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의 국가 통제를 그린 『디지털 포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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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의 국가 통제를 그린 『디지털 포트리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13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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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폭로, 애플의 암호공개 논란 등을 통해 쟁점이 된 주제

 

‘지구상의 모든 통신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20년전에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쓴 소설이 있다. 바로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의 첫작품인 『디지털 포트리스』(Digital Fortress)다.

댄 브라운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디지털 포트리스』를 쓴 시기는 1998년, 지금부터 20년 전이다.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를 위해 감청과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석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는 프로그래머 사이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NSA의 암호해독 컴퓨터를 무력화시킨 '디지털 포트리스'의 패스 키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정교하게 펼쳐진다.

 

당시 인터넷이 미래의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며 이른바 인터넷 버블을 형성할 때였다. 미국 IT기업이 집중한 나스닥 지수가 5.000포인트를 향해 달렸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에 환장할 때 댄 브라운은 인터넷과 그 코드를 정확히 관찰했고, 그것을 국가기관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디지털 포트리스』의 주 무대는 미국의 NSA(National Security Agency)라는 정보 조직이다. 이 정보 조직에서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이메일 암호를 해킹할 수 있는 트랜슬터(TRANSLTR)라는 슈퍼 컴퓨터를 만들었다.

 

▲ 댄 브라운저 '디지털 포트리스' /촬영

 

댄 브라운이 디지털 포트리에서 그린 NSA의 실체는 나중에 입증되었다. 2013년 CIA와 NSA에서 근무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이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등의 내용을 담은 기밀문서를 폭로하면서 전 세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개인의 메일과 통화내역, 신용카드 사용 기록은 물론 우방 국가 수반까지 감시해 국제적 문제로 비화했다. NSA의 불법감청이 드러난 것이다.

 

스노든 사건에 앞서 15년전에 댄 브라운이 NSA의 불법 도청 가능성을 제기하며 쓴 소설이다.

암호를 해독하는 데는 버고프스키 원칙(Bergofsky Principle)이라는 것이 적용되었다. 이 원칙은 모든 암호는 원칙적으로 해독 가능하다는 것인데, 모든 가능한 조합을 적용하다 보면 암호는 언젠가는 풀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NSA는 트랜슬터라는 슈퍼 컴퓨터를 통해 모든 암호를 해독했다. 트랜슬터가 있는한 NSA는 세계의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암호가 풀린다면 일반 시민들의 정보도 무제한 해킹당할 수 있다. 이 사실에 불만을 품은 천재 컴퓨터 전문가는 트랜슬터를 무너뜨리기 위해 절대 풀리지 않는 암호 '디지털 포트리스'를 만든다. 디지털 포트리스로 인해 트랜슬터가 풀수 없는 암호가 생겨난다. 만약 테러리스트나 나쁜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 디지털 포트리스를 이용해 이메일을 보내면 NSA는 막을 수 없게 된다. 어떤 암호도 해독할 수 있는 트랜슬터와 절대 풀리지 않는 암호인 디지털 포트리스의 창과 방패 대결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 저자 댄 브라운/위키피디아

스토리는 엔세이 탄카도라는 일본인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한편 청혼신청의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는 수잔 플레처는 자신의 약혼자 데이비드 베커의 갑작스런 출장 소식을 접한다. 그녀 또한 자신의 직장인 NSA 암호부에서의 비상사태 소식에 부름을 받는다.

얼떨결에 스페인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탄카토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가 접수한 의뢰는 장례식에서 고인의 물건을 회수해오는 것.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할 것 같은 금반지가 사라졌음을 알게되고, 반지를 찾기 위한 그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발단은 죽은 엔세이 탄카토가 NSA의 슈퍼컴퓨터 '트샌슬러'의 정체를 세상에 공개하고자 트랜슬러도 해독할 수 없는 새로운 암호화 프로그램 '디지털 포트리스'를 만들게 되면서다. 문제의 소프트를 구하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소프트가 '디지털 포티리스'의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수잔은 NSA에서, 데이비드는 스페인에서 '디지털 포트리스'를 무력화할 패스 키를 찾아 나선다.

그후 스토리는 너무 복잡해서 생략한다. 반전과 반전의 전형적인 스릴러다. 헐리웃 영화에서 보는듯한 장면이 속출한다. 국내 번역본은 두권으로 나와 있다. 사건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

그 뒤에 엄청난 반전과 함께 놀라운 비밀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게 된다. 죽음의 연속이다. 다빈치 코드를 먼저 읽고 디지털 포트리스를 아중에 읽은 사람의 경우 어디서 본 장면이 다시 나타난듯한 느낌을 갖는다.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가 우선인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권리가 우선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 내용중에 나오는 ‘quis custodiet custodes ipsos’(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주제가 오늘날 화두로 떠오르는 주제다. 정부 기관은 개인에 대한 불법적인 감시를 할수 있는가.

지난해 미국 법무부와 애플의 보안체계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법무부는 테러범의 아이폰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잠금장치 기능을 해제해줄 것을 애플에 요청했다. 애플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미국 법무부는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을 풀어 정보를 빼낼 수 있도록 애플에 법원 명령을 내려달라고 연방법원에 요청했다. 연방법원은 FBI가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인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5C 잠금을 해제해 안에 담긴 암호화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애플이 기술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하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이 명령이 아이폰에 접근하는 '뒷문'을 만들라는 의미이며 고객의 개인정보를 위협할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거부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것은 정부가 테러 대책의 일환으로 통신업체들의 협조를 받지 않고도 휴대전화나 개인용컴퓨터 보안체계의 허점을 뚫고 들어가 광범위한 도·감청을 해왔지만, 이제는 '우리는 뚫을 능력이 없으니, 당신들이 당신들 제품에 뒷문을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에게 넘겨달라'는 것이었다. 애플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제 손으로 고객의 보안 프로그램을 외부에 제공하는 것이 된다.

 

댄 브라운은 국가가 주도하는 불법도청장치를 위해 싸우는 NSA 요원들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이를 폭로하려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그렸다. 하지만 사생활 보호가 강조되는 시절에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의 관점은 보호될 성질이 이난 시대가 되었다. 트랜슬터와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도청을 폭로하려는 엔세이 탄카도의 방향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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