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경기침체와 성장통에 직면한 게임·IT업계가 살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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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경기침체와 성장통에 직면한 게임·IT업계가 살 길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7.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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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코로나가 불어 닥친 지난 2년을 주도했던 국내 재계의 핵심 키워드는 IT기업의 성장과 혁신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대기업보다 네카쿠라베(네이버, 카카오, 쿠팡, 라인, 배달의 민족) 등 IT기업과 게임기업이 플랫폼 시대를 주도하는 미래 혁신기업으로 부각되었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콘텐츠와 플랫폼에게 자리를 내주었다는 평까지 이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표 IT기업에 이어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의 게임기업에 재직 중인 임직원 평균 임금은 지난해 1억원을 넘어섰다. 취준생들이 네카쿠라베를 선호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건 아니란 뜻이다. 지난해 개발자 영입 경쟁이 시작되자 전국 모든 대학도 계열 불문, 코딩과 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치며 열풍에 동조했다.  

경기침체가 부른 게임·IT기업의 주가 폭락 

논스톱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믿었던 게임 및 IT기업의 성장은 뜻하지 않게 전세계 경기침체에 의해 가로막혔다. 투자자들에게 국민기업이라고 불렸던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말 128조원에서 불과 7개월만인 현재 60조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무한한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았던 카카오그룹의 잠재력은 7개월만에 저평가로 돌아섰다. 

카카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국내 게임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3N 기업(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은 25% 가까이 주가가 상승되었지만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45%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크래프톤 또한 지난해 8월 상장가 대비 52.4% 주가 폭락을 거듭하며 14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1년만에 증발, 하락세를 겪고 있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가상화폐, 플랫폼 등의 키워드를 견인하며 미래산업이라고 부각되었던 게임 및 IT기업의 주가가 폭락된 이유는 크게 오프라인 경제와 온라인 경제의 침체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이라는 오프라인 경제 쇼크와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몰락이 온라인 경제 쇼크를 함께 불러 일으켰다.

가시적인 매출 및 영업이익보다 시장에서 미래 기대와 잠재력을 높이 평가 받았던 게임 및 IT기업의 주가와 시가총액은 그래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시대, 장기 호황을 예측한 게임 및 IT기업들이 개발자 영입을 위해 체계적인 보상관리를 배제하고 선제적으로 연봉을 대폭 인상하며 이번 경기 불황에 더욱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던 카카오그룹은 지난 7개월새 시가총액이 반토막났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의 상장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폭 연봉 인상이 초래한 대폭 인원 감축과 채용 감소

국내 게임기업 베스파가 지난 6월 말, 재직 중인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건 게임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베스파는 개발자 영입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전 직원 연봉을 1200만원씩 인상하며 화제를 낳았다. 이후 베스파는 직장인들의 커뮤니티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떠올랐고 게임 및 IT업계 기업도 줄줄이 연봉 인상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이 드리우면서 투자 유치까지 어려워지자 베스파는 1년 만에 전 직원 권고사직을 알렸다. 1년 전 시행한 대폭 연봉 인상이 결국 대폭 인원 감축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구성원에게 변동급인 성과급을 인상하는 것이 아닌 고정급인 연봉을 인상하는 것이 얼마나 인사 및 보상관리에서 부담이 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등의 국내 대기업은 임직원에게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급여(연봉) 인상은 최소화하는 대신 성과에 따라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인센티브)은 막대하게 지급한다. 높은 성과를 창출할 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부담이 적지만 성과에 상관없이 매달 변함없이 지급해야 하는 급여를 인상하면 막대한 인건비라는 부담을 경영자가 안게 된다. 

인건비 부담은 호황일 때 괜찮지만 불황일 때는 감원과 신규채용 축소를 불러 일으킨다. 인적자원관리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연봉 인상을 섣불리 실행하지 않는 건 연봉 인상의 부메랑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1100명의 인력을 선발하며 호평을 받았던 네이버는 올해 채용 규모를 30% 넘게 줄이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중국의 텐센트 역시 올해 상반기 전체 임직원 중 15%를 감축했고 연말까지 추가 감원을 선언했다. 미국의 넷플릭스 또한 지난달 300명의 임직원을 감원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임직원 연봉을 대폭 인상시켰던 국내 게임 및 IT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성과 하락, 인원 감축, 채용 축소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성장통을 벗어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국내 게임 및 IT기업 경영진은 주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국내에 게임과 기술을 산업화한 인물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은 탁월하지만 합리적인 의사결정 그리고 수평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한 방향성 제시는 의외로 약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 도입, 적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게임· IT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잠재력을 지나치게 과대해석하고 다가올 환경 변화를 긍정적으로만 그리는 것도 위험하다. 불황일 때 투자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선제적 투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전제로 한 기업의 방향성을 말한다. 과도한 연봉 인상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다.  

경영사상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영의 기본과 본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드러커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두 가지 질문을 경영자 스스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회를 체계적으로 탐색했는가? 둘째,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된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규율이 잡힌 프로세스로 진행했는가?

국내 게임 및 IT기업의 경영진 역시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야 이번 성장통을 또 다른 성장의 통로로 만들 수 있다. 어려울수록 반드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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