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尹정부, '법인세' 감면…실패했던 '낙수효과' 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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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尹정부, '법인세' 감면…실패했던 '낙수효과' 이번엔 성공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26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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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감면 등 세수 부족 유발…尹 정부 '지출 구조조정' 해법 제시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감면, 투자·고용보다 기업 곳간만 채워
재계, 법인세 감면 움직임 "기업 활력 기대" 일제히 환영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세 감면 등 감세 정책으로 기업 활력 제고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법인세 감면은) 중소기업에 훨씬 유리한,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대기업 편향적인 세제 개혁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7월25일 발언 내용 中 발췌-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유발하는 이른바 '낙수 효과'(Trickle down)로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 감면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보면 법인세 개편으로 중소기업은 기존보다 12% 정도 세금을 덜 내고 대기업은 약 10% 덜 내는 구조가 된다"면서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것은 경험칙인데 누가 무슨 반론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금 법인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수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불어난 기업 이익이 투자 등을 통해 서민과 중소기업으로 흐르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의 적정성과 효과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법인세 감면 논란의 쟁점을 짚어봤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출 구조조정, 세수 부족 막을 수 있나

이명박 정부도 같은 논리로 법인세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롯해 모든 구간의 세율을 임기 기간 내내 단계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적 요건 탓에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 창출 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기업들은 늘어난 이익을 사내유보금 등 형식으로 쌓아놓기만 했다. 

최근 상황도 이명박 정부 때와 유사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감면으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역대 정부의 사례를 볼 때 확보할 수 있는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년 예산 중 절반은 법으로 지출 의무가 정해진 예산이고 나머지 예산 중 30%는 인건비나 국방비처럼 삭감이 어려운 재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량지출뿐 아니라 의무·경직성 지출도 강력하게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무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지 예산을 대거 삭감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의무지출 부문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만큼 사회보장 지출을 대거 삭감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희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재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늘리면서 세 부담이 더 늘어났다고 하지만 사실상 2019년 이후로 감면액이 점점 커져 실제 징수액은 25%에 미치지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계의 요구는 법인세 세율을 낮출 뿐 아니라 다른 세금들도 폐지·감면해 달라는 것인데 재벌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투자·일자리 확대 또는 물가 안정과는 상관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대기업·재벌들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이 아니라 세금 낼 여력이 있는 재벌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서민들에게 직접 지원을 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 감면 등 감세 정책이 기업 활력 제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 활력 기대하는 재계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감면 움직임에 재계는 "기업 활력을 기대한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 21일 "국내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의 활력 제고에 역점을 두고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환영한다"며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 추세에 맞게 법인세제, 상속세제, 세제 인센티브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고용 부담을 완화하고 치열한 전략산업 기술경쟁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획에서 세제 개편안이 차질 없이 입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민간의 세 부담을 경감해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력을 제고할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인하와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상향 등 법인세제의 전면적 개편이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며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과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도 투자를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민생 안정과 기업경영 여건 개선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진일보한 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적극 환연한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첨단 산업 세제 지원 강화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조세 경쟁력을 높여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미래 성장잠재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무협) 또한 "이번 세제 개편안이 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세제지원책을 포함하고 있어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무역 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기적으로 무역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개편안이 조속하고 원만하게 국회를 통과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무역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단체 모습. 사진=연합뉴스

감세하면 기업 투자 늘어날까

감세의 과실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까. 이명박 정부의 지난 사례를 돌이켜 보면 법인세 인하 등 감세가 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 축적으로 이어졌다. 반면 정부는 세수 부족에 시달렸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2012년 경제지표에 이런 추세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억원 이하 구간 법인세율을 2%포인트 인하(13→11%)했고, 이듬해 2억원 초과구간 세율도 3%포인트(25→22%) 낮췄다.

지난 2010년에는 2억원 이하 구간 세율이 1%포인트 추가 인하(11→10%) 인하됐다. 2011년에는 2억~200억원 이하 과표 구간이 신설됐고, 이 구간 세율이 2%포인트 인하(22→20%) 됐다. 200억원 초과 구간 세율(22%)은 유지됐다. 다만 최고 세율을 20%까지 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은 세수 부족과 부자감세 논란 끝에 무산됐다.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들은 수십조원의 혜택을 누렸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4년 펴낸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에 따른 세수효과 및 귀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세법 개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기업들이 절감한 법인세는 모두 26조7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다. 기업의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 규모는 2009~2012년 4년간 23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5~2008년의 투자 증가 규모인 33조50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줄어든 규모다. 고용도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다. 고용률은 2009년(58.6%), 2010년(58.7%), 2011년(59.1%)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다 2012년 59.4%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2007년(59.8%)과 2008년(59.5%)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이익잉여금)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9년 72조4000억원에서 2010년 94조4000억원,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3년 연속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금 감면이 투자나 고용이 아닌 대기업의 '곳간'만 채워주는 데 그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감세에 따른 투자와 고용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현재 역시 비슷한 처지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과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달 9일 노동당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금융‧보험업 제외)의 매출액은 2020년 1344조5000억원에서 163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조2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981조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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