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대환대출 플랫폼' 재추진…은행-빅테크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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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압박에 '대환대출 플랫폼' 재추진…은행-빅테크 갈등 심화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1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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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기 맞아 금융소비자 위한 대환대출 필요성 증가
정치권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 논의 중
은행권, 빅테크 시장지배력 증가 우려…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촉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지난해 중단됐던 금융권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다만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업이 수월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주도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다시 추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과 관련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해당되는 여신금융기관별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취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는 모바일 앱 등에서 금융소비자가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출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원스톱 서비스를 의미한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에는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플랫폼에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가 운영 중인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 논의됐으나 은행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러한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가 재점화된 것은 금리상승기가 되자 정치권이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지난해 추진됐지만 금융권 상황으로 중단됐다"며 "하지만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 (대환대출 플랫폼은) 무엇보다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성 의장은 "고금리 상품에서 저금리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더 쉽게 대출을 옮겨갈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 구축을 위해 금융권의 의견을 신속하게 수렴하고 시스템 구축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6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상환부담 완화를 위한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까지 소비자의 원활한 대출 이동을 보장하는 원스톱 대출이동제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당사자 간의 이해충돌로 현재는 추진이 중단됐지만 급격한 고금리로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비상 상황인 만큼 원스톱 대출이동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부담 경감을 위해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환대출 인프라는 금융권의 도입 의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금융업권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종합적으로 추진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수수료·핀테크 종속' 우려로 반발

시중은행들은 핀테크를 통해 대환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면 수수료를 내면서 핀테크에 종속될 우려가 있고, 상대적으로 금리 경쟁력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한 금융사들이 대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고 빅테크 기업에 대출 상품을 납품하는 위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도 은행권이 참여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따라서 금융당국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고 은행과 제2금융권이 들어오는 방향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아직까지는 의견 수렴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금융사의 반발은 상당한 수준이다.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달 초 고금리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저금리 은행 신용대출로 대환하는 서비스를 시범 출시했다가 이달 초 해당 서비스 제공을 잠정 중단했다. 

토스뱅크 측은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는 그동안 시범적으로 운영돼온 만큼 삼성카드만 대상으로 해왔다"며 "정부에서도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고도화 작업을 위해 잠정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업계의 반발 때문에 토스뱅크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결제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카드론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와중 이를 시중은행으로 대환할 수 있게 되면 수익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이러한 현상이 시중은행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빅테크를 통해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면 필연적으로 빅테크의 점유율이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은 공정한 경쟁 하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환대출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플랫폼 기반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며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은행들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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