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등에 한국은행, 13일 사상 첫 0.5%p 금리인상 무게…'성장 둔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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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에 한국은행, 13일 사상 첫 0.5%p 금리인상 무게…'성장 둔화' 우려도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1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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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물가상승률 24년 만에 6% 넘겨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대응 필요성 증가
오는 13일 금통위 결과에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면한 과제는 금리를 올려 고물가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경기침체와 성장률 저하가 따라올 수 있어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 24년 만에 6%대 진입…빅스텝 가능성 높아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기준금리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사상 첫 3회 연속 인상이 된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짐작되는 가장 큰 이유는 6%대에 도달한 물가상승률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6.0% 올랐다. 이는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중심으로 수입 비용이 증가했는데 그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가가 오른 것이다. 

실제로 현재 환율은 13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까지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1년 닷컴 버블, 2002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 때 뿐이기에 이번에도 이에 상응하는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오는 4분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석길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정점은 10월이 될 것"이라며 "현 물가 흐름 추세라면 올해 하반기 중 6%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다가 10월 7%대를 찍은 후 점차 하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자료=연합뉴스

또다른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2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시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국보다 높아진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에 나서면 한미간 금리 차는 0.25~0.50%포인트가 되지만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진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물가상승률 1%p 하락하려면 경제성장률 0.96% 희생해야"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다. 금리인상 폭이 큰 데 반해 물가가 잡히는 속도는 느려 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날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미 정책금리를 고려할 때 물가안정과 외국인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급격한 인상은 자칫 국내 성장률 저하와 가계 및 기업부채 부실화로 이어져 금융 불안정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GI는 과거 물가상승률 둔화기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물가상승률 1%포인트를 하락시키려면 경제성장률을 0.96%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희생률(0.6~0.8%)에 비해 다소 높아 국내 경제가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가 인상되면 기업들의 금융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우려사항이다. SGI는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대출이자 부담 규모가 대기업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의 경우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3조9000억원 규모의 이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 충격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며 경기 부진이 악화되고 있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은 올해 3분기부터 침체가 시작돼 내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중국이 펼치는 제로 코로나 정책, 한은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 또는 침체를 가져오는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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