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로 '증시하락·수입물가상승'…왜 수출기업마저 힘 못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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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쇼크'로 '증시하락·수입물가상승'…왜 수출기업마저 힘 못쓰나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8.2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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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 1345.5원에 마치며 연고점 경신
달러 초강세로 유로화·위안화·엔화 약세…글로벌 수출경쟁력 저하
유럽 스태그플레이션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직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달러·원 환율이 2009년 4월 이후 13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40원대를 돌파하면서 주식시장과 수입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경우에도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으로 큰 수혜를 입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41.8원에 개장했다. 이후 종가 기준으로 전일 대비 5.7원 오른 1345.5원에 마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부터 1330원에 이어 1340원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였다. 달러인덱스도 이날 장중 109.18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달러·원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의 1350원선 위협도 가시권에 진입했다"며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위안화 역시 펀더멘탈 약화로 약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음은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과 긴축 영향으로 코스피 1%대 하락

급등한 환율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16포인트(1.10%) 하락한 2435.3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인이 1390억 원어치 순매수한 가운데 외국인도 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6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1320억 원어치를 팔았다. 

코스닥 역시 12.45포인트 내린 783.42에 장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추세는 달러 강세뿐만 아니라 유럽 경기 둔화 가능성이 겹치면서 생겨났다. 이번주 중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강력한 긴축에 대한 경계감 역시 작동했다. 잭슨홀 미팅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시장에서는 잭슨홀 미팅에서 나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로존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면서 미국의 통화긴축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위안화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위안 환율은 전일 대비 0.20% 오른 6.88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상당하고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와 위안화 약세도 부담"이라며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달러·원 환율의) 1차 저항선은 1350원 수준으로 판단하며, 저항선 돌파 시에는 1365원 수준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하반기 달러·원 환율의 평균 수준은 1315~1320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KB국민은행
사진제공=KB국민은행

달러화 홀로 독주 중…수출기업 수혜 크지 못해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들이 수혜를 입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통화 중 달러만이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은 원화가치만 하락한 게 아니라 유로화와 위안화, 엔화까지 모두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미국에 대해서만 수출경쟁력이 생기지 다른 나라에 대한 경쟁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업계 등 매출 중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소폭 수혜를 입을 수 있으나, 환율 상승으로 인한 차익보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확실성을 더욱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항공기 리스료나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 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3조4379억원, 영업이익 5325억원으로 지난 1분기(7884억원)와 2분기(7359억원) 영업이익보다 2000억원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분야 역시 달러로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가 부담이 커진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가격과 원화 환율 변동은 생산비, 수출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해 평균 대비 현재 가격 변동률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기업의 생산비용은 전 산업에 걸쳐 8.8%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당국 "역외 중심 투기 요인 있는지 점검할 것"

달러·원 환율이 1340원대로 치솟으면서 정부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재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고 국제수지를 악화해서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잘 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외환당국 역시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달러·원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달러·원 환율 상승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상승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직후 환율은 하락 전환했다. 장 초반 1345.2원까지 치솟았으나 개입 이후에는 1337.0원까지 하락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지난 6월 13일 이후 약 두 달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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