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시장 역류…Fed, 풀린 돈 빨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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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금시장 역류…Fed, 풀린 돈 빨아당긴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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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사태 이후 역사적 금융 조치 단행…한국도 금리상승, 가계부채 우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미국 경제가 부도날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Fed) 의장은 무제한 돈을 풀어 금융경색을 풀겠다고 공언하고 기준금리를 제로(0)로 떨어뜨리고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였다. 그 결과 미국은 1929년의 대공황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피했다. 그 이후 2014년까지 6년간 Fed가 사들인 채권의 물량은 4조5,000억 달러에 달했다. 위기 직전에 비해 5배나 되는 채권물량을 미국 중앙은행이 끌어 안으면서 얼어붙은 시장을 돌게 했다.

Fed는 2014년 채권매입을 중단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조절하면서 보유채권의 량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내달부터는 그 물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세계금융시장의 물길이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중앙은행인 미국의 Fed는 2008년 금융완화에서 2014년 중립으로 전환한데 이어 이젠 긴축기조로 돌입키로 했다. 지난 9년의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종지부지어짐과 동시에 돈의 방향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20일(미국시간) 열린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결정은 10월부터 Fed의 자산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Fed의 자산(assets) 축소라 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사들였던 미국 국채와 MBS(모기지담보부채권)를 팔겠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수익률(금리)는 오르게 된다. 채권시장의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장기채의 수익률은 실세금리를 형성한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금리가 이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금융위기 직전에 Fed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 물량이 9,000억 달러에서 6년후 4조5.000억 달러로 수직상승했기 때문에 이를 풀어버릴 경우 시장의 변동이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이를 ‘unwind’라는 표현을 쓴다. 그동안 감아 빨아 당겼던(wind) 채권 물량을 풀어 나간다(unwind)는 뜻이다.

문제는 속도와 물량 조절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정책 기조가 시장의 충격을 주지 않고 완만하고 단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금리를 올릴때 그랬기 때문에 채권물량을 시장에 쏟아낼 때에도 그럴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면 돈을 빨아당기는 효과가 생긴다.

 

▲ /그래픽\김송현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4대 중앙은행 가운데 미국이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Fed를 포함해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등 4대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물량은 모두 14조5.000억 달러로, 금융위기 직전의 4조 달러에 비해 3~4배 팽챙해 있는 상태다. 전쟁 시에나 있는 기형적인 상태다.

유럽의 ECB와 BoE는 아직 긴축정책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고, 일본은행도 여전히 완화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채권보유물량을 시장에 풀어버리면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도 금리 압박을 받게 된다. 시간의 문제다. 유럽과 일본 은행이 미국 채권과의 괴리(arbitrage)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따라가야 할 입장이다.

 

문제는 전세계가 안고 있는 과도한 부채다. 유럽과 일본은 금융위기 해결에다 경기 부양을 정부가 채권을 엄청나게 발행했다. 그것을 중앙은행이 다 사줬다. 일본은행은 더 사줄 여력이 없다는 평가가 이미 나와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이 채권을 시장에 풀어버릴 경우 글로벌 실세금리 상승은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이러다가 세계경제가 다시 후퇴할 경우, 긴축기조의 방향을 바꿀 것이지만, 그때도 문제다. 금융시스템의 방향 전환에 따른 불안이 발생한다.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변경으로 세계 어디에선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995년 멕시코 페소화 폭락, 1997년 아시아 위기는 미국의 금리인상의 여파로 발생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펴는 바람에 글로벌 자금시장에 돈이 넘쳐 흐른다. 돈이 공짜라는 개념이 생기면 투자자는 부동산으로 가고, 증권시장으로 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도 금융완화정책의 여파다. 1990년 미국의 장기 호황 이래 두 번째로 뉴욕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로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도 긴장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Fed의 정책기조 변경 직후 자료를 내고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로 국내에서 자본 유출입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은 "최근 대출금리 상승 움직임과 맞물려 이들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세계금융시장에 파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0.25% 포인트의 작은 금리 파도가 신흥국시장으로 건너갈 땐 큰 파동으로 증폭된다. 리먼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 부풀어 올라 있다.

어디에서 위기가 먼저 터질 것인가. 이탈리아의 정치 파동, 중국의 과도한 부채, 영국의 브렉시트등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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