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허구로 가득찬 김진명의 『THAAD(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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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허구로 가득찬 김진명의 『THAAD(싸드)』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9.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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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적 근거에 소설적 터치…사드 반대론자에게 오해 불러와

 

작가의 얕은 지식이 세상을 흔들고 독자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면, 그것도 죄악이다. 상상력은 무제한이다. 그 상상력을 진실인 것처럼 위장해서 책을 팔아먹고 대중의 인기를 끄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 김진명의 'THAAD'(사드) 표지 /스캔

바로 김진명의 소설 『THAAD』(싸드, 2014년 8월 새움)가 그런 부류의 소설이다. 작가 김진명은 소설 『고구려』를 집필하다가 중단하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슨 영감에서인지 미국의 한반도 사드배치가 임박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 직관만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소설의 골격을 이루는 팩트는 하나도 맞는게 없다. 주관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넘어 사실이 아니다. 상상적 근거로 뼈대를 이루고 소설적 터치를 한 것이다. 이 소설은 사드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혹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소설은 리처드 김이라는 세계은행 연구원을 등장시키면서 그의 죽음을 추적하는 최어민이란 변호사의 돈키호테 같은 활동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소설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북한 사이에 얽혀 있는 국제정치와 국제금융의 비밀을 풀어헤친다. 마치 김진명이라는 자가 세계를 꿰뚫고 있는 것처럼….

 

▲ 'THAAD'의 작가 김진명 /소설 표지 날개 사진

 

그러면 김진명이 소설 『THAAD』에서 제시한 국제정치 및 경제의 팩트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살펴보자.

 

① 미국 경제는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디폴트(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이를 막으려면 엄청난 양의 달러를 찍어내야 하는데, 그러면 달러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어 결국은 세계경제가 동반 몰락한다.

하룻밤만 지나면 미국엔 적자가, 중국엔 흑자가 쌓인다. 미국은 이미 산업경쟁력을 잃었고 머잖아 서해 바다에 떨어지는 해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대로 미국은 몰락할 것인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디폴트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때 디폴트의 우려가 있었지만, 그것은 은행의 부도 위기 대문이었지, 경상수지 적자 때문은 아니었다.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는 다른 개념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었다고 재정이 파탄나는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는 개별 기업의 교역의 총합에서 나온 것이고, 재정수지는 정부의 세입과 세출에서 나온 것이다. 기업의 대외교역 통계와 정부의 재정 운영을 무리하게 연결할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권이 미국 재무부 채권(Treasury Securiies)이다. 많은 나라와 투자회사들이 미국 재무부채권을 사는 것은 미국 경제를 대단히 안전하게 보기 때문이다.

김진명 소설은 첫 출발부터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됐다.

 

②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측은 미중 양국 정부가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기준점을 정해 달러 환율을 변동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다. 즉, 기준점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달러를 절하시키고, 적자가 줄어들 경우 절상시키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로 지나친 고통을 받을 일어 없어지고 국가의 안정성이 담보된다.

 

2010년 서울 코엑스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다. 환율문제가 거론됐지만, 리처드 김이 만들었다는 미중 환율협상안이 제기되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소설일뿐이다.

 

③ G20 서울회담에서 미국에 유리한 이 제안이 미국측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것은 경제를 다루는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한 사람이 세계경제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 국방부(워싱턴의 태프트)이다.

미국은 중국에 비해 10배 이상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밀려 이대로 채무국으로 전락하기보다는 군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고 하지 않는가.

 

이 대목도 허구다. 소설적 재미를 더하는 얘기일 뿐이다. 미국 재무부가 국방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사실이다. 1997년말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가 부도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펜타곤이 재무부를 설득해 구제해 주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는 세계 전략상 국방부의 의견을 경청한다. 하지만 펜타곤이 재무부의 환율 전략을 뒤엎고, 전쟁으로 가자고 한 예는 없다. ‘환율 전쟁’이라는 저널리즘 용어로 인해 실제의 전쟁으로 간 예는 없다.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는 폴 크루그만의 발언이 어떤 대목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마냥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전쟁은 미국 대통령에게는 벌의 침처럼 자칫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남전 때 린든 존슨 대통령이 반전 여론에 재선 출마를 포기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전쟁의 부담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불가피한 경우 전쟁을 하지만, 전쟁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지는 않는다.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자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이 군사력으로 세계를 압도한다는 사실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지, 특하면 전쟁을 벌이는 나라라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④ 펜타곤은 채무국에서 탈피하고 중국의 부를 뺏기 위해 중국과의 전쟁을 구상한다.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 미국은 중국에게 국채(TB: 미 재무부채권)에 대한 이자를 물지 않아도 된다. 미국 국채는 휴지조각이 되고, 중국의 산업시설은 초토화된다. 그리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중국에 물린다.

