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돌아가는 대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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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돌아가는 대북 대응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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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박이 대응에 북한, 핵기술 고도화에 성공…바늘을 옮겨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함경북도 풍계리를 진앙지로 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NSC가 신속하게 개최됐다. 합동참모본부는 긴급화상 작전지휘관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묵과할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라는 규탄성명을 냈다. 각부처별로 긴급대응팀을 가동했다.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의 광적인 무모함이 증명됐다”며 “북한이 자멸을 재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처들도 북한 핵실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정부는 금융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겠다고 한다.

북한 중앙TV엔 은퇴한줄 알았던 리춘희 아나운서(인민방송원)이 등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또 북한 핵실험 규탄성명을 낼 것이다. 언론들은 속보를 쏟아냈다. 네이버 검색창엔 북한 핵 관련 기사가 홍수를 이룬다.

각 정당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여야 공히 한목소리다. 여야 3당이 북한 핵실험을 규탄했다.

 

위의 상황은 지난해 9월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했을 때 진행된 내용이다. 다 적지 못했다. 그런데 4차 핵실험을 한 지난해 1월 6일에도 똑같은 일이 전개됐다.

지금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전개되는 일들은 앞서 두차례의 북한 핵실험 직후에 했던 상황과 똑같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박근혜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로 바뀌었을 뿐이다. 순서가 바뀐 것도 없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전축에 고장난 레코드판이 돌아갈 때 생각이 난다. 전축 바늘이 동심원을 돌며 음악을 읽어내려가다 고장난 지점에서 자꾸만 되풀이해서 음악이 흘렀던 기억이 살아난다. 똑같은 음절이 흐르고 또 흘렀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이 강행한 이후 4차, 5차 때와 대응 순서가 바뀐 것도 거의 없다. 정부와 군, 각부처, 정당, 언론이 각자 매뉴얼대로 움직인 것이다.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관련국과 국제기구의 움직임도 같다. 2년 사이에 세 번이나, 아니 2005년 1차 핵실험 이후 여섯 차례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매번 고강도의 규탄성명을 내다보니 더 이상 강력한 용어를 찾지 못해 지난해 9월 아베 총리는 “가장 강한 말로 비난한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에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 안전에 대한 더욱 중대하고 임박한,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라며 ”결코 용인할수 없다“고 말했다. 언제는 용인했나. 더 이상 쓸 강력한 표현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고로 강한 대북 응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할짓 못할짓 다했다. 핵무기 위력만 해도 수십배나 강력하게 높여 고도화했고, ICBM 개발도 거의 완성 단계에 왔다.

가까이는 지난 2년, 길게는 지난 11년 사이의 한국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북한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규탄성명(말)의 강도만 높이고, 회의만 하다가 끝냈다. 이제 또 북한에 석유공급을 끊자는데, 그 얘기는 언제적부터 나온 얘기인가. 지난해초 4차 핵실험을 했을때 북한의 석탄수출을 금지키로 했는데, 오히려 북한의 대중 석탄수출은 늘어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경제 성장률은 남한보다 높게 나왔다.

제제도 통하지 않는다. 유엔 규탄성명도 먹히지 않는다. 유엔 안보리의 언론성명은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른다. 거의 매달 나왔다. 그 규탄을 북한이 조금도 들은척 하기나 했나. 그저 매뉴얼에 의해 각자 자기의 소임을 다하는척 했을 뿐이다. 국방부 사람들, 외교부 사람들, 경제부처 관리들, 그리고 미국 행정부, 유엔, 일본, 모두가 바쁜게 움직였지만 소용있는 일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때마다 앞에서 한 것을 흉내만 냈다.

 

▲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규탄성명이 메아리치고, 제제가 공염불이 되는 사이에 북한의 공언은 사실로 다가왔다. 수소탄을 만들고, 태평양에 미사일을 쏘았다. 이젠 미국령 괌 근처에 ICBM을 쏠 가능성이 커졌다. 그들은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왔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물론 그 우방인 일본, 동족인 한국정부를 비웃으며 북한은 핵무장에 성공하고 있다.

북한은 연평도와 백령도를 공격하겠다고 한다. 이제는 그들의 말을 실제 일어날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장난 레코드판의 반복된 소리를 중단하려면 바늘을 들어 옮겨야 한다. 지금까지와 방법이 달라야 한다. 기존의 매뉴얼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7차 핵실험을 할 것이고, 괌을 향해 ICBM을 쏘고, 서해 도서에 도발을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통화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에서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말이 고장난 레코드의 음성인지, 바늘을 옮겨 새로운 대안을 내는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면 그때 반짝 벌떼처럼 일어나 떠들썩하다가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잠잠해진다. 그리곤 내부 갈등에 휩싸인다.

지금도 그럴 우려가 높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미사일을 쏘고 수소탄으로 추정되는 핵실험을 하니, 성주기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며칠 지나 파고가 조금 잦아지면 반대론자들이 길을 막을 것이고, 그들을 지원하는 정치세력이 들고 일어나면 또 우물쭈물하게 되지 않을까.

당장은 대북 강경 분위기가 이어 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지난해 4차, 5차 핵실험때도 그랬다. 벌써 삐죽 튀어나오는 발언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대표연설에서 대화를 강조했다.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임이 뻔한데도 여당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그런말을 하니, 대북강경책도 오래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다시 대북 경제제제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다. 4차, 5차 실험 이후 미국과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제를 취했다. 그때도 최고 단계의 제제라고 했다. 지금 더 강력한 제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번보다 더 강력한, 최최고의 제제를 하자는데, 남아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충돌을 각오하고서라도 더 강력한 제제를 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를 하든지, 과거 이라크에서처럼 비행금지구역을 만들든지, 중국이 북한에 석유를 공급지 못하도록 미국과 함께 압박을 가하든지, 보다 강력하게 대시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되있는지가 의심이 든다.

중요한 것은 우리 내부다. 북한이 핵무장을 고도화하면서 노리는 것이 한국 내부의 분열이다. 쉽게 갈라지고, 다투고 양보하지 않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틈새를 북한이 파고들 것이다. 북한의 핵 공격보다 무서운 것은 남한 사회의 핵 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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