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곳곳에 풍선효과…정부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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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곳곳에 풍선효과…정부와의 싸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17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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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장 다시 꿈틀…은행 대출 시장도 규제 외면

 

경기가 좋다.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그렇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울상이지만, 거시경제를 들여다보면 돈이 흘러 넘친다. 지난해말 이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그 돈이 국내로 들어온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수요를 늘리기 위해 재정확장 정책을 취하면서 정부 곳간에서 돈을 풀어내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몇푼이나 되겠느냐 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모이면 큰 돈이다.

이 모든 돈이 어디로 흘러갈까.

부동산으로 집결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많이 올라 얼마나 더 오를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주식시장의 주인공은 외국인이다. 내국인 자금은 주식시장보다 부동산을 좋아한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다. 돈이 잠시 움추린다. 하지만 그 돈은 어딘가로 비집고 들어간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바람이 자꾸 들어가는데 풍선을 누르면 압력이 약한쪽으로 부풀어오르게 된다. 바람을 빼는 것이 최상의 수이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도깨비 빙망이 놀이와 같다. 한쪽 구멍에서 도깨비가 머리를 들면 때린다. 다른 곳에서 튀어 나온다. 또 때린다. 또다른 곳에서 튀어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콤플렉스를 이어받고 있다. 이른바 8·2 대책이라는 초강력 규제정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이 잠시 주춤하더니, 돈 줄기는 틈새를 찾아 삐죽거리며 몰리고 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와 또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 /그래픽=김송현 기자

 

① 첫 번째 풍선, 재건축시장 분양가 억제

 

지난 15일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는 오픈 2시간 만에 2,500여 명이 몰렸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평) 당 평균 3,220만원 정도.

정부가 재건축시장의 자금을 지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내리 누른 것이 모델하우스에 흥미진진한 모습을 연출시킨 것이다.

이들이 투기꾼은 아니다. 실수요자라는 굿네임이 붙여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깎아준 분양가의 혜택을 보려고 할 뿐이다. 정부가 돈을 벌게 해주는데 마다할 사람이 없다.

정부는 재건축 주택조합이 일방적으로 분양가를 잡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HUG라는 기관을 간접 통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HUG는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10%로 분양가 상한선으로 규정했다. 재건축조합측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재건축 돈줄을 쥐고 있는 HUG의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

서초센트럴아이파크의 분양가는 주변에 가장 최근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서리풀(2014년 분양)의 분양가에 110%를 적용해 책정됐다. 행정기관의 잘못된 계산법은 다른 사람에겐 좋은 돈벌이 호재가 된다. 3년 사이에 힐스테이트서리풀의 시세는 3.3㎡(평) 4.250만원으로 뛰었다.

분양만 받으면 평당 1,000만원의 이득을 얻게 된다. 물론 금융위기와 같은 돌발악재가 생기면 분양받은 사람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고도 남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남 부동산 신화가 보여주었다. 전용 80㎡ 기준(24평)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2억4,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을수 있다. 웬만한 봉급쟁이가 쓸 것 쓰고 저축해서 평생 이만한 돈을 모으기 힘들다.

누근들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대출을 규제한다고? 정부는 LTV, DTI 규제가 만능 요술인줄 아는데, 이는 봉급생활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규제책이다. 금융자산가들에겐 전혀 해당이 되지 않는 규제다. 오히려 경쟁자의 발목을 잡게 했으니, 돈 많은 사람들에겐 호재다. 

 

② 두 번째 풍선, 잠실 50층 재건축 허용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은 강남 재건축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후 몇주 그 시장은 움추려들었다. 여러채 집가지고 있는 사람을 죄악시했다. 현정부의 고위간부 상당수가 대주택가구임이 들어난는데도…. 내로남불이다.

움추렸던 재건축 시장에 반전의 모멘텀이 생겼다.

지난 7일 잠실역 사거리에 짓는 잠실 주공5단지 3개 동에 최고 50층 높이의 재건축이 허용되고 정비계획 통과가 임박했다.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 허용조건을 까탈스럽게 하면서 시장을 억제해왔는데, 50층 재건축이라는 상징적 정비계획을 사실상 통과시켰다.

그러자 인근지역 재건축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 아파트의 112㎡는 50층 허용 이후 15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거의 소진됐고, 지금은 15억5,000만∼16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는 8·2 대책 이전 역대 실거래 최고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119㎡는 50층 허용 이후 16억8,000만∼16억8,500만원에 거래되었고, 지금은 17억원 이상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잠실 효과로 8·2 대책 이후 약세였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최근 2,000만∼3,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개포 주공1단지 42㎡의 경우 11억8,000만원에 나오던 매물이 지난주 12억원으로 올랐고, 13억원이던 49㎡는 지난주 13억3,000만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③ 은행 대출도 풍선효과

 

은행들은 돈장사를 하는 회사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번다.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 신용대출을 늘리면 된다. 신용대출 이자가 더 비싸다. 부동산 구매자는 비싼 이자를 물지만 은행들은 더 많은 돈을 번다.

8·2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했다. 하지만 돈줄을 묶는데는 실패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도 돈을 마련하는 길이 많고, 은행들은 그 수요를 이용해 비싼 이자를 받는 돈놀이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5대)들의 소호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 7월과 8월에 급증했다. 6월 말 21조8,407억원에서 7월 말에는 22조3,187억원으로, 8월 말에는 22조7,804억원으로 늘었다. 매달 4,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올해 1~6월 사이에 월평균 2,226억원 증가한 것에 비해 월간 기준으로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LTV,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소호대출을 통해 대출이 늘어난 것이다.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고, 은행들이 그 통로로 돈을 풀어낸 것이다.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93조9,188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조3,899억원 늘었다. 7월말 잔액이 전월보다 7,012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신용대출 증가폭이 두배 커진 것이다.

정부가 한쪽 물줄기를 막으니, 다른 쪽에서 돈이 줄줄이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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