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펠로시의 동북아 순방,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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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펠로시의 동북아 순방, 무엇을 남겼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0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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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장 방문한 대만, 막대한 외교·경제적 비용 떠안아
'대만리스크' 급부상에 산업계 긴장감 커져
중국 실질적인 군사행동 가능성 낮다는 분석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2~3일 대만을 거쳐 4일 한국과 5일 일본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되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무엇을 남겼을까. 

막대한 외교·경제적 비용 떠안은 대만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단행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중 양국이 '결정적인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후 감당해야 할 외교적·경제적 비용은 오롯이 대만의 몫이 됐다.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보복을 감수해야 했던 한국의 상황과 오버랩 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4일 정오부터 사흘 동안 대만을 봉쇄하려는 듯 주요 항만 주변을 에워싼 채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중국은 이번 훈련 기간 사상 처음으로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도 발사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 후 대만은 한동안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 위협에 시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3일에는 경제 보복 조치가 쏟아졌다. 중국은 대만의 '대만민주기금회'와 '국제협력발전기금회'를 독립을 꾀하는 기구로 규정하고 이들과 협력을 금지했다. 대만산 농산물과 해산물의 수입도 잠정 중단했다. 반면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한 펠로시 의장이나 미국에 대해선 중국은 '말폭탄'만 늘어 놓을 뿐 구체적인 대응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미국 역시 대만을 포위하는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 행동에도 말 뿐인 비난만 할 뿐 직접 대응은 삼가하고 있다. 대신 '군사적 맞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만 거듭 확인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독립' 언급과 같은 결정적 선은 넘지 않았고,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는 변함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NPR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한 4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참관한 연극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정부 외교 난맥과 대만리스크 떠안은 한국

펠로시 의장의 동북아 순방에서 비롯된 '대만 리스크'가 우리 산업계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과 대만의 무역(수출액+수입액) 규모는 282억8900만 달러(약 37조 원)로 전년 동기(220억6100만 달러)보다 28.2% 늘었다. 수출은 144억900만 달러로 31.5% 늘었고, 수입은 138억8000만 달러로 25.0%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5억29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상반기 전체 교역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무역 규모는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호주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주요 교역국인 대만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수출업계도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군사훈련 등으로 인해 항공·물류 등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 하반기 경기침체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산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오는 7일 오후 1시까지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대만 직항편의 운항 스케줄을 변경하기로 하는 등 이미 일부 분야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접수된 애로 사항은 아직은 없다”며 “중국이 군사훈련 시기를 4∼7일로 정해놓고 있어 물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대만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인 만큼 중국과의 대립이 미칠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출기업들의 애로가 접수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 주요 외신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패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신 펠로시 의장과 40분간 통화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신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에서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경제협력과 기후위기 등에 대해 회담을 가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이 서울에 머물면서도 펠로시 의장과 회동을 갖지 않았다"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더 커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대통령이 중국과 긴장을 이유로 펠로시를 뭉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과 참모진이 국내와 국제사회 모두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을 함께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은 펠로시의 아시아 순방에서 회동이 불발된 유일한 정상"이라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 만나지 않은 것은 윤석열 정부에 자해 행위가 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5일 마지막 순방국인 일본으로 건너간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8시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찬 회동을 가졌다. NHK 등 보도에 따르면 조찬 회담에서 미일 동맹 및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미일간 협력 등이 안건으로 논의됐다. 또한 중국과 대만, 북한 등 지역 정세 등에 관한 의견도 주고 받았다. 

중국군 헬리콥터가 4일 대만과 마주한 푸젠성 앞바다를 날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
중국군 헬리콥터가 4일 대만과 마주한 푸젠성 앞바다를 날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실질적인 군사행동 이뤄질까

미국 하원의장 신분으로 25년 만에 대만 땅을 밟은 펠로시 의장의 행보로 중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주권과 핵심이익 수호'를 명분으로 군사적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중국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 상황과 군사훈련 계획, 러시아 제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군사행동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중국 경제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민생 안정이 최우선 국정 과제인 중국 공산당이 군사행동을 취하는 건 기존 방침에서 어긋나는 결정"이라면서 "중국은 현재 다른 나라들보다 물가 압력에서 자유로운 상황으로 물가 급등 리스크를 동반할 극단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군사훈련 계획도 실질적인 군사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과정 중 중국의 군사적 도발은 없었고, 펠로시 의장 대만 도착 후 발표된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 주변 군사훈련 예정 시간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빠져나가고 충분한 여유를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경이 맞닿아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달리 중국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 제재 후폭풍을 충분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도 중국의 군사행동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대만 침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의 수위 높은 군사행동은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에너지공급이라는 주도권을 보유한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규제에 잘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무역분쟁이 5년차에 접어든 만큼 중국은 미국과 갈등에 장기적인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 입장에선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의 규제와 이에 대한 대응법과 결과를 충분히 확인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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