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아베 사망 축하하는 중국 네티즌들… 中, 확대 해석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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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아베 사망 축하하는 중국 네티즌들… 中, 확대 해석 경계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7.1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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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 사망 관련 도 넘은 조롱
중국 이미지 손상 우려
축하 이벤트 사진 SNS에 퍼졈
중국 관영매체, 네티즌 반응 확대 해석 해외 언론 비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에 맞아 사망한 것과 관련해 중국 네티즌들의 도 넘은 조롱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가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자칫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급진적인 민족주의로 비춰져 국제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지난 8일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받은 이후 사망을 축하한다는 글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중국 네티즌들 간의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조롱 섞인 글과 사진들이 해외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네티즌들로부터 도를 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베 전 일본 총리 사망에 대한 조롱 섞인 글과 사진들이 중국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사진은 아베 전 일본 총리 사망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SNS 게재글. 사진=웨이보 캡처

이와 관련 중국 언론 관찰자망은 "중국 인터넷에는 아베의 암살에 박수를 보내는 일반 네티즌들이 많다. 인터넷이 민간 여론의 장인만큼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히며 "중국에 재난이 닥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일본 같은 나라 인터넷에는 고소해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외 일부 언론이 중국 인터넷상의 아베 암살에 대한 반응을 주시하면서 중국 네티즌의 박수갈채 의미를 확대해서 중국 사회에 좋지 않은 꼬리표를 만들고 있다"며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확대 해석하는 해외 언론을 비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한 입장 질문에 "네티즌들의 각종 논평에 대해 평하지 않겠다"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고, 이런 돌발 사건이 중·일 관계와 연결돼서는 안 된다"며 온라인상에 표출된 조소 섞인 반응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논평을 회피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건을 조롱하며 일부 중국 상점들이 할인 이벤트를 벌인 사진들이 SNS에 게재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한 상점이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사망을 축하하며 밀크티 1+1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의 한 상점이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사망을 축하하며 밀크티 1+1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SNS에는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축하하며 3일 동안 밀크티 한 잔을 사면 한 잔을 더 준다', '맥주 추가 제공 행사를 한다', '주말 3일간 40% 할인 행사를 한다'는 등의 플래카드 사진들이 올라왔다.

총격 사망 사건을 축하하고 이를 기념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중국 상점들의 모습이 잇따라 SNS에 올라오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과거 행적을 봤을 때 그의 사망을 축하하는 것은 중국인으로써 당연하다는 입장과 중국과 일본의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고인에 대한 조롱은 삼가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환구시보 전 편집장인 후시진이 SNS에 게시한 글은 이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양분된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후시진은 SNS에 "아베 암살에 동정심을 표하는 것은 나의 공개적인 태도"라며 "내 태도를 더 많은 국민이 이해하고 동참해 주기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SNS에 올라온 이 게시물은 곧바로 중국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네티즌들은 후시진의 글에 "이번에 잘했다고 생각하고,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냄으로써 우리 국민도 아베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에 대해 동정심이 있다는 것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줬다"거나 "이것이 중국인이 해야 할 정상적인 반응이며 폭력과 증오는 인류 전체의 천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 국내 언론에는 후 선생님 같은 격식을 갖춘 언론인이 부족하다"거나 "이번 성명은 잘한 것이다"라며 후시진의 의견에 동조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후시진은 80여 년 전 루쉰이 말한 전형적인 외국 양반이 됐다", "은퇴한 신문 편집장이 중국의 주류 민의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 외무성이 대답하길, 알았다, 호군!", "후시진은 국익을 내세워 희희덕 거리는 것이 아닌가?" 라며 후시진의 의견을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를 냈다. 

환구시보 전 편집장인 후시진이 SNS에 게시한 애도글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양분된 입장을 보였다. 사진=웨이보 캡처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아베 아키에 아베 전 일본 총리 부인에게 각각 중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개인 명의로 조전을 보내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변을 당한 데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

조전에서 시진핑 주석은 "아베 전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유익한 공헌을 했다"고 밝히고 "그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 관계 구축에 관한 중요한 합의를 했었다"며 "그가 갑자기 사망한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썼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 선생과 함께 중·일 4대 정치문건이 확립한 각항의 원칙에 입각해 중·일 선린·우호·협력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깊은 애도 표현과 중국 언론들의 과도한 조롱, 조소에 대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SNS상에서의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사망 사건에 대한 조소 섞인 글과 사진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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