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환율] 달러 최고점 경신…유럽·중국 통화 약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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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환율] 달러 최고점 경신…유럽·중국 통화 약세 지속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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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 13년3개월 만에 1326원대로 마감
미국 '자이언트스텝' 이어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BOJ·ECB 통화정책회의 결과에 주목
사진=KB국민은행
15일 장 마감 직후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제공=KB국민은행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달러·원 환율이 최고점을 경신한 가운데 이번주도 달러 강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예상치를 웃돌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0원 오른 1326.1원으로 마감했다. 이같은 종가는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2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이날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러시아 가스 공급 감소로 유럽 내에서 에너지 공포가 커지면서 환율이 급등했다. 

같은 날 발표된 중국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한 것 역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4%로 시장 예상치인 1.2%를 하회했다. 

미국 '울트라스텝' 가능성 대두…현실성은 낮아

미국에서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9.1% 상승하며 전망치(8.8%)를 크게 웃돌았다. CPI에 이어 다음날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동월보다 11.3% 올라 지난달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이상 올린 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던 1980년대가 마지막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는 가능성은 16일 기준 70.9%로 집계됐다. 반면 울트라스텝 가능성은 29.1%로 조사됐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PI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포인트 인상이 7월 FOMC에서 논의되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게 논의 대상에 있다"고 답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울트라 스텝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0.75%포인트 밑으로 인상할 이유는 없다"며 "7월 FOMC까지 연준이 더 많은 경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울트라스텝에 대해서는 연준이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바이든 사우디 방문…환율 안정 효과는 미미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달러 강세에 대한 대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으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G20 회의는 공동성명 채택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명 발표 없이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스리 믈야니 재무장관이 회의 내용을 요약한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갈음한 채 폐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이 환율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한다. 유가 하락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원화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성명을 통해 현재 우크라이나의 위기와 그 결과에 비추어 전략적 경제 및 투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안정적인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심리가 크지 않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량 증산) 여력 자체가 크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효과는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21일 BOJ·ECB 통화정책회의

오는 21일에는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최근 달러인덱스가 급상승하면서 달러 강세에 따른 부담이 커져 이들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달러화 강세의 배경에는 내부적으로 예상치를 상회한 미국의 물가와 이에 대응하는 연준의 강한 긴축 행보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내부적인 요인 이외에도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달러의 강세 기울기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별화뿐만 아니라 유로존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달러 대비 주요 통화의 약세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환율 측면에서 (BOJ와 ECB의) 정책 결과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연구원은 "ECB는 0.25%포인트 인상 메시지를 던졌으며 그대로 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재정위기 가능성에 시장의 촉각이 쏠리기 시작한데다 연정 붕괴 가능성까지 커졌는데 이탈리아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부동산 유동성 위기가 지난주 시장의 시선을 잡아끌면서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며 "중국이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가 이번주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쪽 에너지 이슈도 변수다. 러시아로부터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주요 파이프인 '노드스트림1'이 11일부터 21일까지 정기보수점검을 위해 공급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22일 러시아가 공급을 재개할지도 시장은 주의깊게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최근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이고 유로화마저도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어 원화가 강세로 가야 할 요인이 부각되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국내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유가 정도이며, 이를 제외하고는 원화 강세 요인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난주 환율이 많이 올라와서 이번주는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이번주 환율 변동 범위를 1270~1325원 대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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