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우영우 신드롬' 만든 KT의 실험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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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우영우 신드롬' 만든 KT의 실험정신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7.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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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드라마 ‘우영우’ 열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TV와 거리를 두며 메타버스에 심취한 10대와 유튜브 시청을 주도한 20대마저 ‘우영우’ 방영 전날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우영우’ 방영만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6부작으로 기획되었음에도 이미 방영 중반인 8회에 시청률 13%를 돌파했다. 

시청률 13%가 그리 대단한 수치냐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영우’를 방영하는 채널이 신생채널 ENA라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지상파 3사 대비 케이블, 종편 등은 늘 시청률의 최소 5배가 실제 대중의 체감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현재 드라마 ‘우영우’의 신드롬은 과거 시청률 50~60%를 오갔던 화제작과 맞먹는다. 

KT, 과감한 투자와 PPL거부로 우영우 신드롬을 만들다

드라마 ‘우영우’를 연출하고 있는 유인식 PD는 SBS에서 '외과의사 봉달희', '자이언트', '돈의 화신',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연출한 스타 프로듀서이다. 초기 ‘우영우’ 역시 SBS 편성이 논의되었던 이유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SKY TV를 인수한 KT가 콘텐츠 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하면서 ‘우영우’의 플랫폼은 SBS에서 ENA로 변경되었다. 

스카이 티비(SKY TV)를 인수한 KT가 채널명을 ENA로 바꿨을 때만 해도 신생 채널의 한계로 인해 화제작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다. 이러한 우려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KT는 ‘우영우’를 제작하면서 드라마와 예능의 최대 걸림돌인 PPL을 제거, NO PPL 전략을 추구했다. 대신 회당 제작비 12억원, 총 200억원을 ‘우영우’에 투자했다. 

주인공이 슬퍼하다가 대기업의 로고가 보이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한 후 눈가의 눈물을 닦고 멀티밤을 바르는 일이 국내 드라마와 예능에는 비일비재했다. 드라마 또는 예능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해당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스토리와 무관한 기업의 상품, 상표를 노출하는 PPL은 방송에서 투자 위험도를 낮추는 핵심 전략이었다.

그러나 투자 위험도를 낮출지는 몰라도 PPL은 시청자의 불만을 높이며 스토리 위험도를 대폭 증가시킨 요인이었다. 수많은 시청자가 TV를 떠난 요인 중 PPL도 한 몫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과감한 투자와 PPL 거부를 통해 '오징어게임' 열풍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시켰고 KT는 동일한 전략으로 ‘우영우’를 성공시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컷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컷

KT, 통신 공룡에서 콘텐츠 공룡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다

KT는 우리에겐 통신 기업으로 익숙한 조직이다. 그러나 이미 올해 3월, KT는 구현모 사장(CEO)이 직접 대작 드라마를 통해 콘텐츠 산업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통신 공룡에서 콘텐츠 공룡으로 전환하겠다는 선포였다. 향후 3년간 4000억 규모의 투자와 함께 내년까지 100개 이상의 드라마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겠다는 점도 약속했다. 

KT는 과거에도 콘텐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KT뮤직, 영화제작 전문기업 싸이더스 FNH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 산업의 문을 두드렸다. CJ엔터테인먼트 및 CJ미디어 출신 경영진을 영입하는 등 인재 확보 측면에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0년 간 콘텐츠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KT가 이제는 완벽히 노하우를 체득한 모습이다.

KT 이외 SKT, LG유플러스도 이미 통신에서 콘텐츠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통신망과 콘텐츠는 가장 밀접하게 고객에게 다가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이에 대비, 콘텐츠 투자, 제작, 유통을 총괄하는 스튜디오지니를 지난해 신설하며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분야 콘텐츠 투자 및 미디어 경쟁력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이와 함께 경쟁이 격화되는 OTT 시장에서 지배적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KT는 자사의 OTT인 시즌과 CJ ENM의 티빙 합병을 결정했다. KT와 CJ는 OTT 통합을 통해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연합인 웨이브와 쿠팡 등 국내 라이벌 OTT를 확실히 압도하게 되었다. 티빙과의 합병으로 KT는 티빙의 주주인 CJ ENM, JTBC 등과 협력전선까지 구축했다. 

지난 4월 7일 열린 KT그룹 미디어데이에서 그룹의 콘텐츠사업 성장 전략을 소개하는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사장). 사진=연합뉴스

KT, 과감한 실험정신만이 답이다 

한편, LG유플러스는 CJ ENM 방송부문 대표를 지낸 이덕재 부문장을 최고콘텐츠책임자로 영입, 키즈 캐릭터에서 ‘미니특공대’ 등으로 유명한 국내 콘텐츠 기업인 SAMG 엔터테인먼트에 이달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SK텔레콤 역시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를 지난달 설립,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외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선언했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분야이다. 지상파 3사와 종편 그리고 하이브, SM 등의 매니지먼트기획사, CJ ENM 및 롯데컬처웍스 등 대기업, OTT 시장을 지배한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던진 쿠팡과 통신 3사 등 전략적 역량을 갖춘 기업이 넘쳐난다. 콘텐츠 산업은 산업의 경계선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직까지 KT의 콘텐츠 역량은 경쟁사 대비 부족한 편이다. 결과로 증명된 건 ‘우영우’ 하나뿐이다. 다만, ‘우영우’ 신드롬이 KT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비용 감소를 위해 스토리를 해치는 PPL 대신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투자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 배제와 조직의 실험정신 장려에 해답이 있다. 

영화, 드라마 등은 흥행하더라도 그 다음에 동일 수준의 흥행 타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분야이다. 국내 대기업과 통신사는 2000년대 초반 콘텐츠 투자에 나섰으나 수익창출이 쉽지 않자 이내 발을 뺐다. 하이리스크 산업인 콘텐츠 분야에서 CJ ENM이 지배적인 리더가 된 이유도 수년간 손실을 인내해왔기 때문이다. KT에게는 인내력이 요구된다. 

지난해 콘텐츠 분야에서 3조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KT는 2025년까지 그룹의 콘텐츠 매출을 5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다만, 콘텐츠는 정량적인 수익창출에 초점을 기울이면 실험정신이 쇠퇴하기 쉬운 분야이다. 통신 분야와 동일한 형태의 전략 수립 및 목표 설정은 곤란하다. KT에게는 수익창출에서 가치창출로의 전환도 요구된다. 

결국 KT가 진짜 실험정신을 발휘해야 할 시기는 ‘우영우 신드롬’이 끝난 이후부터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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