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크리스찬 디올에 무슨일이...중국인 뿔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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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크리스찬 디올에 무슨일이...중국인 뿔난 이유는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7.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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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들 파리 디올 매장 앞에서 시위
중국 네티즌, ‘모방’ 보다 ‘인정하지 않는 점’이 더 괘씸해
중국 관영매체, ‘표절’보다 더 나쁜 ‘문화 유용’이라고 주장
일방적 애국심 표출에 “치마가 인권보다 중요하냐”는 지적도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2만 9000 위안 치마에 중국 네티즌들이 발끈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세계적 패션 브랜드 디올의 치마 제품이 `중국 전통의상을 모방했다`며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프랑스 패션업체 크리스찬 디올(이하 디올)은 2022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치마 제품을 선보였는데, 중국 네티즌들은 이 치마가 중국 전통의상인 마멘췬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올이 발표한 치마가 앞과 뒤에 높은 트임이 있는 점, 양 측면에 주름이 있는 점 등이 디올 치마가 마멘췬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분명함에도 디올이 이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네티즌들이 디올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비난이 일자 디올은 중국 본토 공식 홈페이지에 중국 네티즌들이 지적한 치마를 내렸을 뿐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디올의 공식적인 사과 반응이 나오지 않자 중국 유학생 50여 명이 디올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플래그십 매장 앞에서 디올의 ‘중국의상 표절’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디올이 최근 출시한 치마 중 하나가 중국 명·청대 한족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마멘췬을 모방한 것이 명백하다며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중국 네티즌들은 크리스찬 디올이 2022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치마(오른쪽)가 중국 전통의상인 마멘췬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디올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출처=왕이망
중국 네티즌들은 크리스찬 디올이 2022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치마(오른쪽)가 중국 전통의상인 마멘췬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디올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출처=왕이망

시위에 참석한 유학생들은 마멘췬 치마를 들거나 입고, "문화유용을 중지하라"는 피켓을 들고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그러면서 디올이 표절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계속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유학생들의 이런 행동을 두고 중국 관영언론과 네티즌들이 중국 전통문화를 옹호하며 극찬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언론, 전문지, 네티즌의 포스팅 등의 공통된 키워드는 표절, 문화유용 그리고 애국심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1946년 설립된 디올, 타임슬립인가?’라며 디올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왕이망은 “문화 분야에서는 타국의 유용에 대해 침묵하는 것 자체가 방임”이라고 주장하며 “바다 건너 유학생들의 시위 행진이 많은 나라의 국민을 감동시켰고 이것은 중국 민족의 깊은 민족 정서에 기반한다.”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신랑왕은 “이번 디올의 새 치마는 표절이 아니라 표절보다 더 나쁜 문화유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최근 몇 년간 중국이 밖에서 폄훼를 받을 때마다 젊은 유학생들이 나서서 조국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행태가 중국 신청년의 대표 모습”이라며 중국 유학생들의 디올 항의 시위에 동조했다.

중국 유학생들이 디올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플래그십 매장 앞에서 디올의 문화유용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캡처
중국 유학생들이 디올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플래그십 매장 앞에서 디올의 문화유용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캡처

중국 SNS에는 '디올 표절', '디올 치마' 등 키워드가 지속적으로 실검에 올랐다. 

중국 네티즌들은 정상적인 문화교류, 문화흡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디올이 문화 유용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을 자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네티즌들은 시위 관련 기사나 게시물에 “문화부가 디올에 직접 조치를 취해야한다”, “이것은 적나라한 문화 약탈이다”, “시위 모습 정말 멋지다, 뿌듯하다”, “중국 문화를 보호하는 여학우들에게 박수를” 등 디올의 표절과 이에 대한 중국 유학생들의 시위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 

중국 관영매체와 네티즌의 디올 비판은 중국 디올 광고 모델에게도 향했다. 중국 네티즌과 관영매체는 “왜 디올의 광고 모델들은 디올 치마의 중국 문화 유용에 답을 하지 않냐”며 광고 모델들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중국에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이슈를 일으킨 기업의 광고 모델들이 모델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비판에 동조해왔다. 서방 세계에서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동조한 기업들의 광고 모델들이 광고 모델 계약 파기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에서는 10여 명의 유명 연예인들이 디올의 광고 모델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약 파기 등의 공식적인 입장을 낸 연예인은 없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유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며 중국 문화부가 직접 디올에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출처=웨이보캡처
중국 네티즌들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중국 유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며 중국 문화부가 직접 디올에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출처=웨이보캡처

한편 디올은 지난해 상하이에서 개막한 '레이디 디올' 전시회에서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눈화장을 짙게 한 모델이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전시해 중국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디올의 사례처럼 중국은 자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을 향해 판매 보이콧, 네티즌 악플 테러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자신들의 주장과 애국심을 표출해왔다.

최근 디올 관련 중국 유학생들의 시위도 애국심의 발로로 포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위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권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치마를 해 거리 시위에 나섰다”며 “치마가 인권보다 중요하냐”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들의 일방적인 애국심 표현에 대한 시각 차이와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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