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조 '채무 탕감' 나선 정부…'형평성·도덕적 해이' 논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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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조 '채무 탕감' 나선 정부…'형평성·도덕적 해이' 논란 어떻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15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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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 발표
소상공인 채무 원금 최대 90%까지 탕감
전문가들 "취약계층 지원은 할 수 있지만 방식이 중요"
금융당국 "도덕적 해이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정부가 12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청년·서민 등 취약계층의 채무를 탕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서 정부가 빚을 내 무리한 투자를 했던 일부 계층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으로 이자·원금 최대 90% 탕감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부문 민생 안정 대책이 논의됐다. 이번 대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청년층의 부채 상환부담을 상환능력에 맞게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3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해 상환일정을 조정하고 원금을 감면하는 등 채무조정에 나선다. 

이에 따라서 일시상환을 분할상환(최장 20년)으로 전환하고,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한다.

또한 8조7000억원을 들여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고, 42조2000억원 규모로 리모델링과 사업내실화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이번 발표에는 투자 등을 통해 손실을 크게 입은 청년층 대상 대책도 포함됐다. 대상에 선정되면 최대 50% 이자 감면, 최대 3년간 원금 상환 유예가 가능하다.

일방적 채무 탕감에 형평성 논란·도덕적 해이 지적도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일방적인 채무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으며, 열심히 빚을 갚고 있던 성실 상환자에게도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현 정책에는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며 "자산에 투자했다 손해를 입는 것은 개인의 책임인데 이를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취약한 계층이나 극빈층만 지원하는 등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낮거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빚을 탕감해주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번 정부는 도움이 꼭 필요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서 앞으로도 형평성 문제는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약계층이 정말로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도와주는 것이 맞지만 돈을 갚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탕감을 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취약차주 채무조정, 도덕적 해이 측면과 상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이번 정책이 도덕적 해이와는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외국계 금융사 간담회가 끝난 뒤 "(취약차주 채무조정 등의) 대책 마련 과정에서 참여해서 내용을 잘 알고 지지하고 있다"며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에 따라서 결정된 대원칙으로 별다른 이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외부적 충격이 없었다면 다 같이 갈 수 있던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단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넛지(nudge)같은 형태로 조금의 도움을 줘 생태계의 일원으로 남도록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측면과 꼭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넛지는 '슬쩍 찌르다'라는 뜻으로 경제학적으로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이날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전날 발표한 대책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서민·취약계층 안정을 위해 집행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보강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책들도 미리미리 발굴·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저신용·저소득층과 금융 소외계층이 제도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와 대국민 안내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책 효과 달성을 위해서는 금융권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한 업무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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