 

허구가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 미국의 국채 발행량이 위험수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채권국과 전쟁을 벌여 부를 빼앗지는 않는다. 중국에 앞서 일본이 최대의 채권국이었을 때 미국은 일본을 침공하지 않았다. 다만 환율 공세를 취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1985년 플라자 협정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다. 중국은 스무딩오퍼레이션을 통해 위안화를 변동시키며 미국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설사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전쟁 배상금을 물리지는 않을 것이다. 1차 대전때 프랑스가 독일에 엄청난 배상금을 물려 2차 대전의 원인이 되었다는 반성으로, 2차 대전에선 패전국에 배상금을 물리지 않았다. 소설가는 역사공부를 많이 하면 소설을 쓰기 어려울 것이다. 편리하게 허구를 지어내서 연결하는 것이 소설로서 상상력을 높일 테니까.

 

⑤ 미국은 중국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한반도 상황을 이용한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명분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미국이 북한 핵 개발을 용인한 것은 언제라도 북한을 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못한다. 북한을 포기하면 중국내 소수민족들이 죄다 독립을 부르짖으며 떨어져 나가고 민중들이 자유를 외치며 봉기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 정권이 끝난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벌이면 미국과 중국과의 전쟁의 폭탄이 즉각 터진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정도 가상의 스토리다. 최근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기관지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중국은 묵시적으로 인정할수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 때문에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무모한 짓을 중국이 벌일지는 미지수다. 김진명은 너무나 단정을 지었다. 이 연결고리가 부정되면 소설의 허구성이 너무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견강부회한 것 같다.

 

⑥ 미국은 중국과 핵전쟁을 위해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한다. 남북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재래식 전투에 미국은 1조 달러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6만명 정도 사망할 것으로 본다.

많은 비용과 미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선 핵전쟁을 선택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도달하지 않는 평택으로 이전한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은 대한민국 정부의 오랜 요구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때부터 서울 한복판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이전하라고 요구해 협상이 벌어졌고, 미국이 수십년 미적미적하다가 최근에 이전한 것이다.

 

⑦ 애초부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는 아무리 개량해도 요격 성공률을 100%가 나올수 없다. MD는 돈만 많이 들어갈 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MD를 살리기 위해 무조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 MD는 중국의 미사일이 날아가면 태평양에서 격추시키도록 되어있지만, 성공률이 낮아 중국에 가깝게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싸드 배치가 없는한 MD는 무용지물이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쏘는 미사일은 고도가 높을 필요가 없고, 한국은 패트리어트와 같은 것으로 충분히 격추시킬수 있다. 사드는 워낙 고성능이라 북한 핵 전용이라는 용도로 맞지 않다.

 

미국 MD의 요격성공률이 100%가 나올수 없다는 얘기는 극히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의 얘기를 옮긴 것이다. 중국 미사일을 겨냥하기 위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어쩌면 이 소설은 사드 반대론자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기 위해 중국측 주장을 많이 가져다 옮겨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⑧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ICBM등 중국의 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된다. 발사하는 순간 레이더에 포착되어 미국은 선택적으로 어느 구간에서나 요격할수 있게 된다.

미국은 중국이 발사하는 ICBM을 한국의 사드를 활용해 방어할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전쟁에 승리할수 있다. 중국이 군사력 부분에서 미국을 추뤌하기 전에 중국을 꺾어야 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의 ICBM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칠 정도로 일방적이다. 앞의 모든 가설(①~⑦)이 모두 진실이라면 이 주장은 옳을수도 있다. 하지만 앞의 가설 모두가 틀렸다.

분명한 사실은 그동안 북한은 3일 실시한 핵실험을 합쳐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했고, 무던히도 미사일 개발을 해왔다. 북한은 남한을 공격대상으로 할 것임을 누차 강조해왔다. 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의 도발에 따른 동맹국의 보호조치라는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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