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美 인구 4600만명 대이동...공화당 우세지역으로 인구유입 증가 까닭은
상태바
[아메리카 NOW] 美 인구 4600만명 대이동...공화당 우세지역으로 인구유입 증가 까닭은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2.07.18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루지역에서 삶의 질 좇아 대이동
미국 동남부, 생활비 낮고 성장주도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미국인들과 기업들의 지역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는 회복하면서도 생활비는 적게 드는 지역으로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플로리다, 텍사스,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최근 미국에서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들이다. 반면,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등은 인구가 많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 지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비즈니스 전문 분석기관인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우편번호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미국인은 4600만명에 이른다. 2010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인구 유입주들은 대부분 레드 스테이트(Red state), 다시 말해 공화 우세지역이다. 반면, 인구 감소지역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들이다.

이와 관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을 레드 스테이트들이 주도하면서 미국인들과 기업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 가운데 플로리다는 가장 인구가 많이 유입된 주이다. 텍사스,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대부분 미국 남부와 동남부에 몰려 있다.

반면, 블루 스테이트에서는 경제 회복이 더딘 탓에 많은 주민들과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전통적 블루 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에서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뉴욕, 일리노이 등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블루 스테이트의 인력과 기업들이 주택 가격이 저렴한 레드 스테이트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이는 무디스 에널리틱스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상화 지표에서 잘 나타난다. 각 주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 일자리, 소매매출, 주택 등 13가지 요소를 반영해 분석했다. 

이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5개 주(state) 가운데 11곳이 레드 스테이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장 낮은 점수를 얻은 10곳 가운데 8곳은 블루 스테이트에 속했다.

일자리 상황을 살펴보면 레드 스테이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보다 34만 1000개의 일자리가늘어났다. 이에 반해 블루 스테이트들은 같은 기간 130만개의 일자리가 즐었다. 이는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연방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최근 미국에선 생활비가 적게들어 삶의 질이 향상된 지역으로 인구 유입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부분 인구 유입지역은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앞으로 치뤄질 선거전에서 팽팽하던 보수 진보 세력 대결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선 생활비가 적게들어 삶의 질이 향상된 지역으로 인구 유입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부분 인구 유입지역은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앞으로 치뤄질 선거전에서 팽팽하던 보수 진보 세력 대결구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삶의 질이 인구대이동의 원인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격차는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경제상황과 생활방식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선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원격근무가 늘어났다. 블루 스테이트 소재 대도시의 고학력·고임금 노동자들의 주거지 선택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이들은 저렴한 주택, 더 나은 기후와 교통 환경, 더 적은 세금을 찾아 레드 스테이트로 이동했다.
다시 말해 공화 우세 지역이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 때문에 주민들과 업체들이 이주한 것이다.

실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10개 주는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10개 주에 비해 주택 가격이 평균 23% 저렴했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연구소가 2020년 4월부터 2021년 6월 사이에 유동인구를 조사, 분석한 결과다. 

또한 인구가 많이 유입된 주들은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이 평균 3.8%에 불과했다.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10개 주의 평균 세율 8.0%를 한참 밑돈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제혜택과 경비 절감을 이유로 텍사스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파일 공유 플랫폼 드롭박스, 소프트웨어업체 오러클은 물론,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까지 텍사스를 새로운 터전으로 택했다.

뉴욕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8조 원 규모의 자산운용 사업부를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 펀드나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이 대열에 참여했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 중 블루 스테이트들에서 시행한 강력한 제한조치들도 한 몫을 했다. 이를 피해 레드 스테이트들로 이주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레드 스테이트들의 규제가 느슨한 방역정책이 인구 유입에 기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인구이동 현상이 가져올 정치지형의 변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연방 의회에서 의석의 향방은 커다란 태풍을 몰고 온다. 워싱턴 정가가 여야를 막론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변한 조지아주의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1석과 주지사를 새로 뽑는다. 또 다시 태풍의 눈이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이길 경우 다수당의 위치는 역전된다. 반대로 주지사직을 민주당이 가져간다면 조지아는 블루 스테이트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경제지형의 변화가 중간선거에 어떻게 반영될 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