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위기 임박?...러 가스관 재개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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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위기 임박?...러 가스관 재개 여부에 달렸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7.1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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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프롬, 일부 유럽 고객사에 불가항력 선언
21일 가스관 재개 여부 및 내달 3일 OPEC+ 회의가 분수령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유럽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1.5% 감소할 수 있다며,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스프롬, 일부 유럽 에너지 업체에 불가항력 선언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일부 유럽 고객사에 불가항력 선언을 했다. 불가항력 선언이란 기업간 무역 거래에서 천재지변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이행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조치다. 

가스프롬은 지난 14일 서한을 통해 "특별한 상황 때문에 가스 공급 의무 이행이 불가하다"며 "이 조치는 지난달 14일부터 소급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지속되자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의 양을 대폭 줄이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해왔다. 

이미 가스프롬은 지난 6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수송되는 가스의 양을 기존 대비 60% 수준으로 줄였고, 지난 11일에는 정기 정비를 위해 폐쇄했다. 이 정비는 당초 21일까지로 예정돼있으나 시장에서는 정비 종료 이후에도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스프롬이 일부 유럽 에너지 업체에 불가항력 선언을 한 것은 노르트스트림1이 열흘 간의 보수작업이 종료되더라도 가동이 재개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주요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가스프롬이 앞으로 유럽에 가스 공급을 계속 제한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 또한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노르트스트림1을 통과하는 흐름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이번 가스프롬의 불가항력 선언에 대해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공급 중단이 정비가 끝날 것으로 예정된 21일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러시아의 대중국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가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 

실제로 가스프롬은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공급하는 천연가스가 지난 17일 일일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유한공사(CNPC)와 장기 계약에 따라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달 초에도 가스프롬은 2021년 상반기 46억1900만m3이던 대중가스 수출이 올해 상반기 75억m3로 63%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연구위원은 "유럽산 천연가스 공급은 불가항력 요인을 들어서 공급을 중단한 가운데 우방국인 중국에는 천연가스 공급을 늘려 서방의 제재 회피는 물론 유럽 국가에 에너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에너지 위기 빨간 불...유럽 전역 경제적 여파 우려도 커져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1 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유럽지역의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우려가 큰 국가는 유럽 최대의 경제국인 독일이다. 독일의 로버트 하베크 경제장관은 이달 초 "독일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가스가 다시 흐르거나 아무것도 흐르지 않거나, 전보다 더 많이 흐르거나 하는 등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벤치마크 가격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18개월동안 WMh당 20유로에서 현재 160유로로, 약 8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단지 가스의 전면적인 공급 중단뿐만이 아니다"면서 "이미 가격이 크게 올라서 많은 회사들은 이같은 상승 속도 아래에서는 기업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의 화학공업협회(VCI)의 요르크 로테르멜은 "기업들은 가스 사용을 줄이거나 혹은 생산 가동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며 "만약 이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독일이 심각한 생산량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고, 오스트리아와 체코,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가스의 수송 허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독일에서는 플라스틱 및 기타 화학 물질에 이르기까지 유럽 및 그 밖에 다른 제조업체에 중요한 원재료와 구성품을 가공하기도 한다. 독일의 타격이 유럽 전역의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이번주 독일에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하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유럽 관리들과 간부들은 러시아가 가동 재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유럽 전역에 퍼질 연쇄적인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악의 경우 EU의 GDP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1일 가스관 재개 여부와 OPEC+ 정례회의가 단기 분수령 

오는 21일 예정된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 재개 여부와, 내달 3일로 예정된 OPEC+ 정례회의가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단기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 재개 여부는 천연가스 가격은 물론 유가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만일 중단이 지속된다면 러시아 측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시켜 유럽발 에너지 위기 리스크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달 3일 개최 예정인 OPEC 회담 결과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불안과 경기침체 우려가 상당부문 에너지 시장 혼란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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