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 마냥 톡톡 튀는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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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 마냥 톡톡 튀는 테일러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9.16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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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부친 임종 앞둔 재산상속 싸움, 음모와 사랑이 절철된 영화

 

▲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상상해 보자. 발을 디딜수 없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영어로 ‘You are as edgy as a cat on a hot tin roof’라는 관용어는 안절부절못하는 경우를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욕망과 정열, 음모와 위선으로 달궈진 몸을 그냥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뛰는 고양이 같이 팔딸거리며 뛰어다니는 여인이 상상하면서 영화를 보면 재미를 더할수 있다.

14일밤 EBS 금요극장은 폴 뉴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은 『뜨거운 양철 지붕위의 고양이』 (1958년작)를 상영했다.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원작으로, 원제는 ‘Cat On A Hot Tin Roof’.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분한 매기(Maggie)를 상징한다. 아니 등장 인물 모두를 상징하고 있다.

 

<줄거리>

 

미국 남부의 귀족 가문에 태어난 매기는 한때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인 브릭(Brick: 폴 뉴먼 분)과 결혼을 하지만 불행한 생활을 하게 된다. 불행히도 한쪽 다리를 잃은 남편 브릭은 정열적이고 뜨겁게 사랑을 갈구하는 아름다운 아내 매기에게 사랑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매기는 목석같은 남편 브릭을 구슬리기 위해 화내고, 유혹하고, 눈물도 흘리며 고군분투한다. 매기는 천성적으로 남부의 열정과 쾌활함을 지닌 여인이다. 그런 그녀라면 욕망과 불안으로 달궈진 양철 지붕에서 내려와 자신을 원하는 남자에게 갈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남부 미시시피 강 유역 델타 지대의 비옥한 대농장을 소유한 폴리트 할아버지의 65세 생일을 배경으로 누가 농장을 상속받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은밀한 암투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 폴리트는 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상태이지만, 정작 자신과 부인 아이다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를 알고 있는 큰아들 구퍼 내외는 부모가 아끼는 작은아들 브릭에게 농장이 넘어갈까 봐 브릭이 알코올 의존증이며 브릭 내외에게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사사건건 큰 문제로 부각시킨다.

브릭의 아내 매기는 자신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 브릭을 설득해 아이를 갖기 위해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전전긍긍한다. 할아버지는 탐욕스러운 가족들에게 역겨움을 느낀다. 대지주가 되기까지 어려서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관용과 혜안을 가지게 된 그는 총애하는 아들 브릭이 삶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서로가 마주하기 힘든 진실을 폭로하는 서툰 대화로 인해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작품은 욕망과 허위, 단절과 소외 등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버지는 아들 브릭에게 알코올 중독에 빠진 이유를 추궁한다. 기물을 부수며 싸우던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는 마침내 비밀을 털어놓고 화해를 한다.

가족의 비밀은 남편 브릭의 동성애에 있었다. 브릭은 자신과 동성애적 감정을 나눴던 친구 스키퍼(Skipper)가 자살한데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매개체가 아내였다.

매기는 남편이 동성 친구인 스키퍼에게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친구를 유혹하고 이간질한다. 스키퍼는 친구의 아내인 매기의 유혹을 받고 고민을 하다가 자살한다. 경기에 실패한 것도 좌절의 이유다. 브릭은 모든 것을 아내의 책임으로 돌린다. 하지만 최종적인 책임은 자신에 있다는 것을 실토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허탈하다. 할아버지의 임박한 죽음에 가족 갈등이 증폭되고,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매기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거짓 임신 선언을 한다. 남편 브릭은 아내의 거짓 임신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는 스토리를 너무 급작스럽게 마무리했다는 느낌이다. 새드엔딩은 독자는 물론 관객을 잃기 때문일 것이다.

 

▲ 영화속 장면 /네이버 영화
▲ 영화속 장면 /네이버 영화

 

테네시 윌리엄스(1911 – 1983)

 

1911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외조부의 목사관에서 평온하게 생활하다 도시로 이주하면서 도시 빈민가 생활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독서와 글쓰기를 도피처로 삼게 되었다. 1935년에 소극 『카이로, 상하이, 봄베이』라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깨달은 윌리엄스는 아이오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1939년에 자신의 이름을 '테네시 주'에서 따와 테네시 윌리엄스로 개명한다.

▲ 테네시 윌리엄스 /위키피디아

1944년에 발표한 『유리 동물원』이 성공을 거두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이 작품으로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다음 작품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가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유진 오닐 이후 최고의 미국 극작가라 불리게 된다. 1955년에 발표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역시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 밖에 『장미 문신』(1951), 『카미노 레알』(1953), 『우유 기차는 이제 여기 멈추지 않는다』(1963), 『비유 카레』(1977), 『여름 호텔을 위한 의상』(1980) 등 많은 희곡을 발표했다.

1983년에 한 호텔 방에서 병마개가 목에 걸려 질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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