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골목상권 보호 실효성 없어" 지적 나와
소상공인 "절차 불투명한 인기투표…보호정책 내놔야"
업계 기대감에 관련주는 상승세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제도의 폐지여부를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지난 20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약 1만 2000여건의 민원·제안·청원 가운데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제안 10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제안은 정부가 기존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를 폐지하고 신설한 새로운 소통창구다. ▲최저임금 업종·직종별 차등 적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9900원으로 무제한 대중교통을 탑승할 수 있는 ‘K-교통패스’ 도입 등이 우수 국민제안 10건으로 선정됐다.
10건의 우수 국민제안은 21일부터 열흘 동안 국민제안 홈페이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3건으로 추려진다. 선정된 3건의 국민제안은 실제 국정에 반영되도록 추진될 예정이다. 21일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의 투표수가 가장 높다.
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도입 후 10년 간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던 대형마트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효성 없고 소비자들이 요구"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온라인 시장 확대 등 유통시장 급격한 변화 속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출범 브리핑에서 "지역 자영업과 소상공인들 보호를 위해 일정 기준을 만들었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피해가 많다는 목소리도 들어왔다"며 "국민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온라인으로 의견을 물어 제도화, 제도 개선 여부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절반을 넘겼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 의견은 각각 29.3%와 2.9%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해 1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58.3%의 소비자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제도 유지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30.1%, 의무휴업 일수 확대 등 규제강화로 응답한 소비자는 11.6%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고 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의 8.3%를 기록했으며 37.6%가 근처 슈퍼마켓을 이용한다고 답했고, 28.1%가 대형마트의 영업일을 기다리겠다고 답변했다. 이커머스(14.7%)나 편의점(11.3%)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골목상권 보호 정책 논의없이 인기투표 안돼"
그러나 대형마트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통시장, 소규모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중소상공인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2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이미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며 "적법성이 입증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진행된 전경련의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대한 반박도 제기했다. 한상총련은 "유통 재벌들은 의무휴업 무력화를 주장하며 소비자 인식 조사를 근거로 제시했다"며 "작년 전경련 조사 결과 '대형마트 휴무 때 전통시장을 방문하겠다는 소비자 응답률은 8.3%에 그친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이 조사에서 전통시장을 비롯해 편의점,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을 이용하겠다는 응답률은 57.2%나 됐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의무휴업의 효과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도 2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투표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대형마트의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은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들에게 위협이 됐을 뿐 아니라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했다"며 "노동자들의 일·삶의 균형을 위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선정된 10개의 의제가 과연 ‘국민제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민 다수의 요구인지도 의문이며 투표에는 로그인 절차도 없다"며 "한달에 겨우 2일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자는 제안은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이야기한 노동시간 유연화와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 완화를 구현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진행된 연구나 조사를 살펴보면 대형마트 휴무가 골목상권의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유의미한 결론을 찾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규제 완화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골목상권을 보호할 현실적인 정책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마트·롯데쇼핑 실적 개선 가능성에도 관심↑
한편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가능성에 이마트나 롯데쇼핑 등 유통 관련주들은 상승세를 보였다.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대형마트 업체의 매출, 영업이익 증가 규모를 추산한 증권가 분석도 이어졌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체 점포에서 창출되는 총매출을 일매출로 계산해보면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이마트는 연매출 약 1조원, 롯데쇼핑은 연매출 약 4000억원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더불어 이마트 및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점포 내에 온라인향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의무휴업이 폐지되면 온라인에서도 매출 확대 및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질적 폐지를 위해서는 법안 개정까지 필요하기때문에 단기간에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관련 사업자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의무휴업 폐지 시 이마트 할인점은 영업이익 1440억원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499억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어 "대규모 유통 기업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개별 기업별로 영업이익 기준각각 100억~200억원 수준의 증가 효과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