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에 충격 체감의 체질이 된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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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에 충격 체감의 체질이 된 한국인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15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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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긴장하는데, 한국사람들은 “또 쐈냐” 습관적 불감증

 

수학 체감의 법칙,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경제학에 XX 체감(遞減)의 법칙이 많다.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결과물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갖다 붙이면 된다. 자극 체감의 법칙, 충격 체감의 법칙도 우리의 사회현상에서 설명하는 법칙이 될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느끼는 문제에서 이 체감의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 충격체감의 법칙이다.

15일 오전 북한이 비행거리 3,700km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거쳐 북태평양으로 발사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을 벌인지 12일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375호 채택 사흘 만이다.

 

일본에선 발칵 뒤집혔다.

일본 방위성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정부는 미사일 발사를 확인한 직후 ‘국민보호에 관한 정보’를 알라고 홋카이도 등 12곳에 대해 대피를 당부했다.

일부 지역에선 초중학교에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늦추고 자택에서 대기했고, 등교한 학생에게는 학교 건물에 대피하도록 했다. 홋카이도 일부 초중학교에는 학생들에게 바로 등교하지 말고 자택에 대기하도록 하는 방안이 전달됐다.

직장인들도 긴장했다. 미사일 경유 지역의 신칸센은 운행을 일시로 중단했다가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는 정보가 전달된 뒤인 운행을 재개했다. 삿포로의 지하철도 한때 운행을 멈췄다.

어느 프로골프투어 대회는 그 시각에 경기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 15일 일본 NHK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가장 긴장해야 할 한국은 어떤 분위기인가. 한마디로 “또 쐈냐”는 반응이다.

북한의 핵실험의 강도는 갈수록 가공할만하고, 미사일의 능력은 고도화되는데,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안보불감증을 넘어 충격 체감의 법칙, 또는 자극 체감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 강하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북한은 같은 민족인데 그 무시무시한 대량살상용 무기를 동족을 향해 쏘겠는가, 하는 이상한 믿음을 갖는 사람도 있다. 또 70년 이상 북의 도발을 보다 보니, 이번엔 뭘 달라고 요구하나, 협상용이겠지 하는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

대응도 반복적이다. 청와대는 NSC를 열고, 대응 미사일을 쏘고, 정부 대변인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고 강력하게 성명 한마디 던진다.

금융시장도 한국 국민성을 닮아간다. 코스피는 올랐고, 원화 가치도 올랐다. 금융감독당국은 그저 모니터링만 한다. 한국물에 투자한 외국인들도 한국사람 닮아간다. 한국사람들이 긴장하지 않는데, 자기네들만 매도하다간 터지기 십상이다.

그냥 며칠 지나면 잊는다. 그러다가 다시 도발한다. 우리는 아무런 소용없는 매뉴얼만 움직인다. 국민들은 “또 쐈냐, 또 실험했냐”고 한다.

이 안보 불감증은 북한으로선 답답하게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초강력 핵실험을 하고 성능좋은 미사일을 쏘면 남한사람들이 긴장해야 하는데, 조금도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사람들이 호들갑을 떤다. 보수적 인사들이 북핵의 위험성을 거론하고 미국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자고 하면, 보수꼴통이라고 매도한다. 한반도 긴장을 자극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평화로운 나라도 없다. 한국인들을 긴장시키지 못한 점에서 북한은 분명 실패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있는데,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 하는 확신에 찬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중국이 사드배치니, 전술핵 도입 주장 등으로, 무역보복이나 하지 않을지 걱정한다. 장사해서 돈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국은 한술 더 뜬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국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말은 형식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과 러시아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한데 대해 “북한문제의 직접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자기네들은 규탄성명 하나 해줄테니, 귀챦게 굴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이 자주 폭발시키고 쏘아대는 북한보다가 귀챦게 간섭하는 미국에 짜증을 내는 것이다. 시진핑이 말했듯이 북한은 중국과 혈맹이다. 이 본질직인 인식이 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태도가 문제다. 북한은 올해말까지 ICBM에 수소탄을 장착하는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하는 것이 분명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불감증, 충격 체감의 체질에 빠져버렸다. 안보리 대북결의안이 나온지 며칠 됐다고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이 그 돈을 정말 인도적 목적에 쓸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는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 잘 아는 얘기다. 거짓말도 자꾸하면 믿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저 사악한 거짓말을 아직도 믿고 있다. 어린이들보다 못한 어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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