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점검] ①1달러=1유로...엇갈린 통화정책에 급락하는 유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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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점검] ①1달러=1유로...엇갈린 통화정책에 급락하는 유로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7.1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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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후 20년만에 유로-달러 가치 같아져
공격적 연준과 달리 소극적 ECB 정책이 유로화 급락 이끌어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이 나타났다.

올 들어 금융시장에 먹구름이 가득 끼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치솟은 반면 유로화는 가치가  급락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급격한 움직임은 전세계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도 유로화를 급락시키고 있는 원인들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이같은 움직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20년만에 유로-달러 패리티

CNBC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0.9998까지 떨어졌다. 이는 1유로가 0.9998달러로 1달러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은 2002년 12월 이후 약 20년만에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로화는 200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달러와 같은 가치를 보인 바 있다"며 "이는 현재 유럽의 19개국이 사용하고 있는 유로화가 도입된 직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로화는 1999년 1월1일 도입됐는데, 실물 지폐와 동전이 공식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월1일부터다. 사실상 유로화가 통용되기 시작한 직후 달러와 패리티 현상을 보였고, 그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유로화는 도입된 이후 약 20년간 달러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미 경제지 포천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1유로당 1.60달러까지 거래가 됐다"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유로 가치는 평균 1.18달러였다"고 설명했다. 

달러보다 더 높은 가치를 유지하던 유로가 달러와 같은 가치를 보이게 된 것은 유로화 급락 및 달러화 강세 현상에 따른 것이다. 

유로화는 연초 1유로당 1.14달러를 보였으나 이후 약 12% 가량 하락했고, 반면 달러화는 '킹달러'라 불릴 정도로 초강세 현상이 지속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08.50까지 치솟았는데, 이 역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연준과 ECB의 엇갈린 정책이 유로 급락·달러 강세 이끌어

유로화와 달러의 정반대 움직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이다. 

유럽과 미국은 수십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서로 엇갈리는 통화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 연준의 경우 40년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자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 시사했다.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6월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5~1.75% 수준인 반면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제로 금리에 머물고 있다. 이달 시장의 예상대로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시행된다면 제로 금리는 13년만에 벗어나게 되지만, 미국에 비하면 훨씬 덜 공격적인 정책이다. 

미 연준의 경우 지난 3월 신규 자산 매입을 중단하고 6월부터는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법으로 8조9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섰다. 반면 ECB는 지난달에야 신규 자산 매입을 중단했고, 오는 2024년까지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CB는 오히려 일부 EU 회원국에 대해서는 더욱 더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ECB는 긴급회의를 열고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의 국채금리 급등에 대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ECB는 기존 팬데믹긴급프로그램(PEPP)의 만기 도래 채권을 재투자할 때 유연성을 높이고 유로존 국가가 금융 분절화(fregmentation)을 막기 위해 새로운 시장 지원 도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언급하며 "ECB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대신 적어도 일부 유로존 회원국에 대해서는 통화 완화정책을 최대한 연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상치가 8.8%로 예상되고 있어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전환을 얘기하기는 이른 상황인 반면 ECB의 긴축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며 "미 연준과 ECB간 통화정책 차별화 현상이 당분간 크게 완화되기는 어려운 여건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준과 ECB의 차별화된 움직임이 유로·달러 환율의 변동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경기둔화 전망 짙어질수록 환율 변동성 불가피

문제는 이같은 ECB의 소극적인 태도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소극적인 ECB의 태도는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치솟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둔화 전망에 무게가 실릴수록 ECB의 입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의 반경이 좁혀진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클라스 노트 ECB 정책위원은 "이상적인 세계에서 경기부양과 인플레이션 완화를 동시에 이루기를 원할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고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C는 "경기둔화 전망은 ECB가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만큼 강력한 통화 긴축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로화의 가치는 더욱 떨어뜨리는 반면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달러화 강세는 더욱 부각시켜 환율의 변동성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FX 책임자는 "경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달러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움직임이 더욱 극단적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유로화에 대한 하방 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유로당 달러 추이.
유로당 달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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