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최저임금은 노동의 최저가치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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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의 노동법 다르게 보기] 최저임금은 노동의 최저가치 인가?
  • 배동희 노무사
  • 승인 2022.07.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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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희 노무사] 법을 전공하는 교수들도 골프를 많이 친다. 언젠가 형법을 전공하는 교수님이 노동법을 전공하는 필자의 스승님에게 "노동법 선생님들은 왜 운동을 많이 안하세요?"라고 물었다.

스승님이 말하길 "노동법 선생들은 운동을 노동으로 생각해서 그렇습니다."고 농쳤다고 한다. 골프를 치는 분들은 골프를 '운동'이라고 흔히 표현한다. 한 때 골프가 운동인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지금은 대중적인 스포츠로 많이들 인식하고 있다. 운동은 노동인가?

최저임금제도, 1894년 뉴질랜드 '산업조정중재법'서 유래

‘노동’이라는 용어가 자본주의체제에서 받아들이는 의미나 가치는 노동법의 측면에서는 '사용종속성' 유무로 갈린다. 구체적으로 인격적 종속성이냐, 경제적 종속성이냐 등으로 논의는 더 세분화된다. 하지만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이 종속성을 징표로 한다는 점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종속성을 띤 노동을 '근로(勤勞)'라고 표현하는데 반감을 가져 '근로자'라는 용어를 거부하는 분들도 많다.

노동법상 ‘사용종속성’의 징표는 노동자이든 근로자이든 그가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로 일견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근로자가 임금을 얼마만큼 받는가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최저임금제도를 두고 있다. 즉 국가가 노동의 최저가치를 정하는 것이다.

2023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자료=연합뉴스
2023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자료=연합뉴스

최저임금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의 '산업조정중재법(Industrial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Act)'에서 유래한다. 미국은 1938년 '공정노동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을 제정하면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1953년에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제34조와 제35조에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으나,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운용하지 않다가 1986년 12월 31일 '최저임금법'을 제정·공포하고 1988년 1월 1일부터 실시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1988년 487.5원, 1989년 600원에서 출발하여 2022년 9160원이고 내년도에는 9620원이 될 것 같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의 가치를 임금으로 보고 시간당 최저임금을 강제하고 있다. 노동의 최저가치를 얼마로 할지에 관해 무수한 담론과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사용자의 경제적 여력이 되고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텐데 문제는 영세한 자영업자나 소농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이다.

2009년~2022년 최저임금 변동 추이. 자료=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2009년~2022년 최저임금 변동 추이. 자료=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이젠 '노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존중 대상'으로 고려해야

취미로 하는 운동만이 아니라 자원봉사 같은 활동도 '임금'을 대가로 받는 '일'하는 노동이 아니다. 노동이 인격적이든 경제적이든 '종속성'을 띄고 있어야 하고 또 임금이라는 '대가성'을 요건으로 하는 이상 골프(운동)는 노동법상 노동이 아니다. 취미활동도 아니고 자원봉사도 아니지만 자영업자나 소농상공인의 영리활동은 어떠한가? 

민주주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통치이다. 수많은 법률 중 하나인 노동법은 그 출발에서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성립하고 존속할 수 있는 본질적 특성이 있다. 노동은 자본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노동법의 기본 프레임(Frame)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 구조나 틀을 바탕으로 한다(둘 중 하나를 부정하면 노동법은 성립할 수 없다).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노동법은 자본(가)에 대립된 개념인 노동(자)을 보호하기 위하여 초기 자본주의에서 탄생한 일련의 법률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노동법이 자본주의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현 상황에서도 우리 최저임금법은 여전히 노동을 자본과 대립하는 '보호 대상'으로만 접근하고 있을 뿐 '존중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 노동과 자본을 이분법적 대립구조로만 접근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수백만 영세 자영업자나 소농상공인들의 노동은 설 곳이 없어진다.

이제는 노동법상 보호받는 노동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노동'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최저임금제도를 통해서 노동의 최저가치를 결정한다면 법상 보호받는 노동만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노동까지 포섭할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존중받는 노동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서도 기존 노사 대립의 틀 속 '제로섬게임(zero-sum game)' 접근이 아닌 공생과 존중, 발전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논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도양단’의 명확함이나 '모 아니면 도'식의 대립 구도가 우리사회가 존중해야 할 노동을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할 노동의 범위를 오히려 좁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결국은 더 넓게 노동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배동희 노무사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후 경북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노무사로 십 수년간 중대산업재해사고 대응, 집단적 노사관계 전략 수립 및 실행, HR컨설팅 분야를 경험했다. ㈜효성에서 다년간 인사관리팀 부장으로 재직하며 인사제도 및 노사관리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현재 대유노무법인 대표노무사로 재직중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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