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점검]② 유로존 에너지 위기...악재에 악재 더했다
상태바
[유로화 점검]② 유로존 에너지 위기...악재에 악재 더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7.14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 부족 우려에 경기둔화 가능성 부각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 물가상승 압력 더 높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리스크가 더욱 부각된 가운데 이것이 유럽 경제에는 새로운 악재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리스크가 더욱 부각된 가운데 이것이 유럽 경제에는 새로운 악재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로화 급락과 달러화 초강세로 인해 유로화와 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이 20년만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엇갈린 통화정책이 양 통화의 흐름을 정반대로 이끌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하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유로존 경제 펀더멘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리스크가 더욱 부각됐고, 이것이  갈수록 취약해지는 유럽 경제에는 새로운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로화의 급락세가 유로존의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로 높일 수 있어 경기둔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럽 에너지 위기, 유로화 급락에 한 몫

유로존의 경제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데, 이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1일부터 10일간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주요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1의 정기 보수 점검을 위해 공급을 완전 중단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발트해저를 경유해 연간 55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독일로 수송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가스 수입 인프라다.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수송량이 기존 대비 40%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번 점검으로 인해 공급이 아예 중단되면서 유럽지역의 에너지 부족에 대한 우려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CNBC는 "예정된 10일간의 가스 흐름 중단은 그 지역의 겨울 공급 대비를 잠재적으로 탈선시키고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키면서 공급의 영구적 감소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로화는 노르트스트림1의 정비 기간이 예정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더욱 가파른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13일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 재개를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지역에서의 에너지 위기는 경기둔화 우려로 연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유럽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초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유럽 내 신용위기로 이어지고, 이 경우 유로화 가치는 또 다른 급락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EU 19개국 회원국의 경제상황은 최근 몇 달 동안 심각하게 어두워졌다"며 "2022년은 힘들 것이고, 어쩌면 2023년은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짐 레이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현재 유럽 자산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며 "혼란스러운 에너지 상황과 경기침체 전망이 가까워지면서 유럽은 최악의 실적을 낸 지역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위기가 유럽 지역의 경기둔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 만큼 이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16일 일정으로 중동을 방문 중이며, 이번 방문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을 유도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일 사우디의 증산으로 연결된다면 유가 하락 안정은 물론 단기적으로 유로화 가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유가의 상승 및 유로화의 추가 하락의 위험이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잉여 생산능력 활용을 통한 추가 증산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으나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면서 "무산될 경우 유가의 재차 상승 위험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럽 기업이익 개선 기대되나...독일 무역적자는 우려

일각에서는 유로화의 급락세가 유럽 기업들의 이익에는 상당한 순풍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최고 유럽 주식 전략가인 그레이엄 세커는 "유로화의 약세가 2분기 실적시즌을 앞두고 유럽 기업들에게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12개월 전만 해도 1유로화는 1.20달러를 넘어섰으나 현재 수익에는 상당한 순풍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악재들이 상당함에 따라 수익에서의 순풍이 전체 경제를 플러스로 이끌기는 어렵겠으나, 다른 악재들을 상쇄시킬 수는 있다는 것. 

그는 "현재 우리는 2분기 실적시즌이 긍정적으로 끝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화 약세는 수출 강국인 독일의 기업이익을 증가시켰다"면서도 "독일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무역적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호황기는 끝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무역적자는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에너지 시장은 대부분 달러로 체결되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는 독일 제조업자들에게는 유로화 표시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진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WSJ은 "달러-유로 환율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환율인데, 이것이 바뀌기 시작한다면 기업들은 환위험에 대비해 더 많은 금액을 헤지해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를 억제해야 할 수도 있다"며 "대출시 통화 불일치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금융 시장과 메인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로화 약세 현상은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뜨겁게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의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적으로 높이는 소재가 될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하다"며 "악재가 더해지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자료=메리츠증권
자료=메리츠증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