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 제기되는 증시 거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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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에서 제기되는 증시 거품론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25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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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80% 이상이 고평가 진단…북미 긴장, 연준 긴축이 하락장 촉발할수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에 기자들이 주가는 언제 올라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클린턴은 “주가는 오르고 내린다"(going up and down)라며 곤혹스런 질문을 피한 적이 있다.

주가는 오르고 내린다. 항상 오르기만 해도 문제이고, 항상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주가가 항상 오른다면 거품이 부풀어 올라 붕괴의 위험이 커지고, 주가가 상당기간 내려가면 저평가의 이익을 챙기는 투자가들이 덤벼들게 된다.

 

뉴욕증시의 황소장세가 오래 지속되면서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뉴욕증시는 8년반째 상승장을 지속하면서 2차 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긴 황소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뉴욕 증시는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다우존스, S&P500, 나스닥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대의 기록을 깨고 있다. 다우존스지수의 최대치 기록갱신은 올들어 42번째, S&P500지수는 37번째, 나스닥 지수는 49번째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투자자의 심리가 부드러워진다. 내가 가진 재산이 불어나는 풍요로움을 느낀다. 다른 한편, 이제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겨난다.

뉴욕증시가 8년 이상 상승장세가 이어지고 올들어 숱하게 최대치를 치면서 증권시장에 거품이 커져간다는 두려움도 비례해서 커지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김인영

 

미국의 경제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MarketWatch)에 따르면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가 미국의 기업 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의 83.1%가 뉴욕증시가 고평가돼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CFO는 기업의 자산 증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므로, 돈에 대단히 민감하다. 이들의 80% 이상이 뉴욕증시의 고평가를 대답했다면 한번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딜로이트는 분기별로 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주가 고평가 대답 비율이 조사실시 8년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1분기엔 고평가, 저평가, 중립의 비중이 대등하게 나왔다. 그때만 해도 미국 기업의 CFO들은 더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1년 반 사이에 고평가 83.1%, 중립 15.6%, 저평가 1.3%로 나타난 것이다.

CFO는 주식시장을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증권사 또는 투자회사의 펀드매니저가 운용한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기업 CFO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번 설문조사가 향후 시장의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 /그래픽=김인영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은 당장에 증시가 꺾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2,400 포인트 중반대에 있는 S&P500 지수가 적어도 연내엔 2,500포인트를 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후에 대해선 장담을 하지 못한다. 밀려가는 힘이 그까지는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금융시장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VIX지수가 역사적 평균치인 20 포인트 아래에 있는데다 현재 10 포인트 이하로 최저의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는 것.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릅쓸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선견지명이 있는 CFO들이 거품론을 제기할 때는 조심을 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마켓워치의 애널리스트 마크 헐버트(Mark Hulbert)는 “주가가 부풀어 오를 때 정점을 넘어 급락하기까지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에는 악재가 도처에 깔려 있다.

가장 주목되는 악재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관계다. 북한은 태평양 상에서 수소탄을 시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두 번째 악재는 미국 연준(Fed)의 긴축정책이다. 연준은 며칠전에 9년전 리먼브러더스 파산위기 직후 무제한 매입했던 국공채를 10월부터 시장에 팔겠다고 했다. 역사적인 조치다. 풀려나간 돈을 중앙은행으로 빨아들이겠다는 뜻이다. 현재의 상승세가 유동성 장세의 경향이 농후한 만큼 중앙은행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면 증권시장의 혈압(유동성 수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는 트럼프의 산업정책이 정치적으로 기우뚱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제조업활성화 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주식시장에 돈을 퍼부었던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낙관과 비관이 존재한다. 낙관론이 우세하면 상승하고 비관론이 많아지면 하락장세가 펼쳐진다. 마켓워치의 또다른 애널리스트 씨애라 리넌에 따르면 최근 월가의 낙관지수가 2분기에 44%에서 3분기엔 29%로 하락했다. 황소장세가 오래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이 비관론을 낳고, 시장 주변의 자만심이 갑작스런, 예기치 못하는 하락장세를 이끌수 있다는 견해가 뉴욕증시 주변에서 슬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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