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세계푸드 '고기없는 정육점' 가보니…"이게 고기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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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세계푸드 '고기없는 정육점' 가보니…"이게 고기가 아니라고?"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7.2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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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 식물성 정육점 '더 베러' 선보여…30일 정식 오픈
자회사 '베러미트'의 대체육 햄 활용
힙한 인테리어, 메뉴 통한 대중성 확보가 목표
강남구 압구정 '더 베러' 매장 내부. 사진=김솔아 기자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정육점에서 깜빠뉴 빵 사이에 가득 들어있는 대체육 햄을 맛보았다. 일반적인 샌드위치에 들어있는 햄의 맛과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어 수제 햄 가게에서 판매하는 콜드컷(Cold cut, 슬라이스 햄)의 맛이 느껴졌다.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들을 맛보는 내내 '이게 진짜 고기가 아니라고?'하는 질문이 맴돌았다. 

25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더 베러를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니 정육점 특유의 붉은 조명과 천장에 매달린 햄들이 눈에 띄었다. 매대에 놓인 각종 햄 제품과 샌드위치는 유럽의 정육점을 연상케 했다. 누구나 고기를 떠올릴 만한 외관이지만 이 매장에는 진짜 고기, 즉 육(肉)고기가 없다.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의 원물 제품을 비롯해 식물성 대체식품을 활용한 메뉴만 판매한다.

'힙'한 매장으로 대체육 대중화 이끌까

더 베러 매장 내에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 사진=김솔아 기자

포토존을 방불케하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매장은 3개의 존으로 구성됐다. 부처 존(Butcher Zone)에서는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며 선보인 슬라이스 햄 ‘콜드컷’과 최근까지 개발한 미트볼, 다짐육, 소시지 패티 등의 제품을 판매한다. 베버리지 존(Beverage Zone)과 델리 존(Deli Zone)에서는 콜드컷 햄들을 활용한 샌드위치, 샐러드, 파니니 등 대체육 메뉴 20여종과 식물성 대체식품으로 만든 케이크, 치즈, 귀리 음료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더 베러는 식물성 대체식품의 대중성 확대에 초점을 뒀다. 식물성 대체식품만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음료와 함께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는 기존 브런치카페와 동일한 형태다. 매장 한켠에는 대체육을 일종의 문화처럼 즐길 수 있는 친환경 굿즈가 마련됐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티셔츠, 다회용 컵, 에코백 등을 판매한다. 신세계푸드는 더 베러 매장을 동물복지, 지구환경 등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압구정에 문을 연 이유도 식물성 대체식품의 대중화와 연관이 깊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압구정은 유동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구매력이 큰 고객이 많이 모이기 떄문에 매장을 열기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했다"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대체육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좋은 세상에 대해 알리고, 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체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의 대체육…'햄'이 신의 한 수

(위) 모르타델라 깜파뉴 샌드위치, (좌측 아래) 슁켄&퀴노아 샌드위치, (우측 아래) 귀리 음료 2종. 사진=김솔아 기자

더 베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식물성 대체육 햄은 세 종류다. 일반적인 햄 맛에 충실한 볼로냐 콜드컷, 고기 지방의 고소한 맛을 구현한 모르타델라 콜드컷, 허브의 향기와 매콤한 맛을 살린 슁켄 콜드컷이다. 

앞서 볼로냐 콜드컷은 스타벅스의 샌드위치 제품에 활용되며 고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주로 스타벅스나 기업, 기관 등의 행사에 대체육을 공급하며 'B2B' 위주의 사업을 전개해왔으나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소비자 접점을 늘리며 'B2C'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는 모르타델라를 활용한 샌드위치와 슁켄이 들어간 샐러드, 대체육 미트볼과 귀리 음료를 시식했다.

샌드위치를 베어물자 짭조름하고 고소한 햄 맛이 느껴졌다. 육고기를 가공해 만든 햄과 비교했을 때 식감과 맛에서 차이가 없었다. 샐러드에 들어있는 햄을 먹어보자 본연의 맛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콩고기 다짐육으로 만들어진 스테이크, 말린 콩고기 등의 대체육을 먹어봤지만 더 베러의 햄만큼 육고기와 구별이 어려운 제품은 처음이었다. 대체육 제품으로 가공 냉장육 형태를 선택한 점이 주효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고기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서 미역 등 해조류의 성분을 적용했다"며 "대체육 패티 등의 제품보다 훨씬 얇게 썰린 슬라이스 햄 형태이기 때문에 진짜 고기와 구별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리 음료도 동물성 우유만큼 맛이 진해 식물성 우유의 맛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먹기 좋을 듯 했다. 다만 대중적인 샌드위치 가게가 콜라, 커피 등의 다양한 음료 메뉴를 판매하는 것과 달리 귀리 음료 2종과 스무디 1종만 마련된 점은 아쉬웠다.

가격대는 샌드위치가 9000~10000원대이며, 샐러드는 100g당 5000원이다. 음료 3종은 모두 7000원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30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가격대가 변경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직 '1인자' 없는 대체육 시장 이끌겠다" 포부

더 베러는 오는 30일부터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운영 기간은 6개월이다. 신세계푸드는 팝업스토어 운영을 통해 대체육 시장을 확대하고 ‘베러미트’를 대체육 시장 리딩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팝업스토어는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해보는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대체육 시장에 출사표를 내는 식품업체가 늘고 있는 만큼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정육점' 실험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최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 법인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선진 R&D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대체육 사업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현재 국내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많지만 압도적인 강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대체육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은 각자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특색있는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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