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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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7.09.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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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 일본 간사이 대학 교수

 

한국 자동차산업은 최근 들어 글로벌 경쟁 심화와 노사분규,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 전략 부재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조선업과 철강산업처럼 자동차산업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고전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에 관한 위기론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지만, 지금처럼 총체적 위기는 IMF 위기 이래로 처음인 것 같다.

되돌이켜 보면, IMF 금융위기 이후 한때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효과적인 경영전략과 부품조달 시스템 개혁으로 다시 약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에 관해 검토해보기로 하자.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리더격인 현대기아차와 일본의 닛산을 비교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닛산과 현대기아차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비교해 보기로 한다. 기본적으로 닛산과 현대는 다른 점도 많지만, 일본 자동차 기업 중에서는 비교적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먼저 닛산은 일본 기업 중에서 가장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으로, 한때 경영이 악화돼 프랑스 르노 자동차의 산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르노에서 파견된 카를로스 곤 사장의 경영수완에 힘입어 경영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다. 현대기아차와 비슷하게 노사분규가 심했던 회사인 셈이다. 그리고 닛산은 현대기아차처럼 다른 일본 기업과 비교해서 중국 시장 판매비율이 비교적 높은 기업이다. 또한 일본 기업 중에서는 비교적 모듈생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현대기아차의 모비스와 같은 모듈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던 회사이기도 하다. 단, 다른 점을 꼽자면 닛산은 현대기아차의 모비스처럼 부품메이커와 완성차메이커의 사이에서 여러 가지 부품생산과 가격조율의 기능을 가진 독점적 자사그룹의 모듈회사는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닛산과 다르게 최근 현대기아차는 글로벌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도에는 글로벌 랭킹 4위인 닛산과 격차를 좁히려던 현대기아차가 오히려 판매 대수에서 큰 격차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제는 글로벌 랭킹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을 공산이 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닛산의 뒷모습이 거의 보이는 곳까지 격차를 좁힌 현대기아차가 올해 들어서 판매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기아차 고전의 원인

 

현대차의 고전의 원인을 놓고 한국의 언론매체는 크게 2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 압박이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의 주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전략적 문제가 요인이 돼 중국 시장의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견해이다. 필자는 후자의 주장을 어느 정도 지지하고 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들어 보겠다.

먼저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구도가 SUV차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시장 트렌드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로컬기업인 장청기차 등과 혼다, 닛산이 SUV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신차를 적시에 투입하지 못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 로컬 메이커의 기술적 성장과 적시적절한 제품개발이 현대기아차의 시장을 많이 빼앗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SUV 모델의 개발 지연은 미국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미국 시장에서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다른 글로벌 메이커와는 달리 픽업트럭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픽업트럭이 인기가 있는 북미·중남미·아세안 시장에서 고전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유럽 시장에서는 수요가 거의 없는 픽업트럭을 갖고 있고, 일본 기업 중에서 닛산 및 도요타는 픽업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시장다변화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중국, 미국, 인도 시장에의 지나친 편중이 이번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닛산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시장 진출로 인해 한때 아세안 시장의 중심지인 태국 공장에서 철수했지만, 아시아 금융위기가 수습된 직후 다시 태국에 발 빠르게 진출해 시장다변화를 꾀했다.

두 번째로 현대기아차는 자동차도 중국에서 언제든지 삼성전자의 휴대폰처럼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 관리의식이 부족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한때 중국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으나, 현재는 화웨이 등에 시장을 많이 뺏겼다. 위기 관리의식의 부족은 무모한 중국 투자로 연결됐다고 본다. 중국의 상용차 시장은 외자기업 중 그 누구도 도전장을 던진 적이 없는 시장으로, 중국 로컬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촨성에 상용차 공장을 건설해 공장 가동률이 극히 저조한 문제에 봉착했다.

