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에 신중한 정부, 할당 시기 확정 안해
美서 제기된 전파고도계 간섭 문제 상존…국토부 해법 내야
정부가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추가 할당에 나선다.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을 받는 업체는 오는 2025년까지 15만개의 무선국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15만개 무선국 설치를 전국망 설치로 보고 있다. 비록 '진짜 5G' 구현을 위한 28GHz(기가헤르츠) 기지국 설치 저조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3.5GHz라도 완벽하게 이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특정 업체에 유리한 주파수 할당 경쟁 조건이 형성되면서 국민편익 증대와 공정경쟁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LG유플러스가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3.4~3.42GHz 대역 할당을 단독 신청했다. SK텔레콤과 KT는 고심 끝에 할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경매가 아닌 정부 심사 할당 절차를 거쳐 LG유플러스는 20MHz 폭 추가 주파수 단독 확보가 유력하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직접 추가주파수 할당을 신청해서 진행하는 할당 절차인 만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주파수를 추가 확보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고객 편익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신청한 3.4~3.42GHz 대역 20MHz폭 추가할당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SK텔레콤이 신청한 3.7GHz 이상 대역 40MHz 주파수도 경매에 부쳐질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 3.4~3.42GHz 대역 5G 주파수 추가 할당은 특정 사업자만 이득을 보는 공정성을 상실한 행태"라면서 "3사 가입자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연구 결과 "3.7~3.7㎓ 일부대역은 분리해 공급할 경우 잔여 280㎒폭의 이용 효율이 낮아질 수 있고 향후 통신경쟁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세부 할당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SK텔레콤의 주장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의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계기로 5G 주파수 추가 경매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T '승자독식' 견제하려 만든 총량제한 딜레마
만약 정부가 SK텔레콤의 요청을 받아들여 40MHz폭까지 추가할당을 결정하면 내년 이후 진행될 주파수 경매의 '총량제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파수 총량제한이란 특정 통신사가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대역폭의 총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 처음 도입됐다. 주파수 총량을 제한하는 중요한 이유는 무선통신의 특성상 주파수의 폭이 속도와 품질을 결정해서다.
이통사 편에서 보면 주파수를 많이 가져가면 갈 수록 좋지만 당시 정부는 각 통신사가 확보할 수 있는 총량을 100MHz로 제한했다. 자금력이 있는 SK텔레콤의 승자독식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통사 간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할당된 주파수는 모두 280MHz폭이다. 원래 300MHz를 할당하려 했으나 20MHz 폭은 공공용 주파수와 인접해 간섭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빠졌다. 총량제한이 걸린 이통 3사는 경매를 통해 SK텔레콤이 100MHz, KT 100MHz, LG유플러스 80MHz 폭을 각각 가져갔다. 이때 할당하지 않은 20MHz에 대한 경매를 추가로 진행해달라고 LG유플러스가 요청하면서 모든 갈등이 시작됐다.
문제는 LG유플러스가 추가 주파수를 할당 받으면서 SK텔레콤이 요청한 40MHz폭도 마찬가지로 추가할당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SK텔레콤이 요청한 40MHz폭은 LG유플러스가 요청한 주파수 대역과 마찬가지로 타사에선 당장 쓸모가 없는 대역이어서 SK텔레콤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SKT, '전파고도계 간섭' 암초될까
SK텔레콤의 요구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전파고도계 간섭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 4.2~4.4GHz 대역을 사용하는 전파고도계는 비행기의 고도를 측정하는 장치로 안개 등 시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착륙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장은 이통 3사가 사용중인 3.2~3.7GHz 대역과 500MHz 이상 이격이 있어 간섭 우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할당을 요청한 3.7GHz 이상 대역은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미국에선 전파고도계 간섭 우려가 제기돼 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이 내년 7월까지 공항인근에서 C-밴드(3.7~3.98GHz) 대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 때까지 항공사들이 C-밴드 영향을 받는 전파고도계 장착 기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간섭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거나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선 호재가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항공청은 AT&T와 버라이즌 등이 내년 7월 이후부터 공항 인근에서 3.7~3.98GHz 대역의 5G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섭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거나 항공기에 장착된 전파고도계를 교체하는 등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와 국토교통부는 미국 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 중 3.7GHz 대역 할당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주파수 대역에 목매는 이통사, 왜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로 표준 단위는 헤르츠(Hz)다. 주파수 대역은 전파를 이용해 서비스에 할당된 주파수 범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주파수는 통신 정보를 주고 받는 '고속도로'며 주파수 대역은 '고속도로의 차선'이다.
5G 주파수에서 보통 10MHz 폭 당 최대 240Mbps(메가비피에스) 속도 차이가 난다. 60MHz 폭을 가져간 사업자의 최대 속도는 110MHz 폭을 가져간 사업자보다 최대 1Gbps 정도 느려질 수 있다. 다시 말해 60MHz 폭은 6차선 고속도로인 반면 110MHz는 11차선 고속도로인 셈이다. 이통업계에선 80MHz 폭을 5G 서비스가 가능한 최소 폭으로 보고 있다. 주파수 대역 폭이 작을 경우도 문제다. 대역 폭이 작을 수록 기지국을 더욱 촘촘하게 지어야 해 구축 비용이 급증한다.
스마트폰 발달에 따른 데이터 급증은 이통사의 주파수 확보 경쟁을 촉발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깅 위해 넓은 고속도로를 차지하기 위해 이통사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주파수 경매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시장 원리에 따라 필요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2008년 영국에서 처음 시행됐다. 국내엔 2011년 도입 이후 2013년, 2016년, 2018년 모두 4차례 진행됐다.
특히 2019년 5G 상용화는 주파수 경쟁에 불을 지폈다. 2018년 주파수 경매 당시 이통사는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3.5GHz 중대역을 차지하기 위해 약 3조원의 돈을 쏟아 부었다. 3.5GHz 중대역은 5G 초고주파인 28GHz보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LTE나 3G에서 쓰는 저역대 주파수보다 직진성이 강해 속도가 바르다. 당시 SK텔레콤은 1조2185억원(100MHz), KT는 9680억원(100MHz), LG유플러스는 8095억원(80MHz)을 투입해 주파수 대역을 낙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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