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실적인데...웃음기 사라진 '금융지주', 충당금 쌓아도 쌓아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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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실적인데...웃음기 사라진 '금융지주', 충당금 쌓아도 쌓아도 '부족'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26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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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대출이 전체의 80%차지...
2분기 4대 금융지주 1000~2000억원 충당금 추가 적립
금리인상기 취약 차주 부실 대비해 충당금 더 쌓아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충당금을 1000~2000억원 규모로 추가 적립했지만, 향후 금리가 더 올라가고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 2분기 추가 적립 충당금 6008억원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가 이번 2분기에 추가로 적립한 충당금은 6008억원에 달한다. 

KB금융그룹은 이번 2분기 충당금을 1210억원 추가 적립했다. 2분기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3331억원)은 전분기(1301억원) 대비 156% 증가한 셈이다. KB금융은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리스크관리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1분기 745억원에 이어 2분기 경기 대응 충당금 2245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상반기에만 추가 충당금 2990억원을 더 쌓은 셈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7.6%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서 신한금융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분기 2436억원에서 2분기 3582억원으로 47%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분기 선제적 대손충당금으로 1243억원을 쌓았다. 이는 1분기 603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충당금 등 전입액은 1분기 1701억원에서 2분기 2521억원으로 증가했다. 

우리금융그룹은 2분기에 미래경기전망을 반영해 추가 충당금을 1310억원 더 쌓았다. 대손충당금은 2분기 3308억원으로 1분기(1661억원) 대비 99.4% 증가했다. 

한은 연말 금리 2.75%~3.00% 전망…취약 차주 부실 우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추가로 쌓은 충당금이 전 분기 대비 큰 폭 늘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달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서 올해 말 기준금리는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에 좋은 신호다.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지는 경우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0.03~0.05%포인트 높아지고 이자이익도 1000억원 이상 증가한다. 

실제로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9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0% 안팎의 성장세다. 각 금융지주별 이자이익은 KB금융 5조4418억원, 신한금융 5조1317억원, 하나금융 4조1906억원, 우리금융 4조1033억원이다. 

그러나 금리가 빨리 오르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은행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80%대에 육박한 상태다. 금리인상에 취약한 차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4대 금융지주 위기대응능력 부족…충당금 더 적립해야"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4대 금융지주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신뢰를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은행의 위기 대응능력,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서 이사는 "은행 평균 추가충당률 적립률은 0.04%포인트 개선돼 누적 0.48%에 그쳤다"며 "오히려 위험가중자산이 2021년 말 대비 8%나 증가해 보통주 자본비율이 0.04%포인트나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은행이 금융위기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서 올해 2분기에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을 최소 1%포인트는 끌어올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당금 적립 수준이 적다는 것은 금융 환경 변화에 맞춰 위험 조정 계수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금융지주들은) 사업자 명의로 비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은행 자산가에 대한 위험을 평가해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으며, 금리 인상으로 늘어나는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기보다는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자본비율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평균 자본비율은 12.49%로 전년 말 대비 0.45%포인트 하락했다. 서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한도대출 증가, 파생상품자산 증가 등 위험가중자산이 상반기 중 18조3000억원 증가한 결과라고 봤다.

그는 "2023년부터 예정된 바젤Ⅲ 최종안 도입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대형 금융지주의 소극적 자본 관리는 금융안정 위험을 높이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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