셋째로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 협력사와의 임금격차 확대 등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의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글로벌 업체 중에 가장 낮다고 보도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현대기아차의 생산라인에서는 신문을 보거나 게임을 하며 자동차를 조립하는 풍경을 공장견학을 할 때에 개인적으로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아마도 세계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에 유일한 풍경일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현장개선 활동은 노동강화라는 노조의 강한 반대로 개선이 어려우며,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 중인 임금인상 파업과 현장의 직업 윤리 저하로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방안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한국적 노사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은 한국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계가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치와 재벌 개혁없이 노사문제 해결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사문제를 제외하면 현대자동차의 판매 부진은 제품개발의 지연, 과도한 지역편중, 생산성이 낮은 현장과 고임금, 미래 신기술 개발의 등한시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구조적으로 이루어진 문제라고 필자는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먼저 닛산처럼 글로벌 자사공장 간의 경쟁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한국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은 결국 해외 공장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 대학교수도 저서에서 현대기아차가 해외공장에서 번 수입으로 한국 현장직 작업자의 고임금을 지탱하는 구조가 형성돼있다고 지적했지만, 글로벌 공장 간의 공정한 경쟁과 임금의 합리적 배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연구 개발비 확충을 위해 인건비의 비율을 낮출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확충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닛산의 공장처럼 현장에는 무인 반송차(AGV: Auto Guided Vehicle) 등을 사용해 공장 물류시스템 자동화 및 IoT(Internet of Things)화 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을 보면 자동차산업의 IOT화, 전기차 개발, 무인운전 등의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얼라이언스를 통해 보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오너 경영체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재벌체제이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현재 자동차산업의 전장화와 전기차의 보급으로 미루어 볼 때 자동차메이커와 전자메이커 그리고 IT기업의 얼라이언스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행인 것은 한국에는 강한 전자제품 기업인 삼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은 자동차부품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 미국의 자동차부품 메이커를 매수했다. 한국의 양대기업인 현대와 삼성이 자동차산업에서 연합한다면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자동차용 전장산업은 미래와 관련돼 급격히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IT기업인 구글과 애플도 무인 자동차분야에 뛰어들었다. 미래의 자동차 부가가치와 관련해 전장부품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자동차 전장부품에 진입하는 것은 긴 세월의 축적이 필요한 부품개발의 특성상 쉽지가 않지만,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제품개발은 한국의 남양 연구소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의 빠른 변화에 맞추어 신제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연구개발 거점을 좀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지금까지 일본 기업의 아성으로 여겨지고 있는 아세안 시장 등에도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아세안 시장은 국가 간의 시장규모도 다르고 소비자의 소득수준도 다른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생산볼륨을 늘려 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의 현대기아차적 생산시스템은 잘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일본 기업은 생산량이 적은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서도 작은 규모의 공장으로 생산을 유지해 장래에 급성장할 수 있는 아세안 시장을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리스크 분산이라는 시점에서도 아세안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을 만회하려면 경쟁업체인 일본 업체의 과거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한때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도 영토분쟁으로 일본 제품 불매가 심화돼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이 기간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폴크스바겐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때 일본 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경영의 주요한 요소로 간주하게 됐고, 일본 기업의 아세안 진출이 급속히 진행된 기폭제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크게 존재하는 중국 시장에서 리스크 헷징을 할 수 있는 아세안과 같은 제3국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글로벌 인재를 등용해 참신한 개발 아이디어를 얻고, 현장 개선의 현지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필자가 2017년 멕시코 닛산 공장에서 약 3주간 학생들과 현장 인턴십을 하면서 놀란 점은 5000명 규모의 공장에 일본인 주재원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멕시코 공장은 닛산의 첫 해외공장으로 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픽업트럭과 소형차 및 뉴욕택시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장의 생산관리와 공장경영이 거의 모두 멕시코 현지직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놀랐다. 현대기아차도 해외공장의 현지화와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멕시코 공장에서 한 가지 놀랍게 본 것은 닛산스쿨이었다.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공장 내 닛산스쿨에 입소가 가능한 대상자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기업이 봉착한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으로 제한된다.

멕시코의 대학에서는 기업 실습과정의 한 과목으로 기업 인턴 프로그램에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어 졸업 직전의 학생이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업무를 반년간 배우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 기간 동안 닛산스쿨은 자동차 공장의 모든 공정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실행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닛산스쿨을 졸업할 때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는데 닛산에 공헌할 수 있는 내용을 발표한 학생이 최종적으로 채용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고찰했다. 조선업 불황과 자동차산업 위기론 등이 있지만, 제조업은 고용창출과 성장의 엔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고 생각된다. 제품의 라인업 증가와 적시개발, 제3국 시장진출, 시장전략의 재검토, 인재확보를 통해 한국 자동차산업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만 고용 창출과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박태훈 일본 간사이 대학 교수가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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