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푸틴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 암살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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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푸틴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 암살 표적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8.22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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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였던 두긴은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될 무렵 서방의 영향력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사진=
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였던 두긴은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될 무렵 서방의 영향력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사진=페이스북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의문의 차량 폭발 사고로 딸을 잃은 '푸틴의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60)이 암살 표적으로 떠올랐다.

미국 언론은 두긴을 극우 사상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획자'로 부르면서 표적이 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두긴이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 된 '유라시아리즘' 창시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설명했다.

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였던 두긴은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될 무렵 서방의 영향력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변방에 머물던 극우 민족주의적 사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 정치권의 주류로 부상했고 급기야 '푸틴의 철학자'로까지 불리게 됐다.

푸틴 대통령 역시 소련의 붕괴를 '역사적 비극',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로 냉전시대 세계 질서를 양분했던 소련의 과거 시절에 대한 추종을 종종 드러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2월 24일 발표된 '미국이 이끄는 서방에 경도된 우크라이나를 해방할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전쟁 선언에는 두긴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CNN은 두긴이 러시아를 서구의 타락에 저항하는 유라시아 제국의 중심으로 보는 이른바 '러시아 월드'의 정신적 토대를 놓은 인물이자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 입안자라고 평가했다.

두긴이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일부라는 '노보 로시야'란 개념을 되살려 강점 명분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에 동화되길 거부하는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친러시아 시위대 수십 명이 사망했을 때 "우크라이나는 지구상에서 사라지던지 처음부터 다시 나라를 시작해야 한다"며 각계각층, 지역에서 전면적인 반란을 일으키라고 우크라이나인에게 촉구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이런 그를 2015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변방의 극우주의자였던 두긴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부터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르는 유라시아 제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1997년 저작 '지정학의 토대'를 통해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미국에 사회, 인종적인 갈등과 불안을 퍼뜨릴 것을 주장한 이 책은 당시 러시아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의 존 던롭 선임연구원은 2004년 "어떤 다른 책도 러시아 군대와 경찰, 외교정책 입안자에게 이 책보다 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두긴은 또 푸틴 정권에 대한 지지 표명에도 앞장섰다.

지난 2007년 "푸틴은 더는 적이 없다. 설사 있을지라도 그들은 정신적으로 병들어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푸틴은 절대적이고, 대체 불가능하다"고 푸틴 대통령을 극찬했다.

2007년 저작인 '푸틴 대 푸틴'에서는 푸틴이 실증적이고 조심스러운 '달과 같은' 속성과 유라시아 제국의 부활, 서방과의 대결에 몰두하는 '태양과 같은' 속성 등 두가지 특질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에는 현지 매체에 "'태양과 같은' 푸틴이 승리했고 이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루비콘강을 건넜고, 개인적으로 이것이 매우 기쁘다"며 서방은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지오폴리티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서방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러시아의 극우주의적 사상과 허위정보를 쏟아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두긴은 이번 폭발 사고로 딸이 숨지기 직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 사회전체가 전시 조직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하나의 문명으로서 서방에 대항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끝까지 갈 것임을 의미한다"는 비장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해 온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는 아버지의 사상을 지지하면서 러시아 국영TV 등에 출연,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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