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윗 오역 파동…한미 갈등 비춰지자 청와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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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윗 오역 파동…한미 갈등 비춰지자 청와대 진화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9.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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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의 긴 줄'이 가스파이프라인으로 잘못 번역돼…연합뉴스, 오역 사과

 

대한민국 언론이 오역 파동에 휘말렸다.

발단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다.

트럼프의 트윗 내용은 다음과 같다.

 

"I spoke with President Moon of South Korea last night. Asked him how Rocket Man is doing. 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내용 /트위터 캡쳐

 

이날 아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사이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25분간의 통화가 이뤄졌다. 그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남긴 것이다.

 

문제는 통신사에서 시작됐다.

연합뉴스는 이를 기사화하면서 『트럼프가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 유감이다"라고 말했다』고 번역해 보도했다.

여기서 오역이 발생했다. 연합뉴스는 ‘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를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중이다”고 번역했다. 그런데 long gas lines는 유류난으로 북한 주유소에 긴 줄이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번역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다음문장의 의미 전달이 달라졌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러시아 방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을 밝힌 부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맞서 전방위 경제 제재를 통해 돈줄 죄기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는 점을 비판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자신의 생각을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뉴시스도 마찬가지로 오역 대열에 동참했다. 뉴시스도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러시아 방문 당시 밝힌 한국~북한~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부정적인 견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 맨’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문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그에게 ‘로켓 맨’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북한에 긴 가스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엔 등이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전 방위적인 대북 경제 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함께 북한과의 경제 협력으로 보일 수 있는 가스관 사업을 제안한 것에 대해 못마땅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많은 언론들이 통신사의 기사를 토대로 뉴스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가스관 건설 제안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내용으로 둔갑해서 뉴스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됐다.

이에 청와대가 18일 오역보도의 정정을 요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의 오역으로 마치 문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서 언급한 송유관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것처럼 썼다.

10여개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정정했지만 일부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이 아침까지 보도가 계속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 보도는 어젯밤 늦은 시각에 트위터에 떴고 그로 인해 속보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언론사 입장에서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정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팩트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 해석이 있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라면 우리를 비난한 것이라는 예측과 프레임이 있기에 오보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소재는 국익과 무관하게 써도 된다는 의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지금은 외교·안보 문제가 매우 엄중하고 민감한 시점으로, 이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 관계가 있다.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외교·안보 이슈다.

작은 불씨로 인해 휘발성이 최고조인 한반도에 자칫 불꽃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중심적인 사고와 국익에 기반한 독자적인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민감하고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틀로써 극복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고, 북핵 문제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초기단계와 완성단계에 이른 지금은 너무나 상황이 다르고 그것을 풀기에도 너무 여러 나라가 얽혀 있다.

이런 노력을 권장하고 부추길 곳은 'market of idea(생각의 자유시장)'이라는 모토를 가진 언론이라 생각한다.

모든 언론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필요한 부분만 빼서 마음대로 해석한다는 뜻의 '단장취의'(斷章取義)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낙연 총리의 국회 답변을 차용하면, 우리는 언론인께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다른 나라 정상이나 언론을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합뉴스는 즉각 사고를 내고 정정기사를 바로잡았다. (18일 오전 11시 47분)

 

<社告> 트럼프 대통령 글 오보 바로 잡습니다

▲ 연합뉴스는 17일 오후 10시 53분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중…유감이다"'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토대로 한 것이나, 오역으로 인해 잘못된 사실과 해석이 보도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의 해당 문구는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딱하네"(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가 정확한 해석이나 이를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 유감이다"로 오역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28분 후) 고침 기사를 송고하고 애초 보도된 틀린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국가의 외교·안보와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과 관련된 사안에서 사실관계를 틀리게 보도해 혼선을 빚은 점을 고객사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연합뉴스는 앞으로 더욱 정확한 보도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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