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자동차업계 'R의 공포' 속 감원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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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자동차업계 'R의 공포' 속 감원 칼바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1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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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자동차 등 대규모 인력 감축 및 지출 축소 나서
韓 기업 선택 엇갈려...현대차 투자 및 채용·SK 신중 행보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한국 기업의 선택이 주목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전기차 업계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과 신규 채용 축소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를 대변하는 'R의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R의 공포' 속 감원이라는 '칼춤'을 추는 가운데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 된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고용과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 너마저'…고용·지출 줄이는 美 빅테크

만경기 침체 우려에 애플마저 내년 일부 부서의 고용과 지출 시기를 늦출 계획이다. 앞서 메타(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넷플리스 같은 실리콘밸리 대형 빅테크들이 정리해고 등 긴축 경영을 선언한 가운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은 커지고 있다.

19일(한국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맞이해 더욱 신중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고용과 지출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애플은 코로나19 유행기에도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애플이 긴축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미국 IT업종 업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넘어 미국과 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빅테크들도 이미 애플보다 먼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 자율주행 부문 직원 200명을 해고했고 ▲1분기 유료 가입자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넷플릭스도 전체 인원의 3%를 감원했다. ▲아마존 역시 일부 지역에서 고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니티 소프트웨어와 게임스톱 등 게임회사들도 최근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17년 이후 5년 만에 해고 조치를 발표했다. 여러 사업 부문에 걸쳐 전체 직원의 1% 미만을 대상으로 해고가 진행된다. 지난해 6월 기준 MS 직원 수는 18만1000여명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엔지니어 신규 채용을 애초 계획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GM(위)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줄줄이 인력 감축하는 완성차 업체

빅테크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 업계도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 4월에만 직원 580명을 해고했다. 이어 스페인 발렌지아, 독일 자를루이 공장에 추가 구조조정을 통보했다. 포드 뿐만 아니다. 르노는 올해부터 3년간 내연기관 관련 인력 2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기술직 1600명, 지원 부문 400명 등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 3월 구조조정을 단행해 생산직 근로자 5000명을 해고했다. 미국 GM도 지난해 직원 4000명을 줄였다. 

기존 인력을 줄여 확보한 자금은 친환경차 인력 충원으로 흘러들고 있다. 르노는 데이터 분석, 배터리 관련 직군에서 25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는 올해부터 신규 채용 40% 이상을 친환경차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으로 채운다. 일본 닛산은 지난 4월 미국 공장직원 2000명을 재교육해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특화 인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단 1명의 인원도 감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업도 있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공장 직원들에게 전기차 생산 체제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훈련시킬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우리 사람'을 끝까지 유지할 것이며 이것이 BMW가 혁신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건설과 신규 직원 채용 등 위기 속 투자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선택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외부의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실제로 경기침체 우려에 하반기 기업 실적 둔화가 예상되고 있으며 유가와 달러화 강세로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재계엔 비상경영에 가까운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별로 대처법은 다소간 차이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직간접 고용인원이 190만명에 이를 만큼 한국 경제에 큰 버팀목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큰 형'격인 현대차그룹은 위기 속 투자와 신규 인원 채용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29년 만에 국내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생산과 기술직 신규 채용도 진행한다. 

현대차는 2023년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하기로 하고 신공장 차종 이관 등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기로 했다. 새 공장은 전기차 전용이며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신규 공장 건설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63조원의 국내 투자를 발표한 것과 연계된다. 당시 기아가 경기도 화성에 맞춤형 밴 등 특수 목적용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게 된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신규 채용에도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기차를 연간 144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14만대다. 

SK그룹과 LG그룹은 신중한 행보를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공장 증설을 미루기로 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도한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 하반기 경기침체를 걱정하며 "전략적으로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 대비해 투자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지수(BSI)는 3분기 79로 집계됐다. 2분기 96보다 17 떨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큰 틀에서 투자 계획은 바뀐 게 없다"면서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재료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 투자 계획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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