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도시바를 먹었다는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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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도시바를 먹었다는 호들갑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2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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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사 베인캐피털은 미국 정치인 미트 롬니가 창업…월가 자본의 인수

 

20일 오후 도하 한국 언론들이 마치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반도체를 인수한양 호들갑을 떨었다.

제목도 선정적이다. ‘반도체 코리아’ 패권 강화…적수가 없다‘ ’SK하이닉스 연합, 도시바 반도체 인수…애플 참여 神의 한수‘ ’깜깜이 승부 도시바 인수전…SK하이닉스 묘수 통했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 일본 도시바 변심 눌렀다‘ 등등….

제목만 보면 마치 SK가 도시바를 인수한 것 같다.

도시바를 한국기업이 인수하다니. 도시바((東芝)라는 회사는 일본제조업을 상징하는 회사 중의 하나다. 도시바는 일본 경제가 한창 잘나가던 1980~90년대 TV·냉장고등 가전제품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회사를 한국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꿈을 기사 제목으로 달수는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베인캐피털(Bain Capital)이라는 벌처캐피털 자본이 도시바를 먹기 직전이고, 거기에 SK하이닉스가 참여한 것이다.

 

▲ 도시바 로고

 

 

벌쳐 캐피털(vulture capital)이란 죽어가는 기업을 독수리(vulture)처럼 날새게 채어 구조조정을 한 다음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자본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나라나 부도가 난 회사가 그들의 타깃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아프리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아프리카 밀림에 대규모 산불이 났다. 동물들이 불길을 피하기 위해 떼를 지어 도망을 갔다. 동작이 늦거나 불길의 방향을 잘못 판단한 동물들은 불에 타죽었다. 불길이 걷히자, 시커멓게 탄 대지에 여기저기 죽은 동물들이 널려 있다. 그 위에는 독수리(vulture)가 빙빙 돌며 먹이를 찾아 다녔다. 도망도 가지 않고, 잘 구워져 있는 먹이감이 지상에는 가득 찼다. 독수리들은 가장 맛있고 뜨끈뜨끈한 먹이를 골라서 배불리 먹었다.”

경제의 현장도 밀림과 같다. 살아서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독수리에게 먹힌다. 경쟁에서 밀려 쓰러지면 먹힐 수밖에 없다. 한국에는 1998년에 금융위기라는 대형 산불이 났다. 수천개의 기업이 퍽퍽 쓰러졌고, 재벌기업들도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주가는 폭락하고, 달러 값은 비싸졌으니, 미국의 투기자본들에겐 한국 기업이 거져 먹기나 다름없다.

미국은 독수리(vulture)를 상징으로 삼고 있다. 「벌쳐 캐피털」이라는 월가의 투기자본가들이 아시아 상공을 빙빙 돌며 먹이감을 찾아 다녔다. 먹이감은 널려 있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산업시설이 뛰어나고 기술력이 우수한 나라에는 토실토실한 먹이감이 잘 구워져 먹기 좋은 상태로 월가의 독수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 벌쳐 자본들은 「한국 산업 쇼핑관광(industrial shopping tour)」에 나서 서울의 호텔을 메웠다.

 

도시바반도체를 인수한 베인캐피털도 그런 회사다. 1984년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창립해 지금은 37년 된 회사다.

▲ 미트 롬니 /위키피디아

참업자의 한사람이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 미트 롬니(Mitt Romney)다. 그는 베인캐피털의 모기업인 베인앤컴퍼니의 CEO를 맡아 막대한 재산을 모았으며,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거쳐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에 출마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정치인이다.

베인캐피털은 그동안 버거킹, 더블클릭, 토이저러스, 스테이플스, AMC 영화 등에 투자하거나 인수했다. 직원이 900명 정도이고, 글로벌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뉴스를 종합하면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이 베인 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된다면,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으로 베인 캐피털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을 통해 지분을 간접 보유하는 수준이어서 당장 시장 입지가 대폭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환사채로 투자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당장에 지분을 확보할수 없다.

▲ 베인 캐피탈 로고

현재 흘러나오는 뉴스로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금액은 2조엔, 그중 SK하이닉스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000억엔이라고 한다. SK가 도시바를 인수할 역량이 없다. 다만 인수 컨소시엄이 일부 참여할 뿐이다.

 

이런 소수투자 또는 장래의 지분 확보를 위해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니 ‘묘수’니 ‘한국의 반도채 패권 확대’라는 표현을 쓸수 있을까.

다만 이번 인수전에 대만계 팍스콘이 적극적이었다가 미국 주도의 컨소시엄에 밀려났다는 점에 의미를 둘수 있다. 반도체는 현대 산업의 핵심 소재다. 일본의 반도체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갈 경우 서방 주도의 자본주의 질서에 위협이 가해질수 있다. 여기에 어느 정도 일본 정부와 미국 정치권의 타협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확인되지 않는 가능성을 생각해볼수 있다. 미트 롬니의 투자회사가 주간사인 컨소시엄에게 일본 공기업이 넘겨줄 때는 전략적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신냉전 질서 속에서 동아시아의 재편과정에서 미·일의 축에 한국을 일부 끼워 넣은 것으로도 볼수 있다.

 

도시바반도체의 매각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총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책임은 일본산업혁신기구(JDIC)라는 국영투자회사가 맡아왔다. 일본 내에서는 SK 참여에 대해 “일본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정서가 강했다. 따라서 그동안 일본 정부가 SK가 도시바 반도체에 지분율을 확대하는데 무척 꺼려한 것은 분명했다. 고작 내주는 것이 지분은 갖지 말고, 대출 형식으로 돈만 대라는 것이다. 출자전환이라는 방식이 그런 것이다.

 

호들갑 떨지 말자. 일본은 우리보다 영악하다. 도시바가 아무리 자금난에 허덕인다고 해도 일본 주식회사는 히노마루(일장기) 연합군을 편성해 구제할 역량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 도시바가 세계 최대 원전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가 실패해 재무위기에 빠지고, 반도체 회사를 뉴욕 월가의 금융회사에 넘기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에서 누가 승자일까. 미국이 승자고 일본은 패자다. 일본이 미국회사의 부실을 떠않고 껍데기만 남긴채 미국 자본에 알짜 회사를 넘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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