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우조선파업 해결위한 3대 키워드 '불법 · 원청 · 尹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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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대우조선파업 해결위한 3대 키워드 '불법 · 원청 · 尹정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2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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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쟁의, 쟁의권 얻은 합법 파업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산업은행의 역할론 커져
노동계 "윤석열 정부 공권력 투입보다 조정 중재 역할 해야"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철제 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각 농성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1독(dock)에는 지난달 2일부터 20m 높이의 1독 초대형 원유 운반선 탱크탑(원유저장 공간) 난간에 올라선 6명의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이 울리고 있다.

이들은 "하청노동자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50여일 남짓 점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독 바닥 한가운데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둔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교섭을 외치고 있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이다. 조선소 1독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한편에선 점거 파업 중인 노조가 휘발성 물질인 신나를 반입했다는 말이 새어나오고 있고 경찰은 공권력 투입을 염두한 듯 경찰력을 증원하고 있다. 19일 기대를 모았던 노사 합의는 불발됐고, 같은 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느냐"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또한 이날 오후 현장을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권력 투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투입 시기는 워낙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사 간 중재 역할을 해야 할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전면에 나서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의 압박에도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 요구 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파업을 접지 않을 태세다. 민주노총도 거들고 나섰다. 민노총은 "상황이 파국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며 정부를 향한 노동자와 민중의 거대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식(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해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청노동자의 쟁의 행위, 불법인가

14일 정부는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쟁의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같은 날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면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비조합원들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노동운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번 파업으로 선박 3척의 진수 또는 건조 작업이 중단돼 현재까지 약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선박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조선업 전체 신뢰도가 저하돼 미래 선박 수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부 말처럼 불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합법이다. 하청지회는 올해 22개 협력사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최초로 진행했고, 지난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거쳤고, 정식으로 쟁의권을 획득했다. 

원청사업장 안 하청노동자의 파업 역시 대법원 판례 등에서 볼 수 있듯 합법이다. 여기에 더해 창원지법 통영지원도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이 유최안 부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채권자의 공정 또는 채권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은 지회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화기 및 흉기 등 기타 위험 물건 휴대 및 이용 행위 ▲제1 도크를 폐쇄하거나 배타적으로 점거하는 행위 ▲제1도크 내 선박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 ▲원청의 출입을 막거나 인력 투입을 방해하는 행위 ▲쟁의 미참여 근로자의 노동 행위를 막지 않는 행위를 전제 조건으로 불법 파업은 아니라고 봤다. 

김유정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하는 건 잘못된 용어 선택"이라면서 "조정과 참관 등 모든 절차를 준수했으며 폭력 등 파괴행위 역시 없다. 수단과 방법에서 모두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임금및 노동조건의 개선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기 위해 텐트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나아가 산업은행이 나서야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원상회복과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동자들과 관계에 있어 사용자가 아니며 법률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라고 맞불을 놓으며 하청노동자와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파업 사태의 핵심은 이런 시각차에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노조활동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제3자인 것처럼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원청 사용자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문제의 본질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사내 하청이라는 독특한 고용시스템에 있다. '원청→전속 사내하청→도급업체'로 이어지는 구조는 오로지 원청만을 위해 일하며 임금 등 근로조건 및 기타 노동관계상 모든 이익과 관련해 원청의 실질적 영향력 내지는 지배를 받고 있다"면서 "법적 책임은 하청에 지우고 이익은 원청이 가져가는 구조이기에 수십년 동안 사내하청의 악습이 끊어지지 않았다. 원청이 법적 책임의 주체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법을 가지고 장난질을 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권민석 민주노총 변호사 또한 "제3자라고 하며 노동법상 권한을 회피하고 하청 용역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라면서 "4개월간의 쟁의 끝에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집단 해고 사태가 일단락 될 수 있었던 것도 원청인 LG가 나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계와 대법원 판례 역시 노조법상 사용자는 반드시 근로계약의 상대방으로 국한하지 않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사용자권한을 행사하는 자가 단체교섭에 나서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0년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은 136일간 이어 온 농성 끝에 지난해 4월30일 고용승계를 약속 받았다. 당시 합의서에 트윈타워 청소노동자와 하청업체 그리고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서명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LG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자회사로 사실상 LG가 전면에 나서면서 사태가 일단락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애림 박사(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산업은행의 계열 회사로 모회사인 산업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하청은 원청에서 기성대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실질적인 선택지가 없는 것과 같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기성금을 올리는 예산 집행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또한 "산업은행이 키를 쥐고 있다"면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 책임론에 힘을 보탰다. 참여연대는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된 데에는 노조 책임만을 강조한 사측과 손 놓고 상황을 방관한 산업은행의 책임이 크다"면서 "산업은행이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 하루속히 실질 교섭에 나서야 하며 공권력 투입은 문제 해결이 아닌 파국의 서막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출근길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조정·중재 역할해야

원만한 해결을 위해 조정 및 중재자로서 윤석열 정부가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 등을 따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김재민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는 "국내 조선업에서 하청 노동자는 2014년 13만명에서 지난 6~7년 사이 조선업 불황기를 관통하면서 현재 5만3000명으로 60%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현재 원청 4만7000명보다 많은 수준"이라면서 "혹독한 구조조정과 조선업 불황이라는 이유로 30% 가까이 줄어든 임금을 견디어 낸 건 노동자다. 50여일 남짓한 쟁의 기간을 두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한 대통령께 공권력 투입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쟁의 행위를 제한하는 게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윤애림 박사는 "정부는 ILO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ILO는 2008년부터 꾸준하게 한국 정부에 원청의 탄압과 이를 방조하는 한국정부의 결사 자유 침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권력 투입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는 원청과 단체교섭을 촉진하는 동시에 원청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와 감독,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해고와 계약해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등 방법으로 노조 활동에 앙갚음하는 보복행위 등을 막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ILO는 그간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사내하청,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건설일용직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등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진정된 사건들에 대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며 원청과 단체교섭 성사를 위한 목적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이 돼서는 안된다"고 한국 정부에 수차례 반복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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