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대기업 투자 '주춤'?...10곳 중 3곳 하반기 투자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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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에 대기업 투자 '주춤'?...10곳 중 3곳 하반기 투자 재검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18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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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3곳 하반기 투자 재검토
삼성-현대차 등도 고환율로 고심 깊어져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이 하반기 투자를 재검토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주요 기업의 하반기 투자 시계가 멈춰서고 있다. 고환욜, 고물가, 고금리 이른바 '3고 현상'이 깊어지면서 거의 모든 경영지표가 악화되면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영향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줄면서 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했고,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제조 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고금리와 고환율에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3곳 투자 일단 스톱

지난달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100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주요 기업 중 28%는 올 상반기 대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대기업 10곳 중 3곳가량이 투자를 줄일 계획인 셈이다. 확대하겠다는 응답(16%)보다 12%포인트 많았다.

전기와 전자, 철강·금속, 석유화학제품 등 수출 주력 업종에서 투자 감소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전기와 전자 업종은 상반기보다 감소(57.1%)할 것이란 전망이 과반을 웃돌았다.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한다고 답한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했다.

하반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43.3%)과 ▲고물가 지속(30.4%) ▲글로벌 통화 긴축 및 이에 따른 경기 위축(22.0%)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 심화(20.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 등을 이유로 꼽았다. 전경련은 "일부 대기업은 미래 산업에서 경쟁우위 확보, 새 정부의 민간 활력 제고 기대감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대외 환경이 매우 불안정해 대기업 전체로 보면 투자 축소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원 미 연준 의장은 오는 27일 FOMC에서 미국의 기준금리를 0.75%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고환율發 투자 비용 증가, 삼성·현대차 고심도 깊어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국내 5대 주요 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향후 5년간 모두 1055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은 450조원, 현대차 63조원, SK 247조원, LG 106조원, 롯데 37조원 등이다. 하지만 대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이들 대기업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투자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새어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고, SK그룹도 투자 시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와 조지아주 서배너에 55억달러 투자 계획을 세운 현대차도 쉽사리 실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서면 투자 계획 발표 당시보다 2조원가량 투자 비용이 증대된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압박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0.5%포은트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25%로 치솟았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오는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로 달러가 귀해지면서 투자 자금조달을 위한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량 증대로 이어져 수출 기업에는 호재지만 최근 환율 상승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어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원자재 구매 비용 및 해외투자 비용 상승으로 악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왼쪽), 롯데지주

최태원·신동빈의 전망 

주요 그룹 총수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장기금리로 보면 예상한 만큼 올랐고, 단기 금리는 좀 더 오르겠지만 앞으로 뎁(Debt·부채) 스케줄링을 잘한 기업은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고금리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이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문제까지 겹쳤다"며 "가능한 빨리 이 문제들이 해소되길 바라지만 내년까지 침체 국면으로 흐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이 하반기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데 대해 최 회장은 "SK 역시 지난해에 세운 계획은 분명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이자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생각되니 전략적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것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료 부문은 가격이 너무 올라 원래 투자 그대로 진행하기엔 안맞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투자가 지연되는 것일 뿐 안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하반기 가치창조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속 투자 계획 추진 상황을 면밀하게 살폈다. 

신 회장은 우선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사장단에 주문했다. 이어 “꼭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해내자(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는 말도 더했다.

동시에 신 회장은 바이오, 모빌리티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신사업 준비 상황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롯데는 5년간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지난 5월 내놓은 바 있다. 전체 투자 금액 중 40% 이상을 신사업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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