극찬을 받았다. 오히려 원작에서보다 더 큰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드라마 '신병'에 캐스팅 된 배우들은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어 외모는 물론 특유의 말투까지 원작 속 인물을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드라마를 향한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입소문을 낸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화제성은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신병'에 시청자들의 폭을 넓혀 주었다. 군필자들에게는 디테일한 현실 고증에 감탄하게 하거나 자신의 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등 감정이입을 불러오게 했다. 미필자들에게는 군 생활을 미리 엿볼 수 있게 했다. 

군대 이야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에게도 '신병'은 가깝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여성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군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특히 군대 구성원들의 조합이 펼치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성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군대라서 생기는 여러 불편한 상황을 극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선임과 후임 간의 관계, 장병과 간부와의 관계, 관심병사에 쏟아지는 관심, 그리고 가혹행위와 폭력 등.

하지만 불편한 상황 끝에 통쾌한 반전을 보여주기도 하는 '신병'은 팬들의 충성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가 되었다.

진부한 소재, 그러나 전혀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

'신병'은 군대라는 소재와 배경을 진부하게 엮지 않고 새롭게 창조한,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을 가진 드라마다. 

특히 사단장 아들이 신병으로 전입한 부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은 이 드라마를 새로운 범주의 군대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심지어 '푸른거탑'과 'D.P.' 못지않은 군대 콘텐츠라는 평이 많다. 

30여 년 전에 전역한 관점에서 드라마로 본 군대의 모습은 크게 변한 듯하다. 하지만 선임과 후임 간의 애증어린 관계, 그런데 병사의 주적은 언제나 간부, 그럼에도 흘러가는 국방부 시계, 그리고 변할 사람은 변하지만 대부분은 변하지 않은 채 나이만 먹고 전역하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사실적이어서 '신병'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콘텐츠 화제성 지수와 영향력 지수가 상징하는 대중들 관심이 제작사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 시즌2 제작 소문이 솔솔 일고 있다. 

그래서일까. 기존 출연진들은 벌써부터 시즌 2 캐스팅을 향한 소망을 보이고, 팬들도 시즌 2가 어떤 모습으로 공개될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병맛 군대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입소문이 난 ‘애니메이션 신병’이 조금은 낯선 케이블과 OTT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신병'으로 공개되더니 어느덧 확대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콘텐츠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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