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영화관람료의 경제학...관객은 호구가 아니다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영화관람료의 경제학...관객은 호구가 아니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8.22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여름 더 정확히 말하면 여름방학은 모든 영화배급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익극대화 시기로 손꼽힌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중 상당수는 7월과 8월에 개봉되었다. 특히,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가 127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자 이른바 4대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메가박스는 모두 고이 보관해둔 킬러 콘텐츠를 여름에 내놓았다. 

'도둑들', '암살'로 쌍천만 감독이라고 불린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1부'로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명량'으로 국내 최대 흥행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한민 감독이 '한산'을,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이 주연한 '비상선언',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헌트'가 나란히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4대 배급사의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관객들의 심사숙고만 높인 가격 인상

4대 배급사가 심혈을 기울인 이들 네 작품의 관객 총합계는 지금까지 1300만명을 겨우 넘긴 상황이다. 5월 개봉한 '범죄도시2'가 1270만명에 가까운 흥행을 일으킨 점을 감안, 이번 여름에 개봉한 네 작품의 관객 동원력은 영화계의 예상과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영화관람료 인상으로 인해 관객들의 속마음이 복잡해진 결과이다.

참고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을 꼽자면 영화관을 들 수 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J CGV가 경영악화를 거듭하면서 전국의 상영관 30%를 감축했으며 '부산행'으로 유명한 배급사 NEW는 영화관 진출을 사실상 포기했다. 뒤이어 임직원 휴직과 퇴직, OTT 열풍 등이 이어지며 영화관은 시종일관 하락세를 거듭해왔다. 

비상경영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관이 선택한 카드는 바로 관람료 인상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지난 2년새 영화관은 3차례의 가격을 인상했다. 일반 영화관을 기준으로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을 기록한 데 이어 특정좌석, 특별관에 따라 영화 1편 관람료는 이제 2만5000원을 쉽게 넘어선다. 관람료 가격이 치솟으니 관람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화관람료 가격 인상에 따라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 줄어드는 이 단순한 수요공급의 원리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범죄도시2'가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관객들이 영화관 방문과 이른바 보복소비에 나설 것이라는 잘못된 추론이 도출되었을 뿐이다. 4대 배급사 역시 이번 여름에 각각 최소 600만 이상의 관객 동원을 자신했다. 

그러나 '범죄도시2'는 시사회 때 반응이 워낙 좋았고 작품에 출연한 배우 손석구가 JTBC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 열풍을 일으키고 있던 상황에 개봉했다. 5월 들어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그 동안 쌓였던 답답함, 피로감이라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좋은 스토리와 소재라는 관객들의 입소문과 평판 등이 '범죄도시2' 흥행을 주도했다. 

특정 영화의 열풍이 영화계에 현혹효과를 준 셈이다.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범죄도시2' 역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인가, OTT로 보면 안 되는가 등으로 네티즌들의 논평과 평가가 이어졌다. 영화 관람이 이후 식당과 카페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관객들이 높아진 가격 부담으로 인해 영화관 방문의 진입장벽을 높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성수기를 맞은 여름 극장가에 대작들이 쏟아졌지만 흥행 성적은 시원찮은 편이다. 사진=연합뉴스

높아진 영화관람료, 진짜 관객에게 부담이 되었는가

영화 1편을 영화관에서 보는 비용이 OTT 한달 구독료보다 높다면 당연히 관객들은 과거와 달리 영화관 방문에 좀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영화관람에 이어 저녁식사 그리고 카페만 갔는데 둘이 쓴 돈이 10만원을 넘어섰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영화관람료 인상이 관객들에게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국내 영화관람료가 결코 높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국가마다 물가, 화폐가치, 영화관 할인제도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지난 해 11월 넷크래딧의 조사 결과, 평균 영화관람료는 미국(16.9달러), 일본(14.9달러), 프랑스(13.3달러), 영국(11.2달러), 독일(10.2달러) 등 주요국에 비해 한국(9.75달러)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관객이 인식하는 영화관람료 부담이 꽤 크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올해 7월. 노철환 인하대 교수가 아시아영화연구 학술지에 게재한 ‘극장시장 회복을 위한 영화상영관 입장권 적정 가액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관람료 부담지수를 분석 결과, 한국 관객들이 영화관 방문에 대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은 연간 평균 관람횟수와 영화관 실질 관람료 그리고 최저시급 등을 고려하여 각 국가의 관람료 부담지수를 산출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 관람료는 주요 국가에 비해 낮지만 연간 평균 관람횟수(연 4.37회)가 가장 높은 반면 최저시급은 상대적으로 타 국가에 비해 낮아 미국에 이어 영화관람료 부담을 가장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과 일본의 경우 실질 관람료는 한국에 비해 훨씬 높지만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가 우리보다 낮고 최저시급은 높아 관람료 부담지수는 한국(668.35)에 비해 훨씬 낮은 결과를 기록했다(영국: 368.63, 일본: 313.93). 연평균 관람횟수 그리고 최저시급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국내 영화관람료 인상이 얼마나 많은 부담을 관객에게 주는지 알 수 있다.  

관람료 인상 이외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야 

영화관의 침체는 영화관람료를 인상시켰지만 높아진 영화관람료는 다시 영화관의 침체와 독립영화 제작 기피 등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TV에서 보고 느끼기 어려운 대작 제작만 가속화시킬 수 있어 영화 흥행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현상만 고착될 수 있다. 영화관람료 인상이라는 손쉬운 카드보다 차별화된 현실적 대안이 없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관람료 인상 대신 요일과 시간에 따른 할인 폭 확대 등 영화관람 할인제도의 다양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관 방문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춰줘야 한다. 멀티플렉스 주변의 카페, 식당과 연계하여 할인제도를 수립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관객에게 수익을 뽑아내는 것보다 어떻게 가치를 제공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 영화계 흥행을 주도할 수 있다. 

영화관람료 인상, 이제 관